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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도 없는데 출산이요?…치솟는 집값에 아이 낳기 포기

  • 경제 | 2024-11-15 00:00

올해 합계출산율 0.68명 전망, '인구절벽' 경고
수도권 아파트 전셋값 10%↑ 출산율 0.01%↓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수도권의 경우 아파트 매매·전세가격 등 주거 불안정 요인이 합계출산율과 조출생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 DB
국토연구원에 따르면 수도권의 경우 아파트 매매·전세가격 등 주거 불안정 요인이 합계출산율과 조출생률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팩트 DB

[더팩트|이중삼 기자] 대한민국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뚝' 끊겼다.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출생아 수)은 0.72명으로 1970년 출생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정부가 지난 18년 간 300조원이 넘는 예산을 썼지만 출산율 유지는커녕 매년 내리막길을 걸었다. 올해 합계출산율(0.68명)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정부 통계도 나왔다. 이 추세대로라면 인구절벽 현실화도 시간문제라는 지적이다.

출산율 반등이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집값이다. 내 집 마련은 고사하고 전세금을 준비하기도 벅차서다. KB부동산 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2억5294만원이다. 지난 3월(11억9568만원)과 비교하면 4.78% 올랐다. 7개월 만에 6000만원 가까이 집값이 오른 것이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도 맥을 같이한다. 지난 3월 5억9390만원에서 지난달 6억2321만원으로 4.93%(2931만원) 증가했다.

이 같은 상승세는 최근 수도권까지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수도권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7억4163만원으로 지난 3월(7억2014만원) 대비 2.98% 올랐다. 평균 전세가격은 4억1565만원으로 지난 3월(4억21만원)보다 3.85% 올랐다. 이러한 상승 흐름은 멈추지 않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33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고, 전세가격도 77주째 오름세다. 특히 올해 들어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지난 1월부터 지난 4일까지 누적 기준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은 4.43% 상승하며 매매가격(1.84%)보다 더 올라서다. 주택시장에서는 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집값은 청년들의 결혼·출산을 망설이게 만든 요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청년들은 결혼을 포기하는 가장 큰 원인으로 주택 마련 등 '결혼자금 부족'을 꼽았다. 내년 중순 결혼을 준비하고 있는 한 청년은 "괜찮은 전세집이라도 들어가기 위해 발품을 팔고 있다"며 "서울로 집을 알아보는 것은 포기했고, 수도권으로 알아보고 있다"며 "내 집이 있어야 아이를 낳을 것 같다. 그것도 희망사항이다"고 토로했다.

◆ 높은 집값…"출산에 상당히 부정적"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HD현대 글로벌R&D센터 아산홀에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1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HD현대 글로벌R&D센터 아산홀에서 열린 2024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에서 마무리 발언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

실제 높은 집값은 저출산 문제를 심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12일 발표한 '국토 불균형과 저출산의 관계: 지역별 고용·주거 불안정이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수도권에서는 아파트 매매·전세가격 등 주거 불안정 요인이 합계출산율과 조출생률(인구 1000명당 출생아 수)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시군구별 아파트 전세가격이 평균 10% 오르면 합계출산율은 0.01명 줄고 조출생률은 0.09명 줄어드는 것으로 분석됐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주거비 부담 비중이 높고 주택가격 상승폭이 큰 수도권에서는 주거상태의 불안정이 저출산 현상을 심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건국대학교에서 발행한 '주택가격이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 분석 우리나라 16개 광역시·도 패널분석' 논문에서는 주택매매가격이 높아지면 출산율은 하락하고, 주택매매가격 증가폭이 커지면 출산율 하락 폭도 커지는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논문은 "출산율을 높이기 위해서는 주택가격 안정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통해 가임연령 가구의 자가점유율을 높이는 방안도 함께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이 지난 2022년 발표한 '주택가격이 혼인율과 출산율에 미치는 영향과 정책적 함의' 보고서에서도 주택 가격이 2배 상승할 때 무주택자의 결혼 가능성은 4.1%~5.7% 줄었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주택가격 상승은 출산에 상당히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청년들의 주거 안정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대책 수립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토연구원 관계자는 "청년 가구의 주거 안정을 위해서는 출산 직후에 집중된 지원 범위를 확대해 양육 과정 전반을 아우르는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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