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 역대 최대
지난 8월 주가도 사상 최고점 찍어
내년 3월 임기 만료 앞두고 연임 촉각
[더팩트│황원영 기자] 사상 최고 행렬이다. 임기 만료까지 4개월여를 앞둔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임기 내 역대 최대 순이익과 최고 주가를 기록했다. 하나금융은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최고점을 찍었는데 이 추세라면 2022년 이후 최고 연간 실적을 낼 가능성이 크다. 주가도 최고점을 찍으며 2 고(高) 행렬을 이어가고 있다. 최근 구체화한 주주환원책에 힘입어 함영주 매직이 이어질 지 시장의 이목이 쏠린다.
2022년 취임한 함 회장은 첫해 3분기 누적 순이익 2조8494억원을 거둔 뒤 매년 신기록을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누적 순이익 2조9779억원을 시현하며 역대 최대치를 찍은 뒤 올해 이를 다시 뛰어넘었다.
올해 3분기 누적 순이익은 3조2254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3%(2475억원) 증가한 수치이자 역대 최고치다. 시장금리 하락으로 비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음에도 비이자이익 확대에 힘입어 3분기 만에 순이익 3조원을 넘어서는 쾌거를 거뒀다.
같은 기간 비이자이익(1조8049억원)은 전년 동기 대비 6.4% 증가하는 등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다. 특히 3분기 누적 수수료이익이 1조5475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11.9%(1650억원) 증가하며 그룹 실적을 견인했다.
이 같은 호실적을 거둔 데는 포트폴리오 다각화가 주효했다. 하나금융은 △은행의 IB(기업금융) 수수료 증가 △퇴직연금 및 운용리스 등 축적형 수수료 기반 확대 △신용카드 수수료 증대 등으로 비이자이익을 끌어올렸다. 3분기 누적 매매평가이익은 9367억원으로 그룹의 주요 관계사인 하나은행의 유가증권 트레이딩 실적 개선 등에 힘입어 18.9% 증가했다.
함 회장이 3분기 최대 순이익을 다시 쓰면서 재임 기간 중 연간 실적 기록을 깰 수 있을지에도 이목이 집중된다. 하나금융은 지난 2022년 연간 3조6257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해는 3분기까지 최대 순이익을 냈으나 4분기에 대규모 충당금을 반영하면서 연간 순이익이 3조4516억원에 그쳤다.
그러나 올해는 기대치가 높아졌다. 현 추세가 이어질 경우 2022년 기록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연간 순이익 4조원 시대를 열 것이라는 전망도 조심스레 나온다. 올해 매 분기 1조원대 순이익을 내는 상황에서 4조원 달성까지 7746억원을 남겨뒀기 때문이다. 현재 증권가에 추정하는 올해 하나금융 연간 순이익은 3조8000억원대로 컨센선스 수준에만 부합해도 2022년 실적을 뛰어넘게 된다.
정부의 가계대출 억제 방침과 경기 침체 여파로 대출을 공격적으로 늘릴 순 없지만, 하나금융의 대출 잔액은 이미 감소한 상태다. 하나금융의 지난 3분기 기업대출 잔액 성장률은 -2%를 기록했다. 호실적은 비이자이익과 자본비율 개선에 힘입은 결과로 대출 축소에도 4분기 실적을 기대해 볼만하다는 평가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으로 금리 인하 속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큰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최근 금리 인하로 은행권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이 하락세를 보였지만 금리 인하 궤도가 수정될 경우 안정적인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 실제 금융주는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한 대표적인 수혜주로 꼽힌다.
순이익이 늘면서 보통주자본(CET1)비율은 한층 개선됐다. 올해 1분기와 2분기 각각 12.88%, 12.80%에 그쳤으나 3분기에는 13.17%를 기록해 13%를 넘어섰다. CET1는 금융사의 재무 건전성을 보여주는 지표로 활용된다. 하나금융이 주주환원율 상향을 위해 CET1 비율 관리에 적극 나서면서 투심도 자극받고 있다.
실제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올해 들어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다. 지난 8월30일에는 6만9300원에 장을 닫았는데 2005년 12월 코스피 상장 이후 역대 최고가다. 올해 개장 첫날(1월2일) 4만2800원으로 랠리를 시작한 하나금융지주는 올해 최고가 기준 61.91%에 이르는 상승세를 기록하며 돋보이는 성장률을 보여줬다.
최근 코스피가 약보합세를 이어가면서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6만원대 주가는 유지하는 중이다. 외국인의 관심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올해 개장 첫날 68.57%를 기록한 외국인 지분율은 줄곧 68~70%대를 오갔다. 지난 8일 하나금융지주는 6만1200원으로 마감했다. 연고점 대비 13.23% 내렸지만 함 회장 취임 당시 주가(4만9350원·2022년 3월25일)와 비교하면 24.01% 증가한 수준이다.
증권가 시선도 우상향을 그린다. KB증권은 지난달 30일 하나금융지주 목표가를 지난 상반기(7만8000원) 대비 12.8% 상향한 8만8000원으로 조정하면서 금융업종 최선호 종목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외에도 NH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키움증권 등이 같은 날 하나금융지주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 하나금융지주 목표가는 8만2250원으로 8일 종가 대비 34%가량 높은 수준에 형성돼 있다.
배경에는 강력한 주주환원책도 한몫했다. 하나금융은 주주환원율과 CET1, 자기자본이익률(ROE)을 3대 밸류업 핵심 지표로 삼고 실질적인 밸류업을 이뤄내겠다고 밝혔다. 우선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을 50%까지 확대(CET1 13.0~13.5%, ROE 10% 이상 유지)한다는 목표다. 타 금융지주 대비 비은행 자회사 이익 기여도가 적음에도 목표 주주환원율이 유사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밸류에이션 격차 축소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하나금융은 1500억원의 자사주 매입·소각을 결정했다. 자사주 매입·소각은 4분기 중 진행될 예정이다. 이를 반영한 주주환원율은 37.8%로 전망된다. 지난해 말(32.7%) 대비 크게 늘어난 수치다.
하나금융의 밸류업 계획을 두고 주주가치를 증대하려는 경영진의 의지가 담겼다는 평가도 제기됐다. 특히 함 회장의 추진력이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그는 공식 석상에서 수차례 주주가치 제고 계획을 언급했다. 지난 6월에는 "밸류업의 진정한 의미는 단순한 주가 부양이 아닌 지속가능한 수익 구조 확립과 주주환원 확대로 기업의 가치를 키우고 개인투자자를 비롯한 시장 참여자 모두가 윈윈(Win-win)하는 것"이라며 진심 기조를 보여줬다. 배당성향도 2022년 26.9%에서 지난해 28.6%로 높아졌다.
이사회 내 함영주 회장의 평가도 높아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행원 출신으로 회장까지 오른 함영주 회장은 현장과 영업에 강점을 가진 전략·영업통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그는 현장에 답이 있다며 첫 행보로 취임식이 아닌 동해안 산불 피해 지역을 방문하는 등 현장 일선에 나서기도 했다. 조직개편 역시 영업에 중점을 두며 효율 경영을 펼쳤다. 이 같은 현장중심의 노하우를 녹여 역대 최대 실적과 주가를 끌어낸 만큼 이사회 기대치를 어느 정도 충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함 회장이 경영 능력을 충분히 입증했다는 평가에 연임 가능성에도 긍정적인 여론이 나온다. 하나금융은 올해 말 또는 내년 초 승계 프로세스를 진행할 전망이다. 이에 함 회장이 남은 기간 실적 관리를 통해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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