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수입 의존 기업, 달러 강세에 수익성 악화 가능성
미국 수출 시 관세 부담↑…현지 공장 운영 업체는 '안도'
[더팩트|우지수 기자] 미국 시장에 수출길을 넓히고 있는 국내 식품 업계가 재선에 성공한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행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식품 업계는 트럼프 전 대통령 체제 '환율’과 ‘관세' 정책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달러 강세 기조가 강화되면 미국으로부터 수입하는 원자재 가격이 올라 수익성 부담이 생겨서다.
지난해 하림산업은 연간 사업보고서에서 환율 10% 오를 경우 회사 이익이 약 31억원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동원F&B경우 올해 반기보고서에서 환율 10% 상승할 때 세전 이익이 약 5억원 감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와 관련,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급등할 경우 원자재 수입 비중이 큰 회사는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더해 트럼프의 대선 공약 '보편관세'에 따르면 국내에서 미국으로 수출하는 제품에 10~20% 수준 관세가 매겨질 수 있다. 수출 상품에 붙는 관세가 커지면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고 미국 내 소비자들의 선택을 덜 받게 될 수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거 운동에서 자신이 재집권할 경우 미국에 수입되는 모든 중국 제품에 60%, 나머지 국가 제품에는 10~20% 수준 보편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혔다.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고 국내에서 제품을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회사라면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다.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인기를 높이고 있는 삼양식품의 '불닭볶음면' 경우 국내 공장에서 생산돼 세계로 수출되고 있다. 밀가루, 팜유 등 라면 주재료들은 수입 비중이 크다.
반면 국내 식품 기업 중 미국 내 법인을 세우고 현지 생산 공장을 운영하는 업체는 트럼프의 보편관세 영향을 크게 받지 않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미국 내에서 생산한 제품은 수출 시 부과되는 관세를 적용받지 않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미국 현지에서 제품을 생산하고 유통할 수 있는 역량이 갖춰진 기업들은 관세에 대한 우려는 적은 상황"고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CJ제일제당, 농심 등 기업들은 미국 내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해 캔자스주에 9만㎡ 규모 냉동피자 공장을 확보했고 사우스다코타주에는 약 6만5000㎡ 규모 비비고 만두 공장 건설에 돌입했다. 농심 역시 지난 2005년 캘리포니아주에 라면 공장을 설립했고 지난 2022년 공장을 증설해 연간 3억5000만여 개의 라면을 현지에서 생산·유통한다.
이와 관련, 또 다른 식품 업계 관계자는 "국내 식품 업계 전반적으로 트럼프 재선 체제의 관세 정책을 걱정하는 분위기"라며 "국내 인구절벽이 가시화되면서 식품 업계 글로벌 진출이 절실한 상황이다. 미국이 어떤 식으로 무역 정책을 전개할지 지켜본 뒤 어떻게든 대응 방안을 마련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식품 업계는 반도체 등 업태보다는 수출 걱정이 덜하다고 본다"며 "원-달러 환율이 비싸지면 원자재를 수입하는 기업들은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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