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주관사 추가 선정 후 물밑 협상 나서
일부 사업부 매각 아닌 통매각 가능성도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 한앤컴퍼니(한앤코)가 그간 여러 차례 추진하다 고배를 마신 SK해운 매각에 대한 재시동을 건다. 주관사 선정은 물론 경영권 인수 부호군을 선정해 이미 협상을 진행 중인 상황이다. 업계 내에서는 하나의 사업부가 아닌 회사 전체를 통매각해 4조원대에 달하는 매각가를 확보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2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한앤코는 최근 SK해운 매각을 위해 주관사를 모건스탠리로 추가 선정하고 매각 작업에 나섰다. 복수의 인수 후보군과 협상을 진행하고 당초 계획한 유조선 사업부 단일 매각이 아닌 가스선, 벌크선, 선박관리 등 모든 사업부를 한 번에 매각하는 형태도 검토 중이다.
SK해운은 한앤코가 인수해 기업가치를 높인 대표적인 기업으로 꼽힌다. 지난 2018년 SK그룹으로부터 1조5000억원에 SK해운을 인수한 한앤코는 보유하고 있던 선사 에이치라인해운과 시너지를 내며 특유의 볼트온(Bolt-on) 전략으로 사세를 확장했다. 지난해 영업이익(3671억원)을 6년여 만에 5배가량 끌어올린 건 구체적인 성과 중 하나다.
이에 한앤코는 지난해 본격적으로 SK해운 매각에 시동을 걸어 왔다. 앞서 2021년 한 차례 경영권 타진을 한 적은 있으나 높은 몸값과 실적 악화로 무산됐다. 이후 실적이 개선됐고 회사가 성장하면서 효자 포트폴리오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에 올해야말로 기대한 만큼의 가치를 인정받아 성공적인 엑시트(투자금 회수)가 가능한 시점이라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당초 계획은 부분 매각이었다. 한앤코가 지난해 추진한 매각 대상은 국내 유조선 시장 점유율 1위인 SK해운의 유조선 사업부로, 연간 영업이익 1500억원가량을 올려 2조원대 기업가치를 평가받은 회사 내 가장 일을 잘하는 부서였다.
당시 업계 안팎에서는 복수의 국내외 대기업과 PEF 운용사들이 SK해운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면서 한앤코의 매각 작업 역시 순조로워 보였다. 한앤코는 매각가로 역시 최소 2조원 이상을 원했고, 인수 후보들은 협상을 통해 면밀한 검토를 진행했다. 현금성 자산이 많은 EQT파트너스나 KRR, 맥쿼리 등 외국계 PEF사와 국내 해운사인 HMM 등이 관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이후 소식이 없었다. 한앤코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매각 작업에 대해 공식적으로 언급하거나 매각 자체를 취소한 것은 아니지만, 뚜렷한 원매자가 나오지 않아서다. 시장에서는 EQT파트너스가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로 거론됐으나 탄소배출량 감축 등 ESG 관련 평가에서 눈높이에 미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 사이 SK해운 인수와 같은 펀드(3호)로 조성한 자금을 통해 인수한 남양유업을 비롯해 기존 주요 매각 대상이던 한온시스템, 케이카 등 다른 포트폴리오들이 인수합병 시장에서 더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반면 시장에서는 한앤코의 SK해운 매각이 올해는 다를 것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강점이 있는 유조선 사업의 가치를 높이고자 지난 24일 벌크선 4척을 팬오션에 2265억원 규모로 매각하는 등 노후화된 다른 선박들을 정리하는 작업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서다. 한앤코는 SK해운 인수 후 약 6년간 30척에 달하는 벌크선을 정리하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한앤코가 SK해운 경영권을 포함한 지분 100%를 통매각할 경우 가격대를 4조원대로 보고 있다. 당초 계획대로 유조선 사업부만 따로 매각할 여지도 남아 있다. 인수 후보로는 올 초 매각 무산 후 사업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는 HMM, 지난해부터 인수 하마평에 올랐던 PEF사들이 거론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SK해운은 지난해부터 인수합병 시장에서 꾸준히 매물로 거론됐던 곳이다. 지난해 유조선 사업부만 따로 매각한다는 이야기는 당시 인수 후보들이 원하는 사업만 따로 떼오고 싶어 하거나 매각가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라며 "한앤코 입장에서는 부분 매각보단 당연히 통매각하는 시나리오를 반기고 있다. 케이카나 한온시스템 등 매각이 지지부진한 상황에 SK해운 매각에 속도를 낸다면 원매자와 가격 공감대 형성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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