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자사주 공개매수 마감, 과반 이상 지분 확보는 실패
우군 확보 위한 연장전 이어갈 듯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박용환·박병립·최승진·박은평·장병문·허주열·황원영·문은혜·이성락·김태환·황준익·이한림·정소양·이중삼·오승혁·최의종·이선영·우지수·이라진·서다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정리=문은혜 기자] 출퇴근길에 코끝이 시리고 옷깃을 여미게 되는 것을 보니 겨울이 오고 있나 봅니다. 날씨는 추워졌지만 경제계는 한 주간 뜨거운 이슈들이 끊이지 않았는데요.
먼저 경영권 분쟁을 겪고 있는 고려아연 소식입니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마감됐습니다. 그 결과 양측 모두 과반 이상의 지분은 확보하지 못했는데요. 때문에 영풍과 MBK파트너스(MBK)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은 '2라운드'로 돌입하게 됐습니다. 양측은 장내 주식 추가 매수, 우군 확보 경쟁 등 연장전을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유통업계에서는 쇼핑몰 사업을 놓고 롯데와 신세계가 신경전을 벌이는 일이 있었습니다. 롯데백화점이 쇼핑몰 사업의 중장기 전략을 발표하는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경쟁사인 신세계 스타필드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해 논란이 된 것인데요. 양사 모두 대규모 쇼핑몰 사업에 승부를 걸고 있는 만큼 한 치도 양보하지 않는 자존심 싸움을 벌였습니다.
마지막으로 금융권에서는 25일 마무리된 국회 국정감사가 눈길을 끌었습니다. 특히 정무위원회 국감장 열기가 뜨거웠는데요. 정치적으로 민감하고 중요한 이슈들도 다뤄졌지만 가계부채, 새출발기금 등 서민을 위한 정책들도 집중적으로 논의됐습니다.
◆ 경영권 분쟁 '고려아연' 2라운드 본격화…'우군 확보' 총력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끝나면서 영풍과 MBK 연합과의 경영권 분쟁이 '2라운드'로 돌입하게 됐습니다. 양측 모두 과반 이상의 지분을 확보하지 못한 상태이기에 장내 주식 추가 매수, 우군 확보 경쟁 등 연장전을 이어갈 전망인데요. 장내 추가 매수에 대한 기대감으로 주가가 폭등하는 해프닝도 벌어지고 있습니다.
-24일과 25일 고려아연 주가가 갑자기 치솟았는데요.
-네 맞습니다. 고려아연은 앞서 23일 자사주 공개매수를 종료했는데요. 당시 주가는 87만6000원이었습니다. 다음날인 24일 고려아연은 상한가를 기록하며 113만8000원으로 마감했고 25일에는 전날보다 10.11% 상승한 125만3000원으로 장을 마쳤습니다. 시가총액은 29조원대까지 뛰면서 신한지주(29조1882억원)를 제치고 코스피 시총 10위까지 올라섰습니다.
-주가가 치솟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과 영풍·MBK 연합이 어느 한 쪽도 지분 과반을 확보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고려아연은 자사주 공개매수로 최대 17.5%, 우군인 베인캐피털이 진행하는 공개매수로 2.5% 지분 확보할 계획인데요. 이렇게 해도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우호세력 지분은 총 36.51%가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앞서 영풍·MBK 연합이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로 확보한 지분은 38.47%가 됩니다. 고려아연이 공개매수한 자사주를 소각할 계획인 점을 고려하면 영풍·MBK 연합의 지분율은 42.74%, 최 회장 측의 지분율은 40.27%까지 높아지지만, 양측 모두 과반 이상 확보가 어렵습니다.
-고려아연의 주가 급등은 영풍 측이 주도하는 임시주총이 열리지 못할 것이라는 전제가 깔려있기 때문으로 분석됩니다. 지난 13일 공개매수를 통해 고려아연 최대주주 자리에 오른 영풍은 임시주총을 열고 고려아연 이사회 과반 확보를 통해 경영권 장악에 나설 예정이지만, 임시주총은 이사회 결의사항입니다. 이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최 회장 측이 이를 거부하면 열리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 이사 13명 중 12명은 최 회장 측 인사입니다.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영풍과 MBK 연합은 향후 법원에 임시 주총 허가를 신청하고 이사회 진입 시도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옵니다. 만약 법원이 임시 주총을 불허할 경우 '경영권 분쟁'은 내년 3월 열리는 주주총회에서 표 대결로 승부가 날 것으로 전망되는데요. 양측의 경영권 분쟁이 장기전으로 돌입하면서 장내에서 지분을 확보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란 관측이 나옵니다.
-결국 장내매수가 필요한 시점이군요.
-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가 마감되면서 남은 유통 주식 물량은 국민연금의 보유 주식을 포함해 최소 6% 이상이 될 것으로 관측됩니다. 국민연금이 이번 공개매수에 참여했는지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단순 투자 목적을 가진 국민연금도 이번 공개매수에 일부 참여했을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여기에 공개매수 청약을 하지 못한 개인투자자 물량 일부도 남는데, 공개매수 청약에 참여가 불가능한 전날(22일)에도 10만주 가량 거래됐음을 감안하면 6% 가량의 유통 주식 물량이 전망됩니다.
-의결권 지분 과반에 가까운 영풍·MBK 연합은 2% 이상의 추가 지분을 확보할 경우 승기 잡을 수도 있습니다. 이를 방어하려면 고려아연 측도 얼마 남지 않은 시장 유통 물량 매집으로 맞붙어야 합니다. 최윤범 회장이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의결권 있는 주식을 확보하는 게 최선입니다. 최 회장과 최 씨 일가가 영풍정밀 지분을 확보했듯, 개인 자산을 활용하는 방법과 고려아연이 보유한 자사주 신탁 2.4%의 의결권을 부활시키는 방안이 남아 있습니다.
-국민연금이 '캐스트보트'를 쥐고 있다면서요?
-맞습니다. 국민연금은 고려아연의 지분 7.83%(6월 30일 기준)를 보유하고 있고, 의결권 기준으로는 9.49%를 확보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국민연금이 영풍·MBK 측의 손을 들어주느냐,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주는지에 따라 이번 경영권 분쟁의 승자와 패자가 결정될 수 있습니다.
-다만 국민연금은 원론적인 입장만을 밝히고 있는 상태입니다. 김태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지난 1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수탁자책임위원회에 (안건을) 넘겨 사회적 가치 등 종합적 판단을 해야 한다는 의견에 동의하냐"는 질의에 "장기적인 수익률 제고 측면에서 판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습니다.
-국가 기간산업을 보유하기도 한 고려아연에서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면 본업에서의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한데요. 하루 빨리 분쟁이 끝나고 안정적인 경영활동의 무대가 마련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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