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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갈기갈기 찢긴 농민의 꿈…정말 농업회사 실수였을까

  • 경제 | 2024-10-26 06:00

김영찬 마루팜 회장, 한순간 모든 것을 잃어
마루팜이 계약한 땅에 '정식감정평가' 받은 우듬지팜
현대건설 연결고리 이어지나


지난 21일 경상남도 진주시에서 만난 김영찬 이슬송이종자개발자(마루팜 회장)가 인터뷰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중삼 기자
지난 21일 경상남도 진주시에서 만난 김영찬 이슬송이종자개발자(마루팜 회장)가 인터뷰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중삼 기자

[더팩트|이중삼 기자] 경남 진주에서 수십 년간 버섯 종자 개발에만 몰두해온 김영찬(이슬송이종자개발자 겸 농업회사 마루팜 회장) 씨는 일평생 'K-종자의 세계화'라는 꿈을 품고 살았다. 15년간 버섯 종자 연구에 매진한 끝에 자루와 갓이 없는 원형의 표고버섯을 개발하는 데 성공하며 세계 시장 공략이라는 꿈에 한발짝 더 다가섰다.

그러나 그 꿈은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도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던 걸까. 지난 21일 경남 진주에서 <더팩트> 취재진이 그를 만나봤다.

◆ 15년 간 버섯 종자 개발에만 열중

K-종자의 세계화라는 꿈을 안고 버섯 종자 개발에만 전념해온 김 회장은 15년 만에 자루와 갓이 없는 원형의 표고버섯을 개발·생산하는 데 성공했다. 지난 2013년에는 한국농업기술진흥원(당시 농업기술실용화재단)으로부터 특허기술 가치를 인정받았다. 특히 지난 2022년 1월에는 충남 서산시·현대건설과 이슬송이 버섯 생산을 위한 무인생산기지 조성 양해각서(MOU)를 맺기도 했다.

경남 진주에 있는 마루팜이 서산시와 함께할 수 있었던 것은 현대건설이 먼저 손을 내밀었기 때문이다. 김 회장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 2010년대부터 서산바이오웰빙연구특구 개발을 추진함에 있어 전체 특구지역 중 일부에 반드시 스마트팜을 유치해야 하는 조건이 있었다. 이에 스마트팜 업체와의 협력이 필요했고, 당시 대규모로 스마트팜을 진행하고 있던 마루팜에 손을 내민 것이다. 김 회장 역시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퍼즐 조각들을 하나둘씩 맞춰갈 수 있었다.

스마트팜 유치 조건이 해결되면서 서산시는 2022년 1월 27일 마루팜·현대건설과 세계특허 이슬송이 버섯 생산을 위한 '그린바이오스마트시티 내 한국형 스마트팩토리 조성사업' 추진 양해각서를 맺었다. 마루팜이 보유한 이슬송이버섯 배지생산·생육기술을 기반으로 스마트팩토리 개념의 무인생산 버섯배지 배양센터·생육시설을 조성하고, 이를 통해 청년 창업 농민 육성·지역민과 상생할 수 있는 수익모델로 개발하는 것이 핵심 골자다. 당시 맹정호 서산시장과 김 회장, 현대건설 관계자가 참석해 사업 추진에 뜻을 함께 했다.

양해각서 체결 약 한달 전인 지난 2021년 12월 29일 마루팜은 그린바이오스마트시티가 조성될 부지 중 일부(지번 1464·1465·1466·1467 등)에 대해 토지 소유주인 현대건설과 공식문서로 토지 매매계약(법적 효력 발생)을 체결했다. 마루팜은 최종 소유권 이전을 위해 매매대금 중 잔금을 마련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토지 매매계약에 이은 양해각서 체결에 따라 마루팜·현대건설은 최첨단 버섯배지 무인생산기지 건설에 열을 올렸다. 김 회장은 준공만 되면 지역민 상생은 물론 미국·유럽·중동에 대규모 수출까지 이어져 비로소 K-종자의 세계화라는 꿈을 이룰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컸다.

◆ 마루팜·현대건설 계약부지 포함한 토지 '정식감정평가' 받은 우듬지팜

지난 2022년 1월 27일 서산시는 세계특허 이슬송이 버섯 생산을 위해 마루팜·현대건설과 '그린바이오스마트시티 한국형 스마트팩토리 조성사업' 추진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서산시
지난 2022년 1월 27일 서산시는 세계특허 이슬송이 버섯 생산을 위해 마루팜·현대건설과 '그린바이오스마트시티 한국형 스마트팩토리 조성사업' 추진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서산시

2023년 7월 말까지만 해도 탄탄대로를 달리던 사업이 삐걱거리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 충남 부여군에서 스마트팜을 기반으로 토마토를 재배하는 상장 농업법인 '우듬지팜'이 올해 1월 31일 토지매입 목적으로 삼성감정평가법인에 이미 마루팜과 현대건설이 계약한 부지를 포함한 일대 토지에 대해 정식감정평가를 의뢰한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대체 어찌된 일일까.

정식감정평가는 감정평가사에게 의뢰해 직접 현장을 확인하고, 가격조사 등 일련의 절차를 실시해 감정평가액을 결정하는 진행과정을 말한다. 통상 정식감정평가를 받기 전에 탁상감정평가를 받는다. 탁상감정평가는 통상 현장에 나가지 않고, 여러 자료만을 토대로 예상되는 간이 감정평가액을 내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쉽게 말하면 책상 위에서 감정평가를 하는 것이다.

김 회장에 따르면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할 당시 현대건설은 '감정평가액 기준 매각'이라는 내용으로 평당 65만원(탁상감정평가 결과)의 토지를 마루팜에 평당 22만원에 매각하겠다는 조건을 제시했다. 특구 개발을 위해 스마트팜 유치가 시급했던 현대건설이 저렴하게 땅을 팔겠다고 마루팜에 손을 내민 것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김 회장은 처음부터 현대건설이 탁상감정평가 결과대로 평당 65만원에 토지매입을 제시했다면 계약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경남 진주에서 탄탄하게 스마트팜을 영위해온 마루팜으로서는 굳이 그만한 비용을 감수하며 서산에서 모험을 걸 이유가 없었다는 설명이다.

반면 올 초에 우듬지팜이 의뢰해 받은 정식감정평가액은 65만원의 3분의 1 정도에 불과한 약 25만원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정식감정평가가 공시로 올라가면 향후 감정을 받을 때 통상 참고자료로 활용된다"며 "마루팜이 계약 당시 받았던 탁상감정평가 때는 약 65만원이었지만 우듬지팜이 정식감정평가를 받아버렸기 때문에 향후 감정평가시 손해를 볼 수밖에 없게 돼버린 것"이라고 호소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충남 부여군에 위치한 우듬지팜은 스마트팜을 기반으로 토마토를 재배해 이를 판매·가공판매·유통까지 연결하는 융·복합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전국 20여개의 계약농가와 100여개의 협력 농가를 통해 토마토를 수급·유통하고 있다.

◆ 우듬지팜 내용증명 회신내용 의구심…현대건설 연관성

김영찬 마루팜 회장은 15년간 버섯 종자 연구에 매진한 끝에 자루와 갓이 없는 원형의 표고버섯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21일 경남 진주에서 만난 김 회장이 자신이 개발한 원형의 표고버섯을 소개하고 있다. /이중삼 기자
김영찬 마루팜 회장은 15년간 버섯 종자 연구에 매진한 끝에 자루와 갓이 없는 원형의 표고버섯을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지난 21일 경남 진주에서 만난 김 회장이 자신이 개발한 원형의 표고버섯을 소개하고 있다. /이중삼 기자

김 회장은 우듬지팜에 해당 건에 대한 입장을 듣기 위해 내용증명 공문을 보냈다.

김 회장은 "(우듬지팜이) 감정평가를 의뢰하신 땅의 일부가 이미 계약이 완료된 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감정평가 의뢰 시 땅 소유자(현대건설) 측에 감정허가동의를 받았는지 내용증명을 요청했다"며 "또 감정허가동의를 받았다면 현대건설 측에서 이미 계약된 땅에 대한 언급이 있었는지 등도 물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우듬지팜은 사실관계가 전혀 부합되지 않고 (마루팜이) 잘못된 주장을 하고 있다고 회신했다. 우듬지팜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현재까지 충남 서산시 부석면 가사리 1464번지 지역(이하 서산바이오웰빙연구특구 단지 내 농업바이오 단지 또는 대상토지)에 대한 사업성을 검토해오고 있다"며 "토지 매도자인 현대건설과 상호 합의된 내용에 근거해 협상을 진행해오고 있다"고 회신했다.

김 회장으로서는 도저히 납득이 안가는 대목이다. 김 회장은 "우듬지팜의 회신내용을 보면 1464번지가 언급돼 있고, 현대건설과 상호 합의된 내용에 근거해 협상을 하고 있다고 돼있다"며 "1464번지는 이미 마루팜과 현대건설이 계약을 맺은 토지"라고 강조했다.

김 회장의 말대로 1464번지는 지난 2021년 12월 마루팜과 현대건설이 공식문서로 토지 매매계약을 체결한 땅이다.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 제9조(기본적 사항의 확정)에 따르면 감정평가법인 등은 감정평가를 의뢰받으면 의뢰인과 협의해 대상물건, 감정평가 목적, 기준시점, 감정평가조건, 기준가치 등의 사항을 확정해야 한다. 우듬지팜의 내용증명 회신내용만 보면 토지 소유주인 현대건설이 마루팜과 계약한 토지에 대해 우듬지팜과 새롭게 매매 협상을 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김 회장은 "이미 계약이 돼 있는 토지를 제3자가 원 계약자 모르게 정식감정평가를 받은 것은 불법 아닌가요"라며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정식감정평가가 올라가 있는지도 몰랐다. 적어도 토지 소유자인 현대건설이 미리 우리에게 말해줬어야 하는 것 아닌가요"라고 토로했다.

실제로 우듬지팜 고위 관계자도 김 회장과의 통화에서 "현대건설에서 우듬지팜으로 토지 매매계약 관련 지번을 넘겨준 것을 바탕으로 감정평가를 받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고 김 회장은 전했다.

j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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