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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영풍·MBK '사기적 부정거래·시세조종’ 혐의로 금감원 진정

  • 경제 | 2024-10-23 14:54

두 차례 가처분 악용해 '고려아연 주가 상승 저지' 주장

고려아연이 장형진 영풍 고문과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 등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을 조사해 달라는 금감원 진정서를 제출했다. /더팩트 DB
고려아연이 장형진 영풍 고문과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 등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을 조사해 달라는 금감원 진정서를 제출했다. /더팩트 DB

[더팩트 | 김태환 기자] 고려아연은 장형진 영풍 고문과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 등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을 조사해 달라는 내용의 진정서를 금융감독원에 제출했다고 23일 밝혔다.

고려아연에 따르면 이번 진정서는 영풍과 MBK 측이 고려아연 경영진을 상대로 제기했던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1차 가처분), 공개매수절차중지 가처분(2차 가처분) 신청과 이를 이용한 여론전 과정에서 '사기적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행위가 있었는지를 신속하게 조사해달라는 취지로 제출됐다.

앞서 영풍과 MBK는 지난달 13일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정태웅 대표이사를 상대로 자기주식 취득 금지를 골자로 하는 1차 가처분을 신청했으나,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이달 2일 기각 결정을 내렸다. 이후 영풍과 MBK 측은 기각 결정 발표 직후 고려아연 경영진의 자기주식 취득 목적 공개매수 절차를 중지해달라는 내용으로 2차 가처분을 신청했다가 지난 21일 서울중앙지법에 의해 기각됐다.

고려아연은 △1차 가처분 기각 결정으로 고려아연의 주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고 영풍과 MBK 측의 공개매수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우려해 즉시 2차 가처분을 신청한 점 △고려아연의 공시와는 사실관계가 다른 내용을 2차 가처분 신청 근거로 제출한 점 △1차 가처분에서 기각된 주장들을 2차 가처분 신청서에 사실상 동일하게 기재해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한 점 등을 들며, 영풍과 MBK 측이 고려아연의 주가 상승 저지를 위해 두 차례의 가처분 신청을 활용했다고 보고 있다.

만일 영풍과 MBK 측이 가처분 신청 과정에서 고려아연의 주가에 영향을 미치려 했다는 점이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 확인된다면, 이는 자본시장법에서 금지하는 사기적 부정거래와 시세조종 행위에 해당하게 된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MBK 측의 2차 가처분 신청이 사기적 부정거래행위에 해당한다는 근거 중 하나로, 지난 2일 오전 1차 가처분 기각 결정 직후 2차 가처분 신청이 서둘러 이뤄졌다는 데 주목한다. 1차 가처분 기각 결정으로 고려아연의 주가 상승 가능성이 커지자, 영풍과 MBK 측이 즉시 2차 가처분 신청을 제기하고 언론에 알려 고려아연의 주가 상승을 저지하려 한 의도가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 서울중앙지법의 1차 가처분 기각 결정은 2일 오전 9시 16분경 언론을 통해 대외에 알려졌다. 이후 2차 가처분 신청 소식이 보도된 건 불과 1시간 30분 뒤인 오전 10시 57분경이다.

당시 고려아연 주가도 즉각 반응했다는 것이 고려아연 측 설명이다. 2일 오전 11시 1분 70만2000원을 기록하던 주가는 2차 가처분 신청 소식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오전 11시 12분 68만9000원으로 약 1.85% 하락했다. 지난달 13일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가 시작된 이후, 주요 국면마다 주가가 큰 폭으로 상승했던 추세와는 대조적이라는 게 고려아연의 주장이다.

고려아연이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이 위반한 혐의라고 주장하는 자본시장법의 세부 내용. /고려아연
고려아연이 영풍과 MBK파트너스 측이 위반한 혐의라고 주장하는 자본시장법의 세부 내용. /고려아연

아울러 고려아연은 영풍과 MBK 측이 2일 개최된 고려아연 이사회의 결의 내용을 확인하지도 않고, 다른 사실관계를 전제로 2차 가처분 신청에 나섰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은 당일 이사회 결의를 거쳐 자기주식 공개매수는 영풍과 MBK 측의 선행 공개매수 기간 내인 이달 4일 개시되는 '대항 공개매수'이며,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기주식은 전량 소각될 예정이라고 공시했다. 당초 공시된 공개매수 가격은 83만원이었다.

그러나 영풍과 MBK 측은 2차 가처분 신청서에 "고려아연의 공개매수 개시는 영풍과 MBK 측 선행 공개매수 기간 이후에 이뤄지는 것이고, 해당 공개매수로 취득한 자기주식은 일부 경영진의 경영권 유지 수단으로 사용될 것"이라며 이사회 결의와 상반된 주장을 펼쳤다는 게 고려아연의 설명이다.

고려아연은 "영풍과 MBK 측이 사실관계 확인도 거치지 않고 오직 고려아연의 주가 상승 억제를 목적으로 2차 가처분 신청이라는 부당한 수단을 활용한 것"이라며 "이는 사기적 부정거래행위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한편 고려아연은 영풍과 MBK 측이 1차 가처분 신청에서 기각됐던 주장들을 2차 가처분 신청서에 사실상 동일하게 기재한 사실도 주목했다. 고려아연은 1차 가처분 신청 판결에서 모두 기각됐는데도, 같은 주장을 되풀이한 2차 가처분 신청을 강행해 불필요한 오해를 야기하고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면 주가 시세조종에 해당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영풍과 MBK 측이 각각의 가처분 신청을 통해 고려아연 주가를 겨냥한 시세조종 및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 목적이 있었다는 걸 뒷받침한다"면서 "엄중한 조사와 결과에 상응하는 처분을 요청한다"고 말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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