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인하에 보험상품 예정이율 하향 전망
내년 보험료 인상 가능성도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본격적인 금리 인하가 시작되면서 보험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로 국내 보험사들의 자본 건전성이 더 빨리 악화할 것이란 관측이 나와서다. 새 국제회계제도(IFRS17) 도입 후 처음 맞는 금리 인하에 파장이 어느 정도인지도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 '부채 듀레이션'이 긴 생명보험사의 자본 부담이 결국 보험영업 위축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다는 우려도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정례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3.25%로 0.25%포인트 인하했다. 2021년 8월 이후 3년 2개월 만에 통화 정책을 '인하' 방향으로 전환했다.
본격적인 금리 인하에 보험사들은 긴장하는 분위기다. 올해 들어 보험사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이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시장금리 하락에 금융당국의 제도 개선으로 내년까지 킥스 비율이 더 나빠질 가능성이 커져서다.
킥스 비율은 가용 자본을 요구 자본으로 나눈 것으로 보험사가 보험금을 지급할 능력이 있는지를 나타내는 지표다. 킥스 비율이 낮을수록 보험사가 소비자 보험금을 온전히 지급하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읽힌다. 보험업법상 최소 기준치는 100%지만 금융 당국은 150% 이상을 유지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실제 1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6월말 기준 경과조치를 적용한 보험사의 킥스 비율은 217.3%로 전분기(223.6%) 대비 6.3%포인트 하락했다. 이는 2022년 12월 말 205.9%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경과조치를 적용하기 전 킥스 비율은 201.5%로 전분기(206.6%) 대비 5.1%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생보사의 하락 폭이 컸다. 생보사의 경과 조치 적용 후 킥스 비율은 212.6%로 전분기 대비 10.3%포인트 하락했고, 경과 조치 적용 전 킥스 비율은 191.7%로 전분기 대비 8.3%포인트 내렸다.
같은 기간 손보사는 경과 조치 적용 후 기준 223.9%로 전분기 대비 0.8%포인트 떨어졌다. 적용 전 기준 215.6%로 0.5%포인트 감소했다.
보험업계에서는 종신보험과 같은 만기가 긴 상품의 판매 비율이 높은 생보사가 금리 인하 영향을 더 크게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생보사는 손보사보다 만기가 긴 보험상품을 취급해 투자금 회수 기간을 뜻하는 '부채 듀레이션'이 길어서다. 통상 금리가 하락하면 자산과 부채의 평가가격이 올라간다. 생보사는 부채 듀레이션이 긴 탓에 부채가 자산 증가 속도보다 빨라진다. 부채가 늘면 순자산 감소로 자본도 감소하고 자본 감소는 킥스 하락에도 영향을 미친다.
지난달 보험연구원은 시장금리가 1%포인트 낮아질 경우 경과조치를 적용하지 않은 생보사 킥스비율이 9%포인트, 경과조치를 적용한 회사의 킥스비율(경과조치 전)은 17%포인트 감소할 것으로 분석했다.
여기에 내년부터 금융위원회가 보험사 부채에 적용되는 할인율 규제를 현재 최종관찰만기 20년에서 30년으로 확대할 예정이어서 자본관리가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예상된다. 국고채 30년물 금리 수준 할인율을 적용해 부채를 평가하면 부채 규모가 대폭 늘어나서다.
이에 금리 인하에 따라 내년 보험료가 오를 가능성도 높을 것으로 점쳐진다.
예정이율은 보험사가 가입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기 전까지 가입자가 납부한 보험료를 운용해 거둘 수 있는 예상 수익률이다. 보험사는 기대 수익을 미리 예상해 일정 비율로 보험료를 할인해주기 때문에 통상 예정이율이 높아지면 보험료는 낮아지고 예정이율이 낮아지면 보험료가 올라간다.
금리가 떨어질 경우 보험사들이 고객의 보험료를 운용할 투자처가 마땅치 않고 수익률이 떨어지기 때문에 예정이율이 낮아질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에서는 금리 인하 여파가 실제 예정이율과 보험료에 반영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내다봤다. 기준금리 변동 이후 통상 3~6개월이 지나서야 기준금리 인하 사이클을 따라가서다. 이에 이르면 내년부터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다.
금감원은 내년도 보험사 평균공시이율을 2.75%로 동결하기도 했다. 평균공시이율은 운용자산이익률 및 시중 금리 등 객관적 지표를 이용해 산출되는 이율로 보험사는 통상 이를 바탕으로 예정이율을 조정한다.
보험사 관계자는 "금리 인하 시기에 투자 손익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보험사들이 마케팅 비용을 줄이거나 보험료를 인상하는 등의 조치를 취할 수 있다"며 "특히 생보사의 경우 과당 경쟁을 불러일으켰던 높은 환급률, 적립률 상품 등이 사라지는 등 영업환경이 위축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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