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기 영업이익 9.1조…시장 기대치 밑돌아
PC·스마트폰 침체로 범용 메모리 수요 둔화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삼성전자가 올해 3분기 반도체 사업이 주춤하면서 9조원대 영업이익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이에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을 이끌고 있는 전영현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장(부회장)이 이례적으로 사과 메시지를 냈다.
삼성전자는 올해 3분기 영업이익이 9조10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8일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74.49% 증가한 수치다.
다만 시장 전망치를 크게 밑도는 '어닝 쇼크'다. 삼성전자의 3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최근 한 달 동안 20% 넘게 떨어져 10조원 초반대를 유지했다. 결과적으로 낮아진 시장 눈높이에도 못 미치는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 삼성전자 3분기 영업이익은 전분기와 비교해서도 12.84%나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79조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썼다. 전분기 대비 6.66%, 전년 동기 대비 17.21% 증가했다.
이날 세부 사업별 실적은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DS 부문이 다소 주춤한 것으로 예상된다. DS 부문이 전체 실적의 50% 이상을 견인하겠지만, 전분기(6조4500억원)보다 대폭 감소, 5조원대 영업이익을 올릴 것이란 관측이다. 당초 DS 부문은 8조원대 영업이익 달성이 거론되기도 했다.
DS 부문이 주춤한 이유로는 PC 및 스마트폰 시장 침체에 따른 DDR4 등 범용 메모리 수요 둔화가 꼽힌다. 메모리 가격이 떨어지며 아직 범용 메모리 매출 의존도가 큰 삼성전자의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 PC용 D램 범용 제품의 고정 거래 가격은 평균 1.7달러로 전월 대비 17.07% 급감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와 시스템LSI 등 비메모리 사업에서는 적자가 계속됐을 것으로 보인다. 파운드리만 놓고 보면 3분기에 4000억~500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을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 일부 설비의 가동을 중단하는 등 가동률 조절에 나선 상태다.
수요가 견조한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는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는 경쟁사 대비 다소 늦게 HBM 시장에 진입했고, 5세대인 HBM3E 제품이 여전히 엔비디아의 품질 테스트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주력 사업인 모바일(MX)에서도 성과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7월 출시한 폴더블폰 신제품 '갤럭시Z플립6·Z폴드6'의 판매량이 전작과 비교해 크게 차이 나지 않는 수준인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경기 침체 속 제품 판매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상반기 출시작 '갤럭시S24'의 보급형 모델인 '갤럭시S24 FE(팬 에디션)'를 출시하는 등 라인업을 다양화하고 있다.
문제는 4분기 실적 전망도 밝지 않다는 점이다. 증권사들이 일제히 삼성전자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를 15조원대 아래로 조정하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HBM 영역에서 돌파구를 찾는 것이 관건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D램 수요의 40%를 차지하는 B2C 제품 수요 부진은 하반기에도 크게 회복될 가능성이 낮아 당분간 스마트폰, PC 업체들은 재고 소진에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반면 HBM, DDR5 등 AI와 서버용 메모리 수요는 여전히 견조한 것으로 파악되고 하반기에도 공급은 타이트할 것으로 추정돼 D램 수요의 양극화 현상은 뚜렷해질 전망"이라고 밝혔다.
DS 수장인 전영현 부회장은 이날 잠정 실적 발표 이후 사과 메시지를 냈다. 삼성전자 수뇌부가 실적과 관련해 별도 메시지를 발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위기 극복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피력한 것으로 해석된다.
전영현 부회장은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과로 근원적인 기술 경쟁력과 회사의 앞날에 대해 걱정을 끼쳤다. 삼성전자 경영진은 여러분께 먼저 송구하다는 말씀을 올린다"며 "저희가 처한 엄중한 상황을 꼭 재도약의 계기로 만들겠다. 위기 극복을 위해 저희 경영진이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어 "무엇보다 기술의 근원적 경쟁력을 복원하겠다. 또 도전정신으로 재무장해 미래를 보다 철저히 준비하겠다"며 "조직문화와 일하는 방법도 다시 들여다보고 고칠 것은 바로 고치겠다. 저희가 치열하게 도전한다면 지금의 위기는 반드시 새로운 기회로 반전시킬 수 있다고 확신한다"고 강조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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