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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그니오 공방 과열, MBK 공개매수 막판 변수될까

  • 경제 | 2024-10-01 00:00

이그니오, 공개매수 마감 2거래일 앞두고 관심 집중 왜?
"선관의무주의 위반" vs "사업 몰이해 심각"


MBK와 함께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려 하는 영풍, 이들로부터 경영권을 지키려는 고려아연 측이 미국 자회사 이그니오홀딩스를 둘러싼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영풍·고려아연
MBK와 함께 고려아연 경영권을 확보하려 하는 영풍, 이들로부터 경영권을 지키려는 고려아연 측이 미국 자회사 이그니오홀딩스를 둘러싼 첨예한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영풍·고려아연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영풍과 손잡고 공개매수를 통해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MBK파트너스(MBK)와 고려아연 측이 고려아연의 미국 자회사 이그니오홀딩스(이그니오)를 둘러싸고 치열한 공방전을 벌이고 있다. MBK·영풍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마감일이 개장 기준 이틀밖에 남지 않은 만큼, 이그니오에 대한 일진일퇴가 공개매수 막판 변수로 떠오를지 주목된다.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MBK·영풍과 고려아연은 주말이던 지난달 28일과 29일 연이어 이그니오에 대한 입장을 내고 장외 공방을 벌였다. MBK는 선관주의의무를 강조하면서 고려아연의 이그니오 인수는 명백한 실패 사례라고 주장했지만, 고려아연은 정면으로 반박하는 모양새다.

발단은 국내 한 매체가 같은 달 27일 이그니오의 미국 뉴욕 본사가 위치한 현지 빌딩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이그니오라는 기업은 들어보지 못했다"고 보도하자, 다음 날인 28일 고려아연이 "영풍의 사주로 판단한다"는 다소 과격한 표현을 써가면서 반발한 것에 따른다.

고려아연 측은 "기사에서 거론한 주소는 이그니오 모회사인 페달포인트홀딩스의 등록 주소"라며 "중요한 시기에 허위보도를 하는 것은 영풍 등에 의해 사주된 것으로 판단해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냈다.

아울러 고려아연은 기사의 '영풍 사주설' 주장에 더해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중국에 대한 두려움으로 뜨거워지는 17억달러 규모의 경영권 분쟁'이라는 기사를 소개하면서 영풍 우군으로 참전한 MBK를 저격하기도 했다. 고려아연 측은 "WSJ이 MBK의 고려아연 인수로 중국에 대한 서방의 공포와 우려가 커진다"고 덧붙였다. MBK를 또다시 중국 자본과 동일시한 해석이다.

이에 질세라 MBK도 반박했다. MBK는 "(고려아연이 제시한 WSJ 기사에서는) 이와 같은 내용과 문장 표현, 단어 사용은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고려아연은 마타도어(모략선전)를 넘어 외신기사도 왜곡했다"고 꼬집었다.

그러나 양측의 연이은 '이그니오 공방전'은 MBK·영풍과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을 주시하던 주주와 투자자들이 이그니오에 대한 관심도를 높이는 계기가 됐다. 이그니오의 실체에 대한 의문에 더해 양측이 서로를 비방하는 듯 연이어 입장문을 낸 배경도 궁금증이 쏠린 셈이다. 이그니오가 이번 공개매수 전부터 영풍과 고려아연의 '한 지붕 두 가족' 체제에 균열을 일으킨 핵심 원인 중 하나였기 때문에 공개매수 막판 양측의 갈등을 재점화시키고 있다는 해석도 있다.

MBK와 영풍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마감일이 2거래일 남은 가운데 이그니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4일과 27일 각각 기자회견을 연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오른쪽부터)과 강성두 영풍 사장. /이새롬 기자
MBK와 영풍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마감일이 2거래일 남은 가운데 이그니오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지난 24일과 27일 각각 기자회견을 연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오른쪽부터)과 강성두 영풍 사장. /이새롬 기자

◆ '이그니오 미스터리' 급부상…이그니오 어떤 회사?

미국 소재 전자폐기물 처리업체인 이그니오는 고려아연이 지난 2022년 7월 종속회사인 페달포인트홀딩스를 통해 지분 73%를 4324억원에 인수한 기업이다. 당시 고려아연은 페달포인트홀딩스에 주주배정 유상증자로 인수자금을 제공한 후, 페달포인트홀딩스가 이그니오 지분을 매입하는 구조로 지분 인수를 단행했다.

고려아연이 이그니오의 잔여지분까지 모두 매입해 완전 자회사로 편입한 것은 4개월 후인 2022년 11월이다. 이때 고려아연이 추가로 투입한 금액이 1495억원임을 고려하면, 고려아연이 이그니오 인수에 투입한 금액은 총 5800억원에 달한다. 고려아연은 잔여지분 인수 전 이그니오가 2021년 말 기준 매출 637억원, 당기순이익 33억원을 기록했다고 잠정 공시하기도 했다.

MBK가 꾸준히 주장한 '이그니오 미스터리'는 여기부터 시작됐다. 고려아연이 이그니오를 완전히 인수한 후 공시된 보고서에서는 2021년 이그니오의 실적이 매출 29억원, 당기순손실 48억원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두 보고서에 차이가 있다면 손실보고서는 외부 감사를 받은 후 결과다. 다만 같은 연도 실적에서 수치가 크게 줄어든 것은 물론, 흑자기업이 적자기업으로 변모한 셈이다.

결국 MBK가 제기한 이그니오 미스터리는 고려아연이 이그니오 인수 과정에서 실적에 대한 괴리가 컸음을 인지하고도 잔여지분 인수까지 무리하게 강행해 주주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린 것에 대한 책임을 져야한다는 의미로 비춰진다. 영풍도 입장문을 통해 "(이그니오는) 과연 5800억원의 가치가 있는 회사인지 의문이 드는 상황"이라며 "완전 자본잠식 회사를 매출의 약 202배의 가격에 사들인 것"이라고 지적했다.

반면 고려아연의 입장 역시 확고하다. 고려아연이 7월에 공시한 2021년 매출은 이그니오 전체 매출의 합산이며 11월 공시 매출은 이그니오 내부에 속한 이그니오프랑스의 단독 매출이라는 것으로, MBK·영풍이 사업 구조도 모른채 숫자를 왜곡했다는 해석이다.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는 29일 입장을 통해 "(MBK·영풍의 이그니오에 대한 주장은) 사업 몰이해가 심각하다"며 "고려아연은 연간 4만톤 동 생산 능력을 100% 재활용 원료를 사용해 연간 15만톤으로 증산하는 계획을 세웠다. 용도를 다한 폐기물을 원료로 하는 사업인 만큼 전자폐기물 관련 기업 인수를 검토해 왔고, 2022년 세계 최대의 전자·전기폐기물 발생국인 미국과 프랑스에 소재한 이그니오를 인수함으로써 현지화를 통한 원료의 안정적 수급 능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공개매수 마감을 앞두고 이그니오를 둘러싼 양측의 공방이 격해지자 자칫 거래량이 과열되는 분위기로 이어져 주주나 투자자들에 혼돈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MBK·영풍은 다소 악의적인 해석을, 고려아연은 이그니오 인수 후 공시에서 부실 공시 의혹에서 자유롭기 어렵다는 정도로 볼 수 있다"면서도 "경영권 분쟁이 이미 비방전으로 번진 상황에서 서로 민감한 이슈에 대해 격한 반응을 지속적으로 보인다면 공개매수 마감일을 앞두고 거래량을 높여 주가 변동성을 과도하게 높일 여지가 있다"며고 말했다.

한편 세계 1위 비철금속 제조기업인 고려아연은 1949년 설립 후 영풍 장씨일가와 고려아연 최씨일가가 75년간 한지붕 두 가족으로 동업 관계를 유지해 왔다.

다만 후대로 이어지면서 양측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고, 지난달 13일 MBK와 손을 잡은 영풍이 주당 66만원(26일 75만원으로 인상)에 고려아연 지분 최대 14.61%에 대한 공개매수를 선언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본격화됐다. MBK와 영풍의 공개매수 마감일은 오는 4일이며, 고려아연은 이를 막기 위해 대항 공개매수나 자사주 매입 등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종가는 68만8000원이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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