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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이번 주 분수령…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향배는?

  • 경제 | 2024-09-30 10:30

고려아연, 인용 시 대항 공개매수 전망…기각 시 자사주 매입으로 방어 가능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지난 27일 영풍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영풍·고려아연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지난 27일 영풍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장형진 영풍 고문(왼쪽)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영풍·고려아연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이 이번 주 분수령을 맞는다. 공개매수 마감일인 다음달 4일 전까지 2거래일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법원의 고려아연 회장 측의 자기주식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 결과도 곧 나올 예정이다. 영풍과 MBK 파트너스가 법원에 낸 가처분 신청 결과에 따라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은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30일 업계와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지난 27일 영풍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과 박기덕·정태웅 대표,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MBK와 다음 달 4일까지 공개매수를 진행하는 영풍 측은 지난 13일 고려아연 최 회장 측이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을 막아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영풍은 추석 연휴 기간이 지난 19일 이를 취하했다가 같은 날 다시 제기했다.

최 회장 측은 공개매수 기간에 연휴가 겹쳐 대응할 거래일이 짧다며 신속히 결정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반면 영풍 측은 이는 사전 협의사항이라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30일 오전까지 자료를 내면 최대한 빨리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영풍 측은 최 회장 측이 공개매수 기간 자기주식을 취득하는 것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140조에서 규정한 별도 매수 금지의무와 이사의 선관주의의무를 위반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주식 시세조종 행위가 될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

자본시장법 140조는 공개매수자(그 특별관계자 및 공개매수사무취급자를 포함)는 공개매수공고일부터 그 매수 기간이 종료하는 날까지 그 주식을 공개매수에 의하지 않고는 매수 등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한다.

영풍과 75년 동업 과정 속 특별관계자로 묶였던 최 회장 측은 19일 주식 등의 대량보유상황보고서를 제출하며 자본시장법상 특별관계자가 해소됐다고 공시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최 회장 측이 직접 지분 매입 등을 통해 영풍·MBK에 대응하려는 움직임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심문에서는 자본시장법상 특별관계자 여부가 쟁점이 됐다. 영풍 측은 자본시장법 시행령상 △주식 등 공동 취득·처분 행위 △주식 등 공동 또는 단독 취득 뒤 상호양도 또는 양수 △의결권 공동 행사 행위에 해당하지 않음을 증명하지 않아 특별관계자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자기주식 취득 행위는 선관주의 의무를 위반하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민법상 선관주의 의무는 지위에 따라 거래상 보통 일반적으로 요구되는 정도의 주의를 말한다. 최 회장 개인을 위해 회사 재산이 사용되는 것으로 선관주의 의무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영풍과 MBK 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경영권 확보에 나선 가운데 지난 24일과 27일 각각 고려아연 이제중 부회장(우)과 영풍 강성두 사장(좌)이 기자회견을 열고 여론전에 나섰다. /이새롬 기자
영풍과 MBK 파트너스가 고려아연 지분 공개매수를 진행하며 경영권 확보에 나선 가운데 지난 24일과 27일 각각 고려아연 이제중 부회장(우)과 영풍 강성두 사장(좌)이 기자회견을 열고 여론전에 나섰다. /이새롬 기자

반면 최 회장 측은 영풍이 MBK와 경영협력계약을 체결한 것은 최 회장 측과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지 않기로 약정한 것이라며, 특별관계자 지위가 해소됐다고 강조했다. 올해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놓고 충돌한 점도 특별관계자 지위 해소 성격이 있다고 말했다.

최 회장 측은 별도 매수 금지 규정이 적용된다고 할지라도 공개매수가 구체적 조건에 따라 일반에 공개되고, 당국에 엄격한 규제를 받기에 금지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금지는 공정한 경쟁 촉진에 반하고 투자자 정당한 이익을 박탈하는 것이라고 했다.

고려아연이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자기주식취득 신탁계약을 맺으며 피신청인 자격이 된 한국투자증권은 신청을 기각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계약 수탁자로서 위탁자인 고려아연의 적법한 운용 지시가 있으면 이를 이행하는 지위만 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법원 결정으로 고려아연이 자본시장법상 영풍의 특별관계자 지위 여부가 확인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별관계자 지위를 인정하는 인용 결정이 나오면, 최 회장은 자사주 매입을 통한 대항 공개매수 등 대응이 불가능해질 전망이다. 최 회장 반격을 막는 효과를 내는 셈이다.

아울러 최 회장이 본인 경영권 강화를 목적으로 자기주식을 취득하려는 행위라는 영풍 주장이 설득력이 있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영풍 측은 공개매수를 통한 경영권 확보 의미를 '고려아연 경영 정상화'라고 주장해 왔다. 다만 일부 인용 가능성도 있다.

고려아연으로서는 자사주 매입을 제외한 대항 공개매수 방식 등으로 수비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고려아연은 지난 25일 기업어음(CP)을 발행해 4000억원을 확보한 상태다. 배임 논란을 고려해 대항 공개매수 시 운전대를 누가 잡을지도 고민할 영역이다.

반면 기각 결정이 나오면 최 회장 측은 자사주 매입을 통해 방어에 나설 길이 열린다. 여러 해 호실적을 거두며 풍부한 현금을 확보한 고려아연의 최 회장 측은 자사주 매입으로 경영권 방어를 할 수 있는 셈이다. 외부 세력 개입 가능성도 떨어지게 된다. 다만 배임 소지가 있다.

법원은 이르면 이날 늦은 오후, 늦어도 다음 달 2일 결정을 내릴 예정이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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