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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T 연구소, 노소영 '사교장'됐다…일터 빼앗긴 회사만 '배임' 걱정

  • 경제 | 2024-09-30 00:00

서울 장충동 SKT 연구소 무단 점유 논란
'타작마당' 비울 생각 없어…SKT 배임 우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타작마당'이라고 불리는 서울 중구 장충동 SK텔레콤 연구소를 무단 점유하고, 인재 양성 프로그램 공간이 아닌 개인의 사교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새롬 기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타작마당'이라고 불리는 서울 중구 장충동 SK텔레콤 연구소를 무단 점유하고, 인재 양성 프로그램 공간이 아닌 개인의 사교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장병문·이성락 기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SK텔레콤(SKT)의 연구소를 무단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나아가 이 장소를 '인재 양성'이라는 당초 목적이 아닌 사실상 '사교장'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해당 연구소를 소유하고 있는 SK 측은 그동안 노 관장 측에 수차례 문제 제기를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노 관장의 연구소 무단 점유가 지속되면서 '배임'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30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 노 관장과 아트센터 나비 측은 서울 중구 장충동에 있는 SKT의 연구소를 무단으로 점유 중이다. 약 100억원에 달하는 현금성 자산과 경복궁 인근 단독 건물 등을 가지고 있음에도 어떠한 금전적 책임 없이 회사 공간을 무단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이혼 소송을 진행하며 SK를 겨냥, 여러 리스크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 장본인이 회사 소유 자산을 계속 활용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재계 안팎의 평가도 나온다.

노 관장이 SK 건물을 무단으로 점유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2019년 임대차 계약이 종료됐음에도 아트센터 나비 사무실을 비우지 않고 서울 종로구 SK 본사 서린빌딩 4층을 무단으로 점유해 왔다. 4년 넘게 퇴거 요구에 응하지 않던 노 관장과 아트센터 나비 측은 결국 법원 판결(6월 부동산 인도 청구 소송)에 따라 공간을 비우게 됐다. 노 관장 측은 SK이노베이션이 제기한 해당 소송을 이혼 소송과 연관 지어 여론전을 펼쳤으나 재판부는 "아트센터 나비에 명백한 과실이 있다"고 판단했다.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무단 점유한 장충동 SK텔레콤 연구소의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이새롬 기자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이 무단 점유한 장충동 SK텔레콤 연구소의 출입문이 굳게 닫혀 있다. /이새롬 기자

◆ 통섭형 인재 양성한다더니…10년간 장학금 지급 내역 없어

장충동에 있는 연구소의 공식 명칭은 'SK Telecom UX·HCI LAB'이다. 대지면적 1157.02m²(350평), 시가는 1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SKT는 경영경제연구소의 UX·HCI 연구 성과 창출 활용, 전문가들과의 네트워킹 등을 위해 지난 2012년 이곳을 매입해 리모델링 과정을 거쳤다. 노 관장과 아트센터 나비가 연구소로 들어온 것은 오픈 직후부터다. 연구소는 아트센터 나비와 디지털아트 분야 협업을 추진했고, 이 협업의 최고의사결정권자인 노 관장은 이곳을 '타작마당'이라고 불렀다.

당시 노 관장은 타작마당을 통해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타작마당 오픈 관련 기자간담회 내용을 살펴보면 노 관장은 "한국의 스티브잡스를 배출하겠다"는 포부와 함께 통섭형 인재를 매년 5명씩 선정해 1인당 5000만원씩 지원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그간 타작마당에서 진행된 프로그램 내용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아 10년 넘게 어떠한 성과를 거뒀는지 파악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0년(2013~23년)간 아트센터 나비의 공시를 보더라도 장학금 지급과 수혜자 등 타작마당을 거쳐 개인에게 제공된 지원 내용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아트센터 나비의 인재 양성 사업이 전무한 것은 아니다. 콘텐츠 창의 인재 멘토·멘티를 연결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다만 이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의 정책 사업으로, 타작마당 예산이 아닌 진흥원 예산으로 진행되고 있다.

'타작마당'에서 미래회, 태평양시대위원회 행사가 열렸다는 사실은 SNS 사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왼쪽부터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진은 미래회의 하우스 콘서트 모습. 세 번째와 네 번째 사진은 태평양시대위원회 인문학 수업에 연예인 등이 참석한 모습. /인스타그램
'타작마당'에서 미래회, 태평양시대위원회 행사가 열렸다는 사실은 SNS 사진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왼쪽부터 첫 번째와 두 번째 사진은 미래회의 하우스 콘서트 모습. 세 번째와 네 번째 사진은 태평양시대위원회 인문학 수업에 연예인 등이 참석한 모습. /인스타그램

◆ 타작마당, '노소영만의 사교장' 변질…SKT 상주 직원은 축출

더 큰 문제는 타작마당이 연구소 또는 인재 양성소가 아닌 사실상 노 관장의 개인 사교장으로 활용된 정황이 포착된다는 점이다. 연구소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노 관장이 이사로 있는 태평양시대위원회의 인문학 포럼이 매월 이곳에서 개최돼 왔다. 또 동생인 노재헌 변호사가 이사장으로 있는 동아시아문화센터의 한·중 수교 행사와 '재벌가 사모님들의 봉사 모임'으로 알려진 미래회의 미팅 등이 장충동 연구소에서 열린 것으로 파악된다.

태평양시대위원회는 강흥구 씨가 이사장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강 씨의 아내 김미희 씨는 고 김복동 전 국회의원의 장녀다. 김 전 의원은 노태우 전 대통령과 육사 11기 동기로 군사령부 참모장, 육군사관학교장 등을 역임했다. 노 전 대통령의 아내 김옥숙 여사는 김 전 의원의 동생이기도 하다.

또 미래회의 회장은 박지영 씨가 맡고 있는데, 그는 박철언 전 국회의원의 딸이다. 박 전 의원도 노 전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그는 5공 때 청와대 정무비서관, 안기부장 특별보좌관을 역임했고 노태우 정부 시절엔 국회의원, 정무1장관, 체육부장관을 지내며 '6공 황태자'로 불렸다.

노 전 대통령의 최측근들이 운영하는 단체가 타작마당을 활동 무대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밖에 노 관장 주변 인물과 단체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게재된 사진을 통해 연구소에서 사적 행사가 열리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방문자는 재벌가뿐만 아니라 각국 대사, 정치인, 종교인, 예술가, 교수, 음악인, 방송인 등 직업이 한 분야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노 관장이 다양한 영역에서 네트워킹을 구축하고, 나아가 법적 다툼 등 개인적인 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그들만의 모임 장소'로 타작마당 건물을 활용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노 관장은 이혼 소송이 본격화되자 SKT 직원을 타작마당에서 내쫓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SKT 연구소 상주 직원은 타작마당 건물에 현재 1명도 남아있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공동 연구가 진행된 2013~15년에는 SKT와 아트센터 나비가 연구소를 50대 50 비율로 사용했지만 2016년부터 SKT 직원이 1명으로 축소됐고 지난해 6월쯤부터는 노 관장 측 사람들로 완전히 채워졌다는 것이 복수 관계자의 설명이다.

집주인인 SKT가 타작마당 출입을 저지당한 일도 발생한 것으로 알려졌다. 두겁석 담장 일부가 무너져 안전 검사를 실시, 보수가 필요하다는 감리업체의 조언에 따라 SKT 측이 공사를 결정했으나 노 관장 측이 공사에 동의할 수 없다며 문을 걸어 잠갔다는 전언이다. 노 관장은 지난해 9월 SNS에 'Guess What(이게 뭐게?)'이라는 문구와 함께 자물쇠로 잠긴 대문 사진을 공개했다. 타작마당에서 찍은 것으로 추정되는 사진으로, 해당 게시물은 작성 몇시간 후 삭제됐다.

최근까지 장충동 연구소에서 타작마당 프로그램과 사적 행사가 열렸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더팩트> 취재진이 수차례 타작마당을 방문했으나 인적이 극히 드물다는 점만 알 수 있었다. 상주 직원을 한차례 만날 수 있었으나 해당 직원은 "(안에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SK텔레콤은 노소영 관장의 무단 점유가 자칫 '배임 논란'으로 확산되진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더팩트 DB
SK텔레콤은 노소영 관장의 무단 점유가 자칫 '배임 논란'으로 확산되진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더팩트 DB

◆ SKT '배임' 우려 크지만…"노 관장에 직언 불가능한 분위기"

SKT는 난처한 입장에 놓였다. 노 관장과 아트센터 나비 측이 비용 지불 없이 연구소 건물을 타작마당이라는 이름으로 10년 이상 이용하고 있어 자칫 배임 논란으로 확산될지 우려하고 있다. SKT는 연구소를 아트센터 나비에 대여해줄 당시 메세나(예술을 통한 사회공헌) 차원에서 별도 대여비를 받거나 구체적인 규정을 담은 계약을 맺지 않았지만 '임대료 0원'이 지속되고, 특히 해당 공간을 노 관장이 개인적 용도로 계속 활용한다면 문제의 소지가 충분하다는 지적이다.

SK 내부적으로 문제 제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노 관장 측에 사옥 안전문제, 배임 우려 등과 관련해 몇차례 내용 증명을 보냈으나 어떠한 답도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핵심 경영진 차원에서 노 관장 측에 공식적으로 계약을 요청하는 절차를 밟기엔 다소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SK 고위 임원을 역임한 한 관계자는 "회사 자산을 이미 자기 돈처럼 사용하는 노 관장에게 감히 정식 계약을 맺어야 한다고 직언할 수 없는 분위기였다"며 "노 관장과의 회의 때 말 한마디 잘못하면 어떤 방식으로든 좌천된다는 인식이 가득했다"고 말했다.

'연구소 무단 점유', '사교장 활용' 등의 논란이 지속되더라도 SKT 측이 소송전을 검토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서린빌딩 사례를 비춰봤을 때 노 관장 측이 재차 여론전에 나설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회사 실무급 매니저는 "소송을 제기하면 노 관장이 'SK에서 (본인을) 내쫓는다'는 여론전을 펼칠 수도 있다는 고민이 생긴다. 담당자들은 쉬쉬하며 넘어가길 바라는 것 같다"며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 절감을 위해 노력할 뿐인데 이런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는 것이 우려스럽다"고 밝혔다.

아트센터 나비 측은 타작마당 운영 현황, 무단 점유 논란과 관련한 <더팩트> 취재진 질문에 "말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답했다. 사실관계와 논란에 대한 입장 등을 확인하기 위해 노 관장 측 법률대리인과 연락을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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