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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풍 "고려아연이 '영풍 죽이기' 나서…오죽했으면 MBK와 손 잡았겠나"

  • 경제 | 2024-09-27 13:13

강성두 "고려아연, 향후 5~10년 안에 빈껍데기만 남을 것 같아"
"집안끼리 나눠서 경영할 규모 넘어서…전문경영인 체제로 가야"


강성두 영풍 사장이 2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대한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강성두 영풍 사장이 2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대한 기자회견을 위해 입장하고 있다. /이새롬 기자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MBK 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에 나선 영풍이 27일 "고려아연 흔들기가 아닌 같이 살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영풍 경영관리실장 강성두 사장은 27일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영풍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 설명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미소를 띠며 행사장을 찾은 그는 "향후 5~10년 고려아연이 빈껍데기만 남을 것 같다는 절박함이 있어 (공개매수에) 나서게 됐다"고 말했다.

강 사장은 행사 전 입장문에서 "영풍이 1대 주주 자리를 MBK 파트너스에 양보하면서 공개매수에 나선 이유를 단 한마디로 요약하면 '오죽했으면'이다"라며 "고려아연 올해 3월 주주총회에서 (최대주주인) 영풍 반대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정관 변경 안건이 무산되자 '영풍 죽이기'에 나섰다"고 했다.

앞서 영풍과 고려아연은 지난 3월 고려아연 주주총회에서 배당 결의안과 유상증자(신주발행) 대상 합작법인 제한 정관 변경안 등으로 표 대결을 벌인 바 있다. 배당 결의안은 고려아연 측이, 정관 변경안은 영풍이 이겼다.

강 사장은 고려아연이 75년 동업 상징인 서린상사(현 KZ트레이딩) 경영권을 일방적으로 가져간 것을 '영풍 죽이기'의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그는 "장세환 대표는 10년간 대표로 재직하며 서린상사를 내실 있는 회사로 발전시켰다. 고려아연은 인적분할을 제안했다가 협의를 중단하고 이사회를 독점 장악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고려아연이 서린상사 경영권 확보 이후에는 함께 거래해 온 고객사에 협박·회유해 영풍과 거래를 끊도록 압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강 사장은 "영풍 석포제련소가 곧 문을 닫을 것이다. 계속 거래하면 문제가 생겨 공급에 차질이 생길 때 고려아연이 공급해 줄 수 없다는 식으로 고객사를 압박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4월 일방적으로 황산 취급 대행 계약 갱신 거절을 통보한 점도 MBK와 손잡고 공개매수에 나선 결정적 계기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 20년 이상 사건·사고 없이 잘 유지돼 온 계약을 즉시 끊겠다는 것은 결국 석포제련소 목줄을 쥐고 흔들어 죽이겠다는 의도"라고 말했다.

경영권을 두고 고려아연과 영풍·MBK 파트너스의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강성두 영풍 사장이 2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새롬 기자
경영권을 두고 고려아연과 영풍·MBK 파트너스의 분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강성두 영풍 사장이 27일 서울 중구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대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새롬 기자

강 사장은 이날 기자회견 대부분을 질의응답에 할애했다. 기업 가치가 한도를 넘었다는 질문에 그는 "맞다고 생각한다. 한 번도 가지 못한 고지 너머에 공개매수가가 있다. 다만 경영권을 가져올 때 훨씬 이상 가치 있는 기업으로 만들 자신감 표현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MBK 파트너스와 손잡은 배경에 대해서는 과거처럼 장씨 집안과 최씨 집안이 나눠서 경영하는 시대가 끝났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려아연은 집안끼리 나눠서 경영할 규모를 넘어섰다. 전문경영인 체제로 가는 것이 맞겠다고 MBK에 제안했고 동의를 받았다"라고 말했다.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 이제중 부회장은 지난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영풍과 고려아연 갈등 시작에 대해 "영풍이 고려아연을 폐기물 처리장으로 만들고자 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강 사장은 "협의해서 없던 일이 된 사안을 언급한 것이다. 어불성설"이라고 일축했다.

영풍과 MBK 파트너스가 경영권을 장악하면 회사를 떠날 것이라는 이 부회장 등 고려아연 핵심 기술인력 발언에는 강도 높게 비판했다. 강 사장은 "MBK가 아니라 김정은이 들어와서 경영한다고 해도 회사를 지키겠다고 말했어야 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노동운동을 하며 노동조합 위원장 경험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강 사장은 이번 사태 전 금속노련 위원장을 만나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밝혔다. 그는 "노조와 시민이 걱정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중국 매각은 고려아연의 일종의 공격성 발언"이라고 설명했다.

고려아연 관계사 영풍정밀은 이사회 적법성을 문제 삼고 장형진 영풍 고문과 김광일 MBK 파트너스 부회장 등을 배임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이성훈 베이커매킨지코리아 변호사는 "2명 대표이사가 유고 상태지만, 3명 사외이사는 있어 과반으로 이사회 구성이 가능하다. 적법 절차를 거쳐 진행됐다"고 했다.

고려아연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중대재해처벌법 위반으로 대표이사 2명이 구속되고, 석포제련소가 60일 동안 문 닫을 위기에 처한 영풍 경영진은 기자회견을 할 때가 아니다"라며 "회사 일보다는 묻지마 빚투 설명에 매달리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영풍은 적대적 M&A 야욕을 이어가기 위해 3000억원을 무리하게 차입해 가며 MBK에 돈을 빌려줬다. 돈이 얼마가 들어도 상관없이 적대적 인수만 성공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라며 "과도한 차입으로 고려아연 기업 가치가 훼손되고 경쟁력이 떨어질 우려가 있다"고 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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