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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화재 피해 최소화, '안전 설계·과충전 방지·BMS 진단' 필요

  • 경제 | 2024-09-25 18:06

KAIA 주최 '전기차 화재 예방과 수요 확대 전략' 포럼
주차장 AI 기반 CCTV·습식 스프링클러 도입 추진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가 25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소비자단체(전기차사용자협회, 자동차시민연합, 컨슈머워치)와 공동으로 '전기차 화재 예방고 수요 확대 전략'을 주제로 제37회 자동차모빌리티산업발전포럼을 개최했다. /김태환 기자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가 25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소비자단체(전기차사용자협회, 자동차시민연합, 컨슈머워치)와 공동으로 '전기차 화재 예방고 수요 확대 전략'을 주제로 제37회 자동차모빌리티산업발전포럼을 개최했다. /김태환 기자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전기차 화재를 예방하려면 배터리 설계 단계부터 안전성을 극대화하고, 과충전을 방지하는 다양한 기술을 적용해야 한다. 배터리 관리 시스템(BMS)을 통해 사전에 배터리 이상유무를 파악하고, 주기적으로 배터리 상태를 점검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의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열에 반응해 작동하는 '습식 스프링클러' 도입과 더불어 인공지능(AI) 기반 CCTV로 신속히 상황을 파악해 선제 조치를 취해야 한다.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는 25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소비자단체(전기차사용자협회, 자동차시민연합, 컨슈머워치)와 공동으로 '전기차 화재 예방고 수요 확대 전략'을 주제로 제37회 자동차모빌리티산업발전포럼을 개최했다.

이번 포럼에는 권기환 현대자동차그룹 상무가 '전기차 화재 예방기술 적용 현황'을, 나용운 국립소방연구원 박사가 '전기차 화재 현황 및 대응방안'을, 권소담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자동차 화재 발생시 소유자의 책임'과 관련한 발표를 진행했다.

권기환 현대자동차그룹 상무가 25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전기차 화재 예방고 수요 확대 전략' 포럼에 참석해 전기차 화재 예방 기술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태환 기자
권기환 현대자동차그룹 상무가 25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전기차 화재 예방고 수요 확대 전략' 포럼에 참석해 전기차 화재 예방 기술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김태환 기자

권기환 상무는 현대자동차와 기아 전기차의 배터리 화재를 예방을 위해 △배터리시스템 안전 설계 △과충전 방지 기술 △배터리매니지먼트시스템(BMS) 사전 안전 진단 기술 △배터리 점검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권 상무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배터리 안전 설계와 관련해서는 '4중 안전 설계'를 도입했다. 1단계는 '셀 안전설계'로 배터리셀의 단락 방지 등을 위해 세라믹 코팅 분리막, 전해질 과충전 억제 설계 등을 도입한다. 2단계는 '배터리팩 시스템 보호' 기술로 과충전 발생시 하드웨어 차원에서 전력을 차단하고, 전압을 확인하는 '퓨즈' 등을 적용하게 된다.

3단계 'BMS를 통한 제어'로 전압과 전류, 온도 등 배터리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하고 상황에 맞는 역할 지시를 수행한다. 4단계로는 '차량제어기 협조제어' 기술이 도입되는데, 전기차에 적용되는 수많은 전장부품들이 BMS의 시스템 범위 내에서 충전되도록 연계해 제어하도록 설계된다.

과충전 방지 기술과 관련해 현대차그룹은 배터리셀 전체 에너지의 70%만 사용하도록 제어를 한다. 제어 기술은 총 3단계로 구성되는데 △1단계 충전 제어기 전류 제어 △2단계 BMS 실시간 모니터링을 통한 충전 중단 △3단계 물리적 안전 회로의 스위치 강제 차단으로 이루어진다.

1단계에서는 충전할 때 3.2V(볼트)~3.7V 제한값 이내에서 충전되도록 제어하며, 만일 이를 초과해 4.3V에 도달한 전압이 감지되면 2단계에서 충전을 중단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전이 지속될 경우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물리적 회로를 통해 충전 스위치를 강제로 차단한다.

BMS 사전 안전 진단 기술은 주행 중일때나 주차 상태,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도 배터리의 전압과 전류, 온도, 전기저항 등을 실시간으로 측정하는 기술이다.

특히 최근 지하주차장 전기차 화재의 경우 주행이 끝나고 시동이 꺼진 상태에서 발화가 나타났음을 감안하면, 시동이 꺼진 후의 BMS 진단이 필수적이라고 권기환 상무는 지적했다.

권 상무는 "시동이 꺼진 후 약 2시간 동안 BMS가 실시간 감시를 하며, BMS는 전기차에 탑재된 고전압 배터리가 아니라 12V 배터리를 통해 별도로 진단한다"면서 "2시간이 지나면 슬립 모드로 전환돼 10분 간격으로 웨이크업(깨어나)해 다시 진단하며 총 시간 60시간 모니터링을 한다"고 설명했다.

60시간으로 설정한 이유에 대해 권 상무는 "현대차 코나 전기차 화재 당시 '주차 중 화재' 사례 중 최악의 케이스가 60시간 후 화재였기 때문에 최소 60시간 모니터링을 유지하도록 만들었다"면서 "향후 고효율 반도체 소재로 시간 늘리는 방안을 검토·개발 중에 있다"고 말했다.

배터리 점검 서비스는 현대차와 기아가 지난 8월부터 제공하는 서비스로, 배터리 등 핵심부품을 무상으로 점검해주는 프로그램이다. 배터리의 저항과 전압 상태, 냉각시스템의 이상유무, 하부 충격에 의한 손상 여부, 케이블 및 커넥터 손상 점검 등을 제공한다.

권 상무는 "고밀도 에너지를 가진 배터리를 기반으로 운행하는 전기차 특성상 불이 100% 안 난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면서 "화재 발생 가능성이 있다면 화재가 날 것을 먼저 알고 미리 파악해서 배터리 이상이 화재로 이어지지 않도록 사전에 점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나용운 국립소방연구원 박사가 25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전기차 화재 예방고 수요 확대 전략' 포럼에 참석해 전기차 화재 소방과 관련한 대안 등을 설명했다. /김태환 기자
나용운 국립소방연구원 박사가 25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전기차 화재 예방고 수요 확대 전략' 포럼에 참석해 전기차 화재 소방과 관련한 대안 등을 설명했다. /김태환 기자

나용운 국립소방연구원 박사는 "잘못된 정보가 너무 많이 노출돼 국민들의 (전기차 화재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됐다"면서 "소방대원들이 전기차 화재 현장에서 불을 못 끈적이 단 한번도 없다고 말씀드리고 싶다"고 주장했다.

나용운 박사는 전기차 화재의 원인 중 하나로 '온도'를 지적했다. 교통사고로 인한 전기차 화재를 제외하고 충전 중 화재, 주차 중 화재를 분석해보면 여름에 전체 화재의 50% 이상이 집중됐으며, 전국적으로는 대구광역시에 화재가 가장 많았다. 단순히 온도가 높아서 문제가 되는게 아니라, 극심한 일교차 등 온도 변화의 폭이 클수록 화재 위험이 높다는 진단이다.

실제 대구의 경우 전기차 1만대당 화재 건수는 3.31대로, 경기도(1만대당 0.85대), 제주(1만대당 0.42대)보다도 월등히 많았다.

나 박사는 "전기차 배터리에 충격을 주는 다양한 원인 중 온도의 변화 폭이 넓을수록 배터리에 충격이 가해질 수 있다"면서 "대구의 경우 영하 10도부터 영상 40도까지 온도 변화 범위가 매우 넓기에 화재가 많았지만, 제주도의 경우 0도에서 30도 사이의 온도 변화로 대구보다 폭이 좁아 상대적으로 적다고 분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급가속, 급감속 등 배터리에 부하를 주는 운행도 열 관리에 부담을 주는데, 제주의 경우 '풀악셀'을 밟아 가속할만큼 마땅히 넓은 도로가 적었던 것도 화재가 상대적으로 적은 원인으로 분석된다"면서 "최근에는 뜨거운 여름이 오기 전 날씨가 따뜻해지기 시작하는 봄에도 화재가 늘어나는 경향이 발생하는 등 온도 변화가 화재 확률을 높이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덧붙였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진화 방법과 관련해 나 박사는 초기진압과 완전진압으로 나누어진다고 설명했다. 초기진압은 배터리가 위치한 차량 하부에 물을 뿌리고 질식소화포를 덮어 불이 번지는 것을 막는 '화재 지연' 절차다. 완전진압은 안전한 장소로 차량을 이송하거나 이동식 수조를 만들어 담궈 화재를 무력화시키는 방안이다.

시설 측면에서 전기차 화재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습식 스프링클러 설치'와 'AI CCTV 도입'을 제시했다. 습식 스프링클러는 일정 수준 이상의 온도를 감지할 경우 즉시 물을 분사하는 시스템으로, 인위적인 개입이 최소화된다. AI CCTV는 지하주차장 곳곳에 설치된 CCTV로 차량의 연기나 화염이 감지되면 즉각 확인 후 관계 기관에 통보해 골든타임을 확보할 수 있다.

권소담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25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전기차 화재 예방과 수요 확대 전략' 포럼에 참석해 차량 화재 시 소유자의 법적 책임 범위에 대해 발표했다. /김태환 기자
권소담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가 25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전기차 화재 예방과 수요 확대 전략' 포럼에 참석해 차량 화재 시 소유자의 법적 책임 범위에 대해 발표했다. /김태환 기자

권소담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차량 화재가 발생할 경우 소유자의 법적 책임 범위에 대해 설명했다.

권 변호사는 민법 제758조에 의거해 자동차 소유자는 공작물 책임을 가지며, 손해가 발생했을 때 소유자가 1차 책임자가 된다고 말했다. 다만 모든 책임을 다 지는게 아니라 공작물 위험성에 비례해 사고 방지를 위한 책임을 다했는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와 더불어 '제조물 책임법'으로 인해 차량 제조사와 배터리 제조사 등 '제조업자'도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제조물(차량)을 제조·가공한 제조자, 원재료 및 부품 제조업자, 수입업자도 동등한 책임 주체이며, 특히 결함을 중심으로 한 위험 책임 원칙이 적용된다. 만일 결함이 있어 손해를 끼쳤다는 인과관계가 입증되면 제조업자가 책임을 지게 된다.

아울러 상법 제665조로 인해 손해보험자의 책임도 있다. 이를 통해 보험회사들이 우선으로 손해를 배상하고, 누구에게 최종적으로 책임이 있는지를 가려낸 뒤 보험회사가 구상권을 청구하게 된다.

권 변호사는 화재 발생 시 차량 소유자의 책임은 '사회통념상 인정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의무를 다했는지'에 따라 결정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차량 소유자의 지배관리하에 있는 영역이 아닌 부분에서 화재가 날 경우에는 차량 소유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없다"면서 "엔진이나 배터리 등 핵심 부품은 소유자 책임이 아니다는 판결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권 변호사는 "어디까지가 차량 소유자의 지배 영역인지를 미리 다 인지해서 지키는 것은 쉽지 않다"면서 "제작사 차원에서 차량 소유자는 평소 어떤 점검을 하고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매뉴얼을 제공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조언했다.


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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