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첫 기자회견서 경영권 방어·대항 공개매수 언급 없어
주가는 이틀 연속 하락 후 장 초반 강보합권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MBK파트너스(MBK)·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고려아연이 첫 기자회견을 열었지만 주주들은 갸우뚱한 표정을 짓고 있다. 주주들이 궁금해할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의혹들이나 경영권 방어를 위한 대항 공개매수 등에 대한 계획을 밝히지 않아 알맹이가 빠졌다는 평가가 나와서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고려아연은 24일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고려아연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는 이제중 부회장과 고려아연 핵심 기술 인력으로 불리는 20명이 참석해 자리를 메웠다.
마이크를 잡은 이제중 부회장은 기자회견을 통해 고려아연의 우수한 기술성을 강조하면서도 영풍의 우군으로 참전한 사모펀드 운용사 MBK를 '중국 자본', '적대적'으로 칭하며 저격하는 듯한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또한 영풍의 경영 문제와 고려아연의 경영 성과를 비교하면서 최 회장 등 현 경영진이 고려아연을 앞으로도 경영해야 한다는 것에 대한 정당성을 부여했다.
이제중 부회장은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에서 오로지 우리 기술과 열정으로 세계 최고의 비철금속 기업으로 우뚝 섰다"며 "MBK라는 투기 자본이 중국 자본을 등에 업고 고려아연을 집어삼키려 한다. 고려아연의 모든 임직원은 이번 적대적 인수합병(M&A)을 결사코 막아낼 것이다. MBK는 고려아연을 경영할 수 없고 그렇게 된다면 다 그만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날 고려아연의 기자회견 이후 주주들 사이에서는 다소 의아하다는 반응이 불거졌다. 무엇보다 경영권 분쟁의 핵심 인물인 최 회장이 참석하지 않았고 MBK·영풍이 제기한 고려아연의 원아시아파트너스 등 사모펀드 투자 결정, 해외 자회사인 이그니오 홀딩스 투자 결정, 씨에스디자인그룹(현 더바운더리)과 인테리어 계약 체결 과정에서 막대한 손실을 보았다는 의혹들에 대해서는 언급이 없어서다.
MBK·영풍의 공개매수에 대항할 경영권 방어에 대한 답변도 시원치 않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룬다. 심지어 주주들이 가장 궁금해했던 사안인 대항 공개매수 계획은 언급조차 없었다. 고려아연 주가가 MBK·영풍의 공개매수가(66만원)를 훌쩍 뛰어넘었기 때문에 고려아연이 대항 공개매수에 나선다면 MBK·영풍이 수세에 몰려 공개매수가를 인상하거나 공개매수 자체를 철회할 가능성도 높았기 때문이다.
이에 이 부회장은 "최윤범 회장도 적당한 시기에 기자회견을 한다고 본다. 차분히 진행되고 있으며 분명히 이긴다"고 말했다.
고려아연의 첫 기자회견은 소위 판이 깔렸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지자체인 울산시를 포함해 울산 내 문화예술·시민단체, 정치권, 일부 소액주주, 노조, 임직원 등 각계에서 고려아연을 지지하고 나섰기 때문에 여론전과 비방전 양상으로 치닫는 경영권 분쟁에서 주주들에 어필할 좋은 기회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려아연 주가는 기자회견 이후 하락하면서 다시 60만원대로 내려왔다. 25일 장에서도 하락 출발했으나 장 초반 소폭 오르면서 강보합세에 그치고 있다. MBK·영풍 입장에서는 공개매수가로 근접해 가고 있는 주가는 반갑기만 하다. 고려아연 측이 빠르게 대항 공개매수에 나서거나 주주들의 마음을 돌릴 확실한 카드를 꺼내지 않으면 내달 4일까지 예고된 MBK·영풍의 공개매수가 그대로 성사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MBK·영풍 역시 고려아연 임직원과 노동조합, 고객사 등에 진정성을 호소하고 있다. MBK는 고려아연 기자회견 직전 입장문을 통해 "회사 성장의 원동력이었던 수많은 임직원과 노동조합의 헌신과 노력은 존중받아야 하고 정당히 평가돼야 한다. 고려아연 임직원들의 고용 안정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개선하고자 하는 것은 최윤범 회장에 의해 무너진 기업 경영 시스템을 바로 세우는 일, 즉 이사회 기능을 중심으로 기업 지배구조를 개선하는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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