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10일 간 거래량 중 절반 이상이 '개미'
"변동성 확대 따른 손실 주의해야"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MBK파트너스(MBK)와 손잡고 공개매수에 나선 영풍과 이를 막고자 하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분쟁 양상이 격화되면서 지난 10일간 거래량 중 절반 이상을 차지한 '개미(개인 투자자)'들의 고심도 깊어지고 있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9분 기준 고려아연은 전 거래일 대비 4.84% 내린 68만9000원에 거래 중이다. 지난 10일부터 20일까지 5거래일 간 연속 상승했으나 이틀째 하락하고 있다.
고려아연의 최근 주가 흐름은 MBK·영풍의 공개매수 발표 전후로 극명하게 갈린다. 이달 9일까지 50만원 초반대에 횡보하던 주가는 12일 장 마감 후 영풍이 MBK파트너스와 주당 66만원에 지분 최대 14.61%를 공개매수 하겠다고 밝히자 하루 만에 11만원 오른 66만6000원(13일 종가)까지 올랐기 때문이다. 단숨에 MBK·영풍이 제시한 공개매수 가격권까지 뛰었으니 시장은 MBK와 영풍의 승리 가능성을 높게 본 것으로 해석됐다.
이후 고려아연 주가는 공개매수가인 66만원보다 더욱 치솟았다. 여기에 지자체, 정치권, 노조, 일부 소액주주들이 고려아연을 지지하고 나섰고, 김두겸 울산시장을 비롯한 울산 문화·시민단체 곳곳에서 '고려아연 주식 사기 운동'으로 고려아연에 힘을 보태면서 분위기도 혼전 양상에 접어들었다. 하루가 멀다고 MBK·영풍 측과 고려아연 측이 입장문을 내면서 첨예한 대립각을 세우는 계기가 됐다.
결국 주가는 20일 종가 기준 공개매수가보다 7만5000원 높은 73만5000원을 기록했다. 경영권 분쟁 양상을 지켜보던 투자자들이 고려아연의 저항이 만만치 않고 대항 공개매수 등을 통해 맞불을 놓는다면 양측이 서로 공개매수가를 더 높게 부르는 '쩐의 전쟁'이 열릴 수도 있다는 기대감이 시장에 깔려버린 영향이다.
소액주주들도 공개매수를 호재로 인식하면서 지갑을 대거 열었다. 실제로 MBK·영풍이 공개매수를 하겠다고 밝힌 이후 13일부터 23일까지 10일간 총 거래량(293만3086주) 중 절반이 훌쩍 넘는 59.16%(173만5462주)는 개미들의 몫이었다.
동시에 개미들의 우려가 깊어지는 배경이 됐다. 이미 프리미엄을 탄 공개매수 모멘텀이 사라진다면 주가가 곤두박질칠 수 있어서다. 공개매수 자체도 MBK·영풍이 제시한 공개매수가 66만원을 훌쩍 넘은 채로 마감 기한인 내달 4일까지 주가가 유지된다면 철회될 가능성이 높다. 기관 역시 공개매수에 응하더라도 저가 매도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이에 시선은 고려아연의 대항 공개매수와 MBK·영풍의 공개매수가 인상 여부 등에 쏠린다. 고려아연은 MBK·영풍이 공개매수를 하겠다고 밝힌 이후 처음으로 입장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열었고, MBK·영풍은 "고려아연의 임직원 고용안정에 최선을 다하고 중국에 매각하는 일은 없다"면서도 "공개매수가를 인상할 계획은 없다"고 답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고려아연이 당장 공개매수로 맞불을 놓지 않더라도 MBK·영풍의 공개매수 마감 기한인 내달 4일까지 보름가량이 남았기 때문에 다시 대책을 세울 시간은 충분하다. MBK·영풍도 경영권 지분 확보를 위해 반드시 공개매수에 성공해야 하는 시점이다"면서도 "양측이 공개매수 가격 조정으로 다시 불을 지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래저래 변수가 많은 시점이다. 투자자들은 변동성 확대에 따른 손실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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