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차례 조정기일 열렸으나 결렬…영풍, 직후 MBK와 손잡아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영풍이 고려아연의 황산 취급 계약 관계 종료를 막아달라며 신청한 가처분 사건이 조정에 회부됐으나 결렬되자, 법원이 유예기간을 1년 6개월 두는 강제조정을 결정했다. 영풍의 황산 수출이 당장은 숨통이 트였지만 향후 영풍과 고려아연 측의 이의신청 여부와 양측간 경영권 분쟁의 향배 등은 영풍의 황산 수출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3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법은 지난 11일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거래거절 금지 예방 가처분 조정 사건에 대해 조정을 갈음한 결정(강제조정)을 했다. 지난달 28일과 지난 11일 각 조정기일이 진행됐으나, 양측은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법원의 강제조정 결정이 나온 직후 영풍은 MBK 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에 나섰다.
같은 법원 민사합의50부는 지난 7월 한 차례 심문기일을 진행하고, 조정 회부 결정을 했다. 조정은 분쟁 당사자가 서로 협상해 자발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도록 중립적인 제3자가 도와주는 절차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원은 직권으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에 당사자로부터 이의신청이 제기되면 조정 절차는 불성립으로 종결되고 소송으로 복귀해 절차가 진행된다. 정본이 송달된 날부터 2주일 이내 이의를 신청할 수 있다. 영풍 측에 지난 19일, 고려아연 측에 지난 20일 정본이 송달됐다.
법원은 유예 기간을 1년 6개월로 강제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영풍 관계자는 "구체적인 내용을 밝히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의신청 제기 여부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앞서 영풍과 고려아연은 황산 취급 대행 계약을 맺고 20년 동안 1년 단위로 갱신해 왔다. 영풍은 석포제련소에서 아연을 생산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부산물 황산을 울산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황산 탱크와 파이프라인을 통해 수출해 왔다.
지난 4월 고려아연은 6월 30일로 만료되는 황산 취급 대행 계약을 안전상 문제가 있다며 갱신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다만 영풍이 자체 시설을 마련하도록 일정 기간 유예기간을 주겠다고 설명했다. 반면 영풍은 고려아연이 일방적으로 계약 갱신을 종료했다고 주장했다.
영풍은 지난 6월 20일 고려아연을 상대로 불공정거래행위 예방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7월 2일에는 거래거절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영풍은 황산 처리 대행 없이는 석포제련소 운영이 불가능하고, 자체 시설을 마련하려면 7년 이상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영풍과 고려아연 사이에는 본격적인 경영권 분쟁이 발생한 상태다. KZ트레이딩(구 서린상사) 경영권을 빼앗긴 영풍은 사모펀드(PEF) 운용사 MBK 파트너스와 손잡고 고려아연과 고려아연 주요 관계사 영풍정밀 공개매수에 나섰다.
영풍은 지난 11일 황산 계약 가처분 사건 조정 결렬 다음 날인 12일 MBK파트너스와 손잡고 75년 장씨 가문과 최씨 가문 동업 관계를 종료한다고 밝혔다. MBK파트너스 특수목적법인(SPC) 한국기업투자홀딩스과 고려아연 주식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영풍 측은 영풍정밀 공개매수도 진행한다고 말했다. 영풍은 자사주 취득 금지 가처분 신청도 낸 상태다. 아울러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에게 제기된 사모펀드 투자 배임과 SM엔터테인먼트 주가조작 의혹 등을 살펴보겠다며 회계장부 등의 열람 등사 가처분 신청을 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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