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아연 "사외이사만 '중대결정' 문제"
영풍 "적법 절차, 오히려 투명"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영풍과 MBK 파트너스가 손잡고 고려아연 경영권 확보를 위한 주식 공개매수에 나선 가운데 영풍 장씨 집안과 고려아연 최씨 집안이 이사회 적법성을 두고 충돌했다. 공개매수 이후를 내다본 명분 싸움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려아연 주요 관계사 영풍정밀은 지난 19일 배임 혐의로 영풍 장형진 고문과 사외이사 3명, MBK 파트너스 법인과 김광일 부회장을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영풍정밀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가 최대주주로 경영하고 있는 회사다. 영풍 지분 4.39%를 보유하고 있다.
최윤범 회장 측은 영풍 이사회가 주주총회 특별결의 등 적법한 절차를 거치지 않은 채 캐시카우(현금 창출원) 역할을 해온 고려아연 지분 절반 이상을 (MBK 파트너스에) 처분한 중대한 결정이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박영민·배상윤 영풍 대표는 경북 봉화 석포제련소에서 발생한 중대재해로 구속된 상태다.
사외이사 3명만 남아있는 비상경영체제에서 영풍 이사회가 중대한 결정을 한 것은 잘못됐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사외이사인 박병욱 회계법인 청 대표와 박정옥 설원복지재단 이사, 최창원 전 국무총리실 제1차장 등도 피고소인 명단에 올렸다. 최 회장 측은 배후에 장형진 고문이 있다고 보고 있다.
이사회 적법성에 대한 법원 판단도 받아보겠다는 입장이다. 최 회장 측은 이사회의사록 열람 등사 청구와 회계장부 열람 등사 청구 및 경영협력계약 무효 확인 가처분 등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영풍 이사 직무집행정지 가처분도 제기해 절차적 위법성을 부각하고 있다.
반면 영풍·MBK 파트너스는 적법한 결의에 따른 주식 공개매수 등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영풍 측은 "이사회 구성원이라면 사내이사나 사외이사 구분 없이 이사 지위를 동등하게 보유하게 된다. 사외이사 중심 결정이 더 독립적이고 객관적인 경영이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간 제기된 최 회장 의혹 배경은 이사회 기능 상실에 있다고 주장했다. 영풍 측은 △원아시아파트너스가 운용한 사모펀드 투자 관련 배임 △SM엔터테인먼트 주가 조작 관여 △이그니오홀딩스 투자 관련 선관주의의무 위반 등 의혹을 제기한 상태다.
영풍·MBK 파트너스는 "최 회장은 이사회를 무력화했고 이사회 기능은 심각하게 훼손됐다. 사외이사진에는 원아시아파트너스 지창배 대표가 운영했던 청호컴넷 사외이사를 역임했던 것으로 알려진 K대 교수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완전자본잠식 상태인 이그니오홀딩스를 약 5800억원(지난 2021년 매출 29억원 대비 200배 이상)으로 인수한 과정도 이사회는 무력화돼 기능을 발휘하지 못했다. 상세한 가치평가 내역이나 정보가 전달되지 않았으며, 장 고문 측 투자보고서 요구도 묵살했다"라고 말했다.
영풍 측은 지난 13일 배임 의혹 등을 살펴보겠다며 서울중앙지법에 고려아연을 상대로 회계장부 등 열람 및 등사 가처분 신청을 냈다. 서울남부지검은 고발장을 받아 최 회장을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등으로 수사 중이지만, 영풍은 추가 자료를 확보해 조치할 것으로 보인다.
영풍정밀이 장형진 고문 등을 배임 혐의로 고소한 사건은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김용식 부장검사)에 배당됐다. 다만 양측이 제기한 민사 소송이나 형사 고소·고발은 공개매수 이후 윤곽이 드러날 전망이다.
영풍과 MBK 파트너스가 공개매수를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MBK 파트너스는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글로벌 독립리서치플랫폼 스마트카르마가 MBK 파트너스의 재무건전성 등 우려를 타당하다고 분석했다고 밝혔다.
스마트카르마는 "지난 몇 년간 고려아연 부실 투자는 회사를 가장 압박하는 우려사항 중 하나"라며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 건이 재무적으로 말이 되지 않기 때문에 이에 대한 MBK 우려는 특별히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고려아연은 오는 24일 기자회견을 열고 75년 동업 관계를 이어온 영풍 장씨 집안과 관계가 틀어진 배경과 경영권 분쟁 대응 계획을 밝힐 전망이다. 기자회견은 최 회장 측근이 이제중 부회장이 주도할 것으로 알려졌다.
최 회장은 추석 연휴 전후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을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일각에서는 고려아연 지분 7.67%를 보유한 한화 측이 최 회장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도 나왔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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