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재채용 지속해 글로벌 시장 경쟁력 확보 나서
"ESS 분야 진출 확대 등 전기차 의존도 낮춰야"
[더팩트ㅣ오승혁 기자] 국내 배터리 업계가 계속 확산되는 전기차 포비아(공포증)에도 불구하고 투자 지속과 인재채용을 통한 경쟁력 강화에 나서고 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SK온은 신입 공개 채용과 경력직 수시 채용 등을 진행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연이은 화재 사고로 인해 대중들 사이에서 전기차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전기차가 내연기관 차량을 대체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국내 배터리 3사가 인재에 투자한다고 본다.
삼성SDI가 오는 11일까지 하반기 3급 신입사원 공채 서류 접수를 받는다. 삼성SDI는 올해 채용연계형 계약학과인 배터리공학과를 신설한 만큼 오는 2026년부터 10년간 매년 30명 규모로 신입생을 선발하고 4년간 배터리 산업 전반을 아우르는 교육을 제공한 뒤 이들에게 삼성SDI에 입사할 수 있는 혜택을 부과한다.
삼성SDI는 지난달 미국 보스턴에서 올해 첫 '테크&커리어 포럼' 행사를 열고 주요 경영진들이 석박사급 인재를 초청해 우수 인력을 채용하기 위한 행사를 펼쳤다. 전기차 캐즘으로 인한 산업 축소 우려가 컸던 지난달에도 미국에서 인재 유치에 나선 모습이다.
HR테크기업 인크루트가 지난달 국내 기업 800여곳을 대상으로 하반기 채용 동향을 조사한 결과 국내 대기업 중 채용 계획을 확정 지은 곳은 35.0%에 불과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이뤄진 조사 결과에 비해 43.8%가 낮아졌다.
글로벌 경제 위기 장기화로 인해 많은 기업들이 채용 계획을 축소하고 공채 제도를 폐지했기에 삼성SDI의 이번 채용에 예년에 비해 더 많은 지원자가 몰릴 가능성이 크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달 22일까지 하반기 생산기술, 연구개발(R&D) 신입사원과 ESS전지 시스템 설계 및 관리운영(O&M) 부문 경력사원 지원자를 모집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외에도 하반기 연구개발 산학장학생과 2025년 전기 연세대 이차전지융합공학협동과정, 고려대 배터리-스마트팩토리학과 신입생을 찾는다.
SK온도 배터리 공정 및 연구개발 등의 직군에서 경력 및 신입박사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대부분의 채용이 올해 말까지 지원자를 받으며 공고에서 전공과 직무 경험 등의 필요 역량을 확실하게 명시해 해당 분야 전문가를 찾는 분위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지원 단계에서 본인의 특장점이 자연스럽게 드러날 수 있도록 서류를 작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배터리 산업이 전기차와 밀접한 관계가 있는 만큼 관련 지식과 경험을 어필하는 동시에 최근의 화두인 열관리와 관련해서 본인의 스토리가 있다면 이를 강조해야 합격 가능성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배터리 업계는 미국 투자도 지속하고 있다. SK온이 미국 자동차혁신연합(AAI)에 가입한 사실이 지난 4일 AAI의 보도자료를 통해 알려졌다. AAI는 현대차, 기아차, 삼성SDI, LG가 이미 회원사인 미국 자동차 업계를 대변하는 이익단체다. SK온 북미 사업 공보를 담당하는 데이비드 함은 "자동차 산업에서 진행되는 중대한 변화의 흐름을 성공적으로 항해하려면 대담한 리더십과 산업 전반에 걸친 협력이 필요하다"고 가입 이유를 밝혔다.
삼성SDI도 글로벌 완성차 브랜드 GM과 지난달 본계약을 체결해 오는 2027년 양산을 목표로 4조6000억원 가량을 투자해 초기 연산 27기가와트시(GWh) 규모 공장 설립에 나선다. 연산 규모는 향후 36GWh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SDI의 투자금액 규모는 전체 투자액의 절반인 2조2930억원이다.
삼성SDI는 이를 통해 다국적 자동차 기업 스텔란티스과의 협업에 이어 두 번째로 북미 현지에서 완성차업체와 합작 공장 구축에 나선다. GM과의 합작법인 소재지는 인디애나주 뉴칼라일에 위치한다. 부지 규모는 277만㎡(약 84만평)에 달한다. 삼성SDI는 양사의 합작법인 설립으로 1600개 이상의 일자리를 창출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한다.
LG에너지솔루션도 미국 완성차 브랜드 포드와의 협업을 확대한다. 포드는 폴란드에서 생산 중인 머스탱 마하-E 모델용 배터리 일부를 내년부터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공장으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해 미국 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량을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늘린다.
문학훈 오산대 미래전기자동차학과 교수는 "전기차 포비아가 심해지는 가운데 배터리 업체들이 위기 극복을 위해 인재 채용 및 투자 확대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방법들도 물론 필요하지만, 국내 배터리 업계가 전기차 시장에 의존하는 비중을 낮추고 ESS(에너지저장장치) 분야의 투자를 확대하는 방식으로 역량을 분산시킬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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