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기준 비수도권 미분양 물량 전체 79.7% 달해
주택매매가격지수, 수도권 오르고 지방은 내리고
[더팩트|이중삼 기자] 정부가 '8·8부동산대책'을 발표하며 앞으로 6년간 수도권에 42만7000호 이상 주택·신규택지를 공급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수도권·비수도권 간 양극화가 더 심화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대책이 수도권 쏠림 현상을 가속화시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비수도권보다 수도권 중심 대책이 많다. 특히 비수도권은 장기 미분양 사태가 이어지고 있고 아파트 매매가격지수도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때문에 비수도권만의 차별화된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은 7만4037호다. 전월(7만2129호) 대비 2.6%(1908호) 늘었다. '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규모는 1만4856가구로 전월(1만3230호)보다 2.3%(1626호) 증가했다. 미분양 물량은 매월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이 가운데 대구(9738호)·경북(7876호)·충남(5536호)·경남(5217호)·부산(5205호)·강원(4740호) 등 수도권을 제외한 비수도권이 5만8986호(79.7%)에 달한다. 악성 미분양도 1만1965호로 전체의 80.5%를 차지하고 있다.
미분양 주택 증가 이유는 비수도권 주택시장 침체와 연관이 깊다. 국토연구원의 '2024년 7월 부동산시장 소비자 심리조사'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수도권 주택시장(매매+전세) 소비심리지수는 119.4로 전월(114.5) 대비 4.9포인트(p) 올랐다. 보합국면에서 상승국면에 들어섰다. 반면 비수도권은 103.4를 기록해 보합국면을 유지했다. 주택매매시장 소비심리지수도 수도권은 130.9로 상승국면인 반면 비수도권은 109.1로 보합국면을 나타냈다.
주택 매매가격지수도 서울·수도권은 상승했지만 지방은 하락했다. 한국부동산원의 '2024년 7월 전국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서울·수도권은 각각 0.76%, 0.40% 오른 반면 지방은 0.08% 떨어졌다. 아파트 가격 역시 8월 2주차 기준 수도권(0.18%)은 올랐지만 지방(0.02%)은 내리막길을 걸었다.
청약시장에도 수도권 중심으로 불이 붙은 모양새다. 부동산인포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청약 결과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 1~7월 수도권 평균 청약 경쟁률은 22.47대 1인 반면 지방광역시는 1.57대 1, 지방도시는 12.04대 1에 그쳤다. 특히 서울은 148.87대 1에 달했다. 이는 정비사업 분양 의존도가 높은 서울에서 앞으로 새 아파트를 보기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이어짐에 따라 분양에 관심이 높아진 것으로 분석된다.
◆ 정부, 'CR리츠' 본격 도입 등 미분양 해소 방안 내놔
정부가 내놓은 비수도권 살리기 대책은 크게 세 가지다. 지방 미분양 CR리츠 본격 도입, 지방 준공 전 미분양 PF 보증 지원 확대, 지방 준공 후 미분양에 대한 세 부담 경감 등이다.
먼저 국토교통부는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다음 달 중 CR리츠를 출시한다. CR리츠는 부동산투자회사(리츠)가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모집해 미분양 주택을 매입·운영해 미분양 리스크를 해소하는 것을 뜻한다. 국토교통부는 CR리츠가 미분양을 임대 운영하는 동안 사업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취득세·종부세 세제지원을 제공하는 내용의 관련세법 시행령 개정을 마쳤다. 또 CR리츠가 미분양 주택을 담보로 대출 시 HUG 모기지 보증에 가입해 조달금리를 낮출 수 있도록 HUG 내규를 개정했다.
이를 통해 국토교통부는 리츠 신속 등록을 지원하고 모기지 보증 심사 절차 중 리츠 신용평가·미분양 주택 감정평가는 보증 신청 전이라도 우선 진행한다. 리츠가 주택 소유권을 확보하는 즉시 담보 신탁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해 총 심사 소요기간을 2주 이내로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지방 미분양 애로가 있는 주택건설사업자들을 위해 HUG 미분양 PF 대출 보증한도를 한시 확대한다. HUG의 미분양 PF 보증한도를 전용면적 구분 없이 최대 70%까지 지원한다. 시공사별 최대 미분양 PF 대출 보증한도도 한시적으로 늘린다. 신용등급 CC 이상인 경우 2000억원에서 3000억원으로, BBB- 이상이면 3000억원에서 5000억원 등으로 확대한다. 이 같은 보증 지원은 내년 12월까지 적용될 방침이다.
지방 준공 후 미분양에 대한 세 부담도 경감한다. 지방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활용 시 건설사업자의 원시취득세를 최대 50% 감면해준다. 구입자에게는 기존 1주택자가 내년 12월까지 지방의 준공 후 미분양 주택을 최초 구입하면 양도세·종부세에 대해 1세대 1주택 특례를 적용한다.
◆ 지방 미분양 해소 '역부족'…특단 대책 필요
정부 대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미분양 CR리츠에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대한건설정책연구원의 '지표로 보는 건설시장과 이슈' 보고서에 따르면 "리츠의 기본적인 목표가 사회공헌이 아닌, 이윤창출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결국 우량사업장을 중심으로 투자가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분양문제나 침체된 건설경기를 개선하는 수단보다는 시장 참여자들에게 선택의 기회를 넓혀주는 것으로 보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주택협회·대한주택건설협회는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한 대책으로 CR리츠 등이 포함됐지만, 보다 효과를 거두기 위해서는 다주택자의 추가 주택 구매 유도를 위한 취득세 부담 완화 방안·CR리츠 매입확약이 이번 대책에 빠져 아쉽다"고 평가했다. 업계에서는 수도권·비수도권 시장 상황이 다른 만큼, 비수도권만의 특단의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편 진현환 국토교통부 제1차관은 지난 17일 유튜브 채널 삼프로TV에 출연해 "CR리츠는 과거 경제위기 때도 도입해 성공했던 대책"이라며 "CR리츠가 임대주택을 2~4년 운영하다가 적정시점에서 분양 가격이 회복됐을 때 파는 것으로 이번에도 지방 1만2000가구 준공 후 미분양이 있다. 5000가구 이상 신청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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