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호위함·미국 해군 MRO 등 사업 확장 호기
출혈 경쟁하면 일본에만 이익…"협력 필요" 목소리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인도·태평양 지역 힘겨루기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미국·호주 방위산업 시장 등 외연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내에서 자웅을 겨루는 양사 갈등이 자칫 격해져 국가 경쟁력이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호주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범용 호위함 사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호주 정부는 지난 5월 24일(현지 시간) 두 업체와 일본 미쓰비시중공업, 스페인 나반티아, 독일 TKMS에 정보제공요청서(RFI)를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호주 정부는 지난 2월 2차 세계대전 이후 해군을 최대 규모로 키우는 내용이 담긴 국방 계획을 밝혔다. 구체적으로 명시하지는 않았으나 인도·태평양 지역 패권을 놓고 충돌할 가능성이 커진 중국에 대응하려는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방 계획에는 △향상된 방공 및 타격 능력 갖추 호바트급 공중전 구축함 3척 △해군 수중 전투 및 타격 능력을 강화하기 위한 6척 헌터급 호위함 △해상 및 육상 타격, 방공 및 호위 능력을 갖춘 11척 범용 호위함 △새 대형 LOSV 6척 등이 포함돼 있다.
차기 호위함 11척(약 10조원) 사업 모델로는 △한국 FFX 배치Ⅱ(대구급 호위함)와 Ⅲ(충남급 호위함) △일본 미쓰비시 모가미 30FFM △스페인 나반티아 ALFA 3000 △독일 TKMS MEKO A200 등 4개국이 언급됐다. 호주 정부는 2029년 인도를 요구하고 있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은 지난달 호주 한국-호주 국방·방산협력 콘퍼런스에 참석해 호주 국방부 관계자와 오커스(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 필러2 참여 가능성을 논의했다. 원자력 추진 잠수함을 제공하는 필러1과 달리 필러2는 첨단 군사 기술을 공동개발하는 계획이다.
호주 공영방송 ABC에 따르면 김 차관은 "앞으로 한국 해군과 호주 해군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긴밀히 협력하고 임무를 수행하는 핵심 전력이 될 것"이라며 "한국이 호위함 프로그램에 지정되면 협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믿는다. 상호 운용성 측면도 효율적"이라고 말했다.
후보로 언급된 대구급 호위함은 한국 해군 차세대 호위함 교체 사업으로 탄생했다. 한화오션은 길이 122m·만재 배수량 3600톤급 호위함인 대구급 FFX 배치Ⅲ를 모델로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구급 호위함에는 한국형수직발사체계(KVLS)가 탑재돼 있다.
HD현대중공업은 대구급 호위함 후속으로 건조된 충남급 FFX 배치Ⅲ을 모델로 제시하고 있다. 충남급 호위함은 길이 129m·만재 배수량 4300톤급 호위함이다. 4면 고정형 다기능 위상배열레이더(MFR)이 적용돼 전방위 대공 표적 탐지·추적이 가능하다.
양사는 지난달 24일부터 3일 동안 호주 퍼스에서 개최된 방산전시회 '인도양 방위 안보 2024'(IODS 2024)에 참가해 첨단 장비 등을 선보이며 경쟁력을 알렸다. IODS는 호주가 포함된 오커스(AUKUS)와 쿼드(Quad)의 안보 동맹 강화 미래 전략을 논의하는 콘퍼런스다.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은 미국 해군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놓고 경쟁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 해군력 증강에 대응해 우방국과 협업을 준비 중이다. 양사는 지난달 각각 MRO 사업 입찰 자격 함정정비협약(MSRA)을 체결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국내 방산 시장을 놓고 고소·고발전으로 확대돼 맞붙는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이 호주 호위함 사업과 미국 해군 MRO 사업 수주 과정에서 출혈 경쟁을 벌이면, 다른 국가 업체에 밀릴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호주 언론은 이미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갈등을 주목하고 있다. 호주 ABC는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군사 기밀 유출과 관련된 격렬한 법적 분쟁에 휩싸였다"라며 "HD현대중공업 직원이 유죄 판결을 받았으나 한화오션 임직원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고 보도했다.
미국 해군 MRO 사업은 일본 조선업체들이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경쟁자로 언급된다. 일본은 한국과 마찬가지로 오커스 필러2 가입 대상으로 언급되는 국가이기도 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과도한 경쟁은 모두에게 피해를 줄 수 있다"라고 봤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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