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비(非)아파트 공급·수요 정상화 대책 발표
아파트 수요 빌라·다세대주택 이동 미지수
[더팩트|이중삼 기자] 정부가 서울·수도권 아파트 쏠림 현상을 분산시키기 위해 빌라 등 비(非)아파트 공급을 늘린다. 특히 빌라 기피현상이 두드러지는 서울의 경우 무제한으로 신축 빌라를 매입한 후 전·월세로 공급한다. 이는 전세사기 사태 이후 위축된 이 시장을 정상화시킬 방안으로 평가된다. 다만 아파트 선호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분산 효과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8일 발표한 '국민 주거 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에는 이 같은 내용의 빌라 등 비아파트 시장 정상화 대책이 포함됐다.
국토교통부는 신축 빌라 등 비아파트를 매입해 전·월세로 공급하기로 했다. 매입 규모는 오는 2025년까지 11만호 이상이다. 그중 5만호는 최소 6년 임대 후 분양전환이 가능한 분양전환형이다. 서울은 비아파트 공급 상황 정상화까지 무제한으로 매입해 공급한다. 이를 통해 서울·수도권 중심으로 21만호 이상 주택을 추가 공급한다는 방침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주택공급이 전반적으로 위축된 가운데 특히 전세사기 여파로 비아파트 공급이 급격히 줄어 불균형이 발생하고 있다"며 주택공급 정상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민간임대를 활성화하는 대책도 내놨다. 전세사기를 우려하는 임차인을 위해 정보 제공을 확대하기로 했다. 임차인이 임대인 동의 없이 안심전세앱에서 임대인 주택보유 건수 등을 확인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한다. 보증사고 이력이 없는 등 일정요건을 충족하는 안심 임대인 주택에 임차인이 전세를 들면서 전세금 반환보증에 가입하면 보증수수료를 10% 깎아준다.
임대 수요 정상화 대책도 있다. 신축 소형주택을 구매하는 경우 취득세·종합부동산세·양도소득세 산정 시 주택 수에서 제외하는 기간(준공·취득일 기준)을 기존 2025년 12월에서 2027년 12월까지 늘린다. 신형 소형주택 기준은 전용면적 60㎡ 이하, 취득가격 6억원 이하(수도권)·3억원 이하(지방)인 다가구 주택·다세대·연립, 도시형 생활주택, 주거용 오피스텔이다. 또 생애최초 소형주택을 구매할 시 취득세 감면한도를 기존 200만원에서 300만원으로 늘린다.
청약기준도 완화된다. 비아파트 구매자가 청약에서 불이익이 없도록 청약 시 무주택으로 인정하는 비아파트 범위도 확대한다. 전용면적은 60㎡ 이하에서 85㎡ 이하로, 공시가격은 수도권은 1억6000만원 이하에서 5억원 이하, 지방은 1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올라간다.
◆ 전국 아파트 매매 비중 76.1%…비아파트는 기피현상 심화
문제는 아파트 매매가 차지하는 비중은 증가한 반면 비아파트는 감소했다는 것이다. 정부가 내놓은 대책이 아파트 수요를 빌라 등 비아파트로 이동시킬 수 있을지 미지수라는 분석이다.
한국부동산원의 '주택 유형별 매매 거래량'에 따르면 지난 1~6월 전국 주택 매매 거래량은 31만751건이다. 이 가운데 아파트 매매 비중은 76.1%(23만6374건)다. 반면 같은 기간 전국 단독주택 매매 거래량은 2만8297건(9.1%), 빌라 매매 거래량은 4만6080건(14.8%)에 그쳤다. 비아파트는 전세사기 사태 이후 기피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아파트는 공급 부족 현상 우려로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서울 아파트 가격은 20주 연속, 전세가격은 64주째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의 '8월 1주차 주간 아파트 가격 동향'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가격은 0.26% 올라 20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 아파트 청약 신청자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아파트 청약 신청자는 90만1210명이다. 전년(35만8470명) 대비 151.4% 급증했다.
한편, 정부 대책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정부의 인위적인 개입보다는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한 전문가는 "시장에 맡겨야 하는 사안"이라며 "소형주택 구매자에 대한 세제혜택 등 정책이 가시적인 효과를 낼지도 미지수"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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