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4거래일 기준 신용융자잔고 최고치 경신
주가 폭락했지만 개인 투자자 순매수 확대 영향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국내증시가 미국발 경기 침체 우려로 최악의 한 주를 보냈다. 2800선을 목전에 두던 코스피는 2400대 초반까지 흘러내렸고, 시가총액 상위 대형주들이 하루에만 10% 넘게 폭락하는 등 공포에 질린 급락장을 이어갔다.
이 와중에 '개미(개인 투자자)'들은 폭락이 시작된 이달 2일부터 7일까지 홀로 4조원 넘게 순매수해 수급을 받혔다. 외인과 기관이 같은 기간 각각 2조5000억원, 1조6000억원을 순매도한 것과 대조적인 결과다. 특히 개미들은 시가총액 1, 2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빚을 내면서까지 사들인 것으로 나타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9일 코스콤에 따르면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삼성전자 신용융자잔고는 681억원 늘어났다. 이는 4거래일 기준 단일 종목 기준 가장 큰 증가 폭이다.
SK하이닉스 신용융자잔고도 같은 기간 584억원 오르면서 삼성전자 뒤를 이었다. 코스피가 소폭 반등했던 6일 기준으로는 두 종목의 신용융자잔고가 코스피 전체 신용융자잔고의 10%에 육박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신용융자잔고가 늘어난 배경은 주가가 단기간 급격히 떨어진 탓에 선매수 후 단기 반등 시 매도에 나서 수익 폭을 넓히려는 개인 투자자들이 늘어난 원인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은 국내증시가 최악의 한 주를 보낸 기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대량으로 사들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들은 지난 2일부터 7일까지 삼성전자를 2조5964억원, SK하이닉스를 7048억원 순매수했다.
1일 8만3100원에 장을 마친 삼성전자가 2일(-4.21%)과 5일(-10.30%) 연이은 폭락으로 7만1400원까지 주가가 떨어졌고, 1일 19만3300원이던 SK하이닉스는 2일(-10.39%)과 5일(-9.87%) 급락해 15만6100원까지 내렸지만 개미들은 오히려 주식을 대량 순매수한 셈이다.
증권가도 '바겐세일'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발간하는 등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낙관적으로 바라보면서 개인의 매수세를 부추겼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글로벌 증시를 주도한 인공지능(AI) 반도체 대장주 미국 엔비디아발 훈풍을 타고 지난달 나란히 연고점을 돌파하는 등 최근 기세가 좋았기 때문에 단기적인 폭락이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인식한 투자자들이 늘어난 영향이라는 분석이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지난 2000년 이후 삼성전자 주가가 하루 사이 10% 넘게 하락한 것은 총 8차례였지만, 주가 급락 후 3개월간 평균 22% 상승했다"며 "삼성전자는 현재 매력적인 진입 시점이다. 밸류에이션상 주가수익비율(PER) 9.1배, 주가순자산비율(PBR) 1.1배로 주식은 현재 '바겐세일' 중"이라고 전망했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도 "그동안 계속됐던 주가 오버슈팅과 AI 반도체 투자 피크아웃(정점 후 하락세) 우려, HBM 산업 경쟁 심화 가중 등이 이번 주가 급락세에 이미 반영된 것"이라며 "향후 분기 실적 호조와 설비투자규모(Capex) 하향 조정에 따른 D램 수급 상황 개선 등이 주가 반등의 트리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이번 주 마지막 거래일인 9일 장 초반 코스피를 비롯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빚을 내면서까지 투자했던 개미들의 그간 매수세를 지지한 양상을 띠고 있다.
코스피는 이날 오전 10시 50분 기준 1.39% 오른 2592.17에 거래 중이며, 삼성전자는 1.74% 내리면서 주춤한 전날을 딛고 1.63% 오른 7만4600원에, 8일 3.48% 내린 SK하이닉스는 9일 장에서 3.86% 오른 16만98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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