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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쇄신 결과가 계열사 매각인가?" 카카오 내부 분위기 '뒤숭숭'

  • 경제 | 2024-07-30 00:00

카카오 노조, 29일 판교역 일대서 단체 행동
카카오VX·게임즈·엔터 등 매각설 대두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오른쪽)이 29일 판교역 부근에서 열린 계열사 법인 매각 반대 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문정 기자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오른쪽)이 29일 판교역 부근에서 열린 계열사 법인 매각 반대 시위에서 발언하고 있다. /최문정 기자

[더팩트|최문정 기자] 카카오가 창업자인 김범수 경영쇄신위원장의 구속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 상황에 놓인 가운데, 계열사 매각설까지 대두하며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 지회 '크루유니언'(이하 카카오 노조)는 지난 29일 정오께 경기도 성남시 판교역 일대에서 계열사 법인 매각 반대 시위를 열었다.

서승욱 카카오 노조 지회장은 "카카오는 지난해부터 (경영쇄신의 일환으로) 내부적으로 의견을 취합하는 과정을 지나왔다"며 "그러나 쇄신에 대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공동체 전반적으로 매각이 진행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렸다"고 밝혔다. 이어 "노조 입장에서는 쇄신의 결과가 매각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꼬집었다.

현재 투자은행 업계 등에서는 확장 전략의 한계와 사법 리스크에 휘말린 카카오가 순차적으로 계열사 정리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고 있다. 매각이 거론된 회사는 △카카오게임즈 △카카오VX(게임즈 자회사)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테인먼트 △SM엔터테인먼트 등이다.

카카오게임즈의 경우, 크래프톤이 인수에 나서기로 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크래프톤 측은 즉시 '사실무근'이라며 해명 공시를 했다. 현재 카카오게임즈는 카카오VX 매각설도 근거가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카카오는 과도한 확장으로 '골목상권 침해' 논란을 빚은 2021년부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계열사를 줄이겠다는 뜻을 천명했다.

2021년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증인으로 출석한 김범수 창업자는 "골목상권을 침해하는 사업에는 절대로 진출하지 않겠다"며 "만약에 (골목상권 침해 사실이) 관여돼 있다면 반드시 철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후 카카오는 계열사 숫자를 대폭 줄여 약 100개 전후의 숫자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 온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새롬 기자
SM엔터테인먼트 시세 조종 의혹과 관련해 검찰 수사를 받아 온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이 지난 22일 오후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친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이새롬 기자

현재 카카오의 계열사 숫자는 124개다. 이는 지난 4월 당시 공정거래위원회가 집계한 147개보다 23개 줄어든 숫자다. 2021년 6월 158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많은 계열사를 정리한 것으로 확인된다.

더군다나 지난해 김범수 창업자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이 SM엔터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시세조종'에 나섰다는 혐의를 받는 만큼, 사법리스크와 관련한 계열사 거취에도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 측에서는 부인하고 있지만, 사법리스크의 도화선이 된 SM엔터가 재매각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관측도 흘러나오고 있다.

투자업계에 따르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 모빌리티, 카카오재팬 등 주요 계열사는 2016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3조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했다. 이와 같은 대규모 투자의 조건으로는 일정 기간 후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것이 꼽힌다. 그러나 현재 카카오 그룹의 위기 속에 IPO 가능성이 희박해진 만큼, 투자자들과 카카오 측의 분쟁 가능성도 언급되고 있다.

아울러 카카오가 이번 시세조종 관련 재판에서 벌금형 이상의 처벌을 받을 경우, 카카오뱅크에 대한 지배력을 잃게 된다. 인터넷은행 특례법에 따라 카카오뱅크와 같은 인터넷 은행 대주주는 최근 5년 동안 공정거래법 등을 위반해 벌금형 이상에 해당하는 형사 처벌을 받은 행위가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카카오가 카카오뱅크의 대주주 자격을 잃게 될 경우, 은행법에 따라 지분 10% 만을 남기고 매각해야 한다.

서승욱 지회장은 "몇몇 회사는 단체협약을 통해 사전에 매각과 관련된 논의를 하게 돼 있지만, 모두가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며 "내부 구성원인 노조 역시 뉴스나 기사를 보면서 (매각의) 진행 여부를 판단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어 "가장 큰 문제는 구체적으로 매각 관련 계약이 성사되기 전까지 직원들은 노동 환경이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는 점"이라며 "만약 매각이 결정된다고 해도, 내부에서는 충분히 판단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한편,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는 지난 23일 사법 당국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도망 및 증거인멸의 염려'를 이유로 구속됐다. 김 창업자는 지난해 SM엔터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인 하이브를 저지할 목적으로 약 2400억원을 투입해 SM엔터의 주가를 하이브의 목표 주가인 12만원보다 높이 띄웠다는 혐의를 받는다.

카카오는 김범수 창업자가 지난해 12월 직접 발탁한 정신아 대표를 중심으로 비상 경영체제를 꾸리고, 경영 쇄신 작업과 인공지능(AI) 신사업 추진을 이어간다는 구상이다. 카카오 노조는 매각 등과 관련해 경영진과 소통을 요구하며 단체 행동을 이어갈 예정이다.

munn09@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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