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간 이용료율 경쟁 과열
금융당국, 담당자 소집해 합리적 산정 주문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가상자산 거래소 빗썸이 원화 예치금 이용료율을 연 4%로 파격 인상했지만 반나절 만에 기존의 2.2%로 철회 결정을 내려 사실상 망신살이 뻗쳤다. 빗썸 측은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준수를 위해 추가 검토할 사항이 발견됐다'는 입장이지만 업계는 이용료율과 관련해 거래소들의 경쟁이 과열되자 금융당국이 제동을 건 것으로 보고 있다.
25일 가상자산 업계에 따르면 빗썸은 지난 23일 오후 6시께 예치금 이율을 기존 연 2.2%에서 연 4.0%로 인상했다가 같은 날 오후 11시 58분에 이를 철회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예치금은 증권사의 주식 예탁금처럼 암호화폐를 거래하기 위해 계좌에 잠시 넣어둔 현금이다. 지금까지는 예치금이 있더라도 거래소들이 고객에 이자(이용료)를 지급하지 않았지만 지난 19일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 예치금에 이자가 붙도록 제도가 바뀌었다.
당초 빗썸은 이용자에게 최대한 많은 혜택을 제공하겠다는 방침을 내세우며 NH농협은행에서 운용하는 금융상품을 통해 발생하는 연 2.0%에 빗썸이 추가로 지급하는 연 2.0%를 더해 고객들에게 총 연 4.0%(변동 가능)의 예치금 이자를 지급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같은 예치금 이율은 업계 최고 수준이었다. 예치금 규모가 6조원대로 가장 많은 업계 1위 업비트(연 2.1%)보다도 1.9%포인트 높았다.
그러나 상향 공지 반나절 만에 이를 철회했다.
빗썸 관계자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준수를 위해 추가 검토할 사항이 발견돼 예치금 이용료 연 4% 상향 조정에 관한 안내를 철회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빗썸의 이용료율 상향 철회는 거래소 간 과도한 경쟁을 우려하는 금융당국의 지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상 감독 규정에 따르면 예치금 이용료는 운용 수익, 발생 비용 등을 감안해 합리적으로 산정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다. 시중은행의 예금상품을 웃도는 수준의 연 4% 이자율이 과도하다고 본 것이다.
특히 당국은 거래소 간의 과도한 경쟁을 우려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이용료율과 관련해 거래소들은 출혈경쟁을 벌여왔다.
앞서 업비트는 지난 19일 최초 공지로 연 1.3% 이용료율을 내세웠다. 그러자 빗썸이 연 2.0%의 이용료율을 제시했고, 이에 맞서 업비트는 다시 이용료율을 연 2.1%로 수정했다. 업비트의 대응에 맞서 빗썸 또한 연 2.2%로 이용료율을 재차 상향 조정했다. 코빗도 지난 20일 예치금 이용료율을 기존 연 1.5%에서 연 2.5%로 인상하는 파격 결정을 내린 바 있다.
거래소들의 이같은 '핑퐁' 경쟁이 계속되자 당국이 제동에 나선 것이다. 금융감독원은 전날 오전 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 고팍스 등 5대 가상자산 거래소 담당자를 소집해 예치금 이용료율 산정 방식을 점검하고, 법과 규정에 맞게끔 합리적 수준에서 이용료율을 산정해야 한다고 지도했다.
일각에서는 이용료율 산정 기준과 체계가 더욱 명확해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거래소들의 이용료율 경쟁으로 인한 혼란은 투자자들의 몫이 된 꼴"이라며 "가상자산이 법 테두리 안으로 들어온 만큼 보다 명확한 체계와 시스템이 갖춰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 시행 초기 단계인 만큼 시행착오를 겪고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고객 자산 보호와 안전한 거래 환경 조성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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