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 플랫폼 정산·환불 지연에 입점 업체 줄줄이 이탈
여행 업계 우려 표명…"미지급금 사태 큰 타격 될 것"
[더팩트|우지수 기자] 티몬, 위메프 등을 운영하는 이커머스 기업 큐텐(Qoo10)의 정산·환불 지연 사태가 불거지면서 소비자들이 속을 태우고 있다. 이번 사태가 성수기를 앞두고 손실을 우려하는 여행뿐만 아니라 유통 업계 전반으로 확산할 수 있어 큐텐의 대응이 주목되는 상황이다.
24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여행 업체들이 티몬과 위메프에 입점한 상품의 판매를 잇달아 멈췄다. 하나투어, 모두투어 등 회사들이 자사 여행상품 판매를 중단한 것이다. 업계는 이 회사가 운영하는 위시플러스. 티몬, 위메프의 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길어지자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판단한 분위기다. 신세계, 현대백화점, 롯데쇼핑을 비롯한 대형 유통사들도 해당 플랫폼에서 철수했다.
티몬과 위메프에서 상품을 결제한 소비자들이 정상적으로 환불을 받을 수 있을지도 미지수인 상황이다. 티몬의 결제 대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신규 결제와 결제 취소 절차를 막아 놓았기 때문이다. 티몬에서 환불을 원하는 고객은 계좌번호를 입력하고 현금을 돌려받을 때까지 기다려야 한다. 티몬 캐시의 페이코 포인트 전환과 해피머니와의 거래, 포인트 전환도 지난 23일부로 중단됐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상품 결제를 취소하려고 하는데 고객센터는 전화도 받지 않는다"는 등 소비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위메프의 결제 기능은 아직 제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행 업계는 특히 이번 미정산 대금에 대한 우려를 크게 내비치고 있다. 통상 7월 말부터 8월은 업계 성수기로, 티몬과 위메프를 통해 여행 상품을 예약한 고객이 많기 때문이다. 업계 전체 미지급금 규모는 자세히 파악되지 않지만, 업계는 이번 사태가 사업 운영에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일부 여행 업체 경우 티몬과 위메프에서 상품을 구매한 소비자들에게 자사에서 상품을 재결제한 뒤 여행에 출발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여행 업계 관계자는 "예상 미지급금을 회사별로 명확히 파악하거나 추산하는 것은 힘든 상황"이라면서도 "티몬과 위메프로 인한 미지급금을 업계 전체가 걱정하고 있다. 피해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돼 업계 타격이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큐텐 미정산 사태의 피해는 여행 업계에만 미치지 않았다. TV·데이터 홈쇼핑 업체들도 티몬과 위메프에서 모든 상품을 내렸다. 플랫폼에서 구매한 문화상품권과 배달 플랫폼 상품권 등 사용이 중단됐다는 소비자 사례도 나왔다. 배달 플랫폼 요기요에 따르면 상품권의 판매 대행을 맡은 기업이 티몬이 판매대금에 대한 정산금 지급을 하지 않자 임의로 상품권을 중지 처리했다. 요기요는 이날 큐텐에 해결책 마련을 촉구하는 입장문을 냈다.
대금 정산 지연 사태가 처음 불거진 플랫폼은 위메프다. 지난 7일 위메프 입점 판매자 500여 명이 대금을 지급받지 못했다. 곧이어 티몬의 대금 정산도 미뤄지면서 사태가 악화됐다. KB국민은행과 SC제일은행 등 은행권은 티몬과 위메프에 대한 선정산대출 서비스를 중단했다. 선정산대출은 플랫폼에 입점한 판매자가 은행에서 판매 대금을 먼저 지급받은 뒤 정산일에 플랫폼 측이 은행에 대금을 상환하는 서비스다.
큐텐은 지난 17일 입장문을 내고 "결제 전산 시스템 오류로 인해 대금을 정산하지 못한 것"이라며 "7월 말까지 순차적으로 정산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는 피해자들에 대한 순차적 보상안으로 △연이율 10% 지연 이자 지급 △위시플러스 판매 수수료 3% 감면 △상장 시 사주 구매와 동일한 조건으로 주식 매입 기회 제공 등을 내세웠다.
하지만 티몬은 입장문을 낸 지 닷새 뒤인 지난 22일 "정산금 지급이 원활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공지한 것으로 전해졌다. 티몬과 위메프는 전날 제3의 금융기관에 자금을 보관했다 지급하는 새로운 정산 시스템을 내달 중 시행하겠다고 발표한 상태다.
G마켓 창업자 구영배 대표가 설립한 큐텐은 싱가포르에 기반을 둔 이커머스 회사다. 이 회사는 미국 나스닥 상장을 목표로 티몬과 위메프, 인터파크커머스, AK몰 등을 잇달아 인수했다. 큐텐그룹이 플랫폼 정산 대금을 끌어 무리하게 사업을 확장해 이번 정산 지연 사태가 발발했다는 업계 예측도 나오는 상황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에 따르면 티몬과 위메프가 갚아야 할 부채가 운용할 수 있는 돈보다 큰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22년 기준 티몬의 유동부채는 7193억원으로 유동자산의 5배 수준이었다. 위메프 역시 지난해 말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5배 많은 3098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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