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양측에 결정정본 송달…사건 특성 고려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황산 취급대행 계약 관련 거래거절금지 가처분 사건을 심리한 법원이 사건 특성을 고려해 '조정 회부' 결정을 했다.
24일 <더팩트> 취재를 종합하면 영풍이 고려아연을 상대로 제기한 거래거절금지 예방 가처분 신청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수석부장판사)는 이같은 결정을 내리고 결정정본을 양측에 보냈다. 법원은 지난 19일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조정은 분쟁 당사자가 서로 협상해 자발적으로 분쟁을 해결하도록 중립적인 제3자가 도와주는 절차다. 법원은 사건 특성을 고려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사건을 조정에 회부할 수 있다.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법원은 사정을 감안해 직권으로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
'조정을 갈음하는 결정'을 하지 않거나 결정에 대해 당사자로부터 이의신청이 제기되면 조정 절차는 불성립으로 종결되고 소송으로 복귀해 절차가 진행된다. 영풍이나 고려아연이 이의신청을 제기하면 조정은 불성립으로 종결된다.
영풍 측은 "조정 결정정본을 받았다. 아직 기일은 잡히지 않았다"며 "자체 시설을 만드는데 7년이라는 시간도 짧을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고려아연 측은 "영풍 측이 터무니없이 7년을 제시하고 있다"고 했다.
영풍은 지난 2000년부터 경북 봉화 석포제련소에서 생산한 황산을 울산 온산항으로 수송하는 과정에서 고려아연 온산제련소 황산 탱크와 파이프라인을 유상으로 이용해왔다. 고려아연은 온산제련소에서 20기 탱크를 운영하며 연간 160만톤 황산을 처리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지난 4월 영풍에 황산 취급대행 계약을 6월까지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시설 노후화에 따라 일부 시설을 폐기해야 하고, 안전상 문제 및 법적 리스크가 있으며 사용 공간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영풍이 자체 시설을 마련하도록 유예기간을 주겠다고 했다.
그러나 영풍은 고려아연이 장기간 지속된 계약 갱신을 일방적으로 거절하고 종료를 통보했다고 주장했다. 고려아연이 취급 대행을 거절해 울산 온산항을 사용할 수 없게 된다면 황산 수출길이 막힐 것이라고 했다. 영풍은 7년 이상 유예기간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영풍은 고려아연과 이견을 좁히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지난달 20일 고려아연을 상대로 불공정거래행위 예방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 2일에는 거래거절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지난 19일 심문기일을 진행한 법원은 사건 특성을 고려해 조정에 회부했다.
영풍과 고려아연 갈등의 골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영풍은 지난 3월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에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정관 개정에 반대했다. 고려아연이 현대자동차 해외 계열사 HMG글로벌에 발행한 신주발행을 무효로 해달라며 서울중앙지법에 소송을 제기했다.
고려아연은 비철금속 해외 유통·판매 계열사 서린상사 경영권을 얻었다. 서린상사의 경우 고려아연 측 지분율이 66.7%이지만, 경영권은 영풍 측이 갖고 있었다. 고려아연이 사내이사 신규 선임을 추진하자 영풍은 주주총회 개최에 부정적이었다. 이후 법원 허가 결정으로 주총이 열렸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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