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11월 대선 전 기준금리 내리면 안 돼"
트럼프 피격 후 원·달러 환율 요동…한은 고민 깊어질 것
[더팩트ㅣ정소양 기자] 미국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1월 대선 전에 기준금리를 낮춰선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국내에서도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미국 대선 결과가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 인터뷰에서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대선 전 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어쩌면 그들이 오는 11월 5일 선거 전에 금리를 낮출지도 모른다. 그것은 그들도 해서는 안 되는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지만"이라고 말했다.
미 대선 전에 기준금리를 낮춰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이는 금리 인하로 미국 경기가 살아나고,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에 도움이 되는 것을 경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기준금리를 인하하기 전에 에너지 비용을 낮춰 물가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시장은 연준의 9월 기준금리 인하를 점쳐왔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금리선물 시장은 연준이 9월 통화정책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현 5.25∼5.50%로 동결할 확률을 0%로 반영했다.
그러나 피격 사건 이후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기준금리 전망도 요동치고 있다.
이정욱 KB증권 연구원은 "트럼프의 피격 이후 11월 대선에서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은 높아졌다"며 "트럼프의 승리 가능성이 높아질수록 9월 인하 이후 추가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낮아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이 최대 변수로 급부상하면서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발언이 연준의 금리 인하 시기 결정에 찬물을 끼얹을 경우, 환율 불안 등을 이유로 한국은행의 인하 시기도 뒤로 밀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의 기준금리 인하 기대로 1370원대로 하락했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트럼프 전 대통령 피격 여파로 재차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환율은 지난 15일 이후로 1380원대로 오른 뒤 횡보 중이다. 전날에도 1381.0원에 마감했다.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잡았던 물가가 다시 요동칠 수 있다. 수입물가가 오르면서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수출입물가지수 및 무역지수(잠정)'에 따르면 6월 수입물가지수(2020년=100)는 전월보다 0.7% 올랐다. 당시 원·달러 환율은 1390원대를 넘나든 바 있다.
그동안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인하와 관련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지난 11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이제는 차선을 바꾸고 적절한 시기에 방향 전환을 준비하는 상황이 조성됐다"며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에 대해 언급하면서도 인하 시기에 대해서는 예단하기 어렵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외환시장 또한 수도권 부동산 가계부채 움직임 등 앞에서 달려오는 위험 요인이 많아 언제 방향 전환할지는 아직 불확실한 상황이고, 또한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한미 금리 격차가 2%포인트 역전돼 있는 상황에서 연준보다 앞서서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은 적어 보인다"며 "환율 변동성이 커진 만큼 한국은행의 고민도 깊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js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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