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 원전 진료하며 대가로 가상화폐 받아 세탁
외국국적 매입해 국적 변경 등 국세청 신종탈세 41명 덜미
[더팩트ㅣ세종=박병립 기자] 국적세탁·가상자산 등 신종 탈세수법을 통해 해외수익을 은닉한 업체를 비롯 해외 원정진료 소득 탈루, 국내 핵심자산 무상 이전 등 역외탈세 혐의자가 세정당국에 꼬리를 밟혔다.
국세청은 △국적을 바꾸거나 법인 명의를 위장한 신분세탁 탈세자 11명 △용역대가로 가상자산을 받으며 수익을 은닉한 코인개발업체 9명 △해외 원정진료·현지법인을 이용한 엔데믹 호황이익 탈세 13명 △국내에서 키운 알짜자산을 국외로 무상이전한 다국적기업 8명 등 총 41명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국세청에 따르면 국내에서 성형외과를 영위하는 A씨는 동남아 소재 현지 병원에서 원정진료하며 대가로 가상자산을 받았다 . A씨는 가상자산을 국내 거래소에서 매각하고 외국인의 차명계좌를 이용해 ATM을 통해 수백회에 걸쳐 현금을 인출한 후, 다른 ATM을 통해 본인 명의 계좌로 다시 수백회에 걸쳐 현금을 입금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세탁한 혐의다.
특히 A씨는 본인이 지배하는 특수관계법인으로부터 외국인 환자 유치용역을 제공 받고 적정 수수료를 초과해 과다 지급하는 방식으로 소득세를 탈루했다고 국세청은 설명했다. 이에 국세청은 가상자산으로 수취한 원정진료 대가 수십억원과 수수료 과다지급분 수십억원에 대해 소득세를 과세했다.
국내 거주자 B씨는 해외에서 미신고 사업으로 얻은 소득을 신고 누락한 후 해당 자금을 해외 비밀계좌에 은닉한 혐의다. B씨는 해외 이주 의사 없이 국내에 계속 거주하며 사업활동을 영위할 예정임에도, '황금비자'로 외국 국적을 사실상 매입하며 국적을 변경했다.
잠시 외국에 머무른 후 주민등록번호, 한국 여권을 버리고 이름을 바꾼 '검은 머리 외국인'으로 입국하면서 은닉자금 일부를 투자 명목으로 국내 반입해 호화 저택을 구입했다. 국세청은 신고 누락한 B씨의 해외 탈루소득 수백억원에 대해 소득세를 과세하고 자금 일부를 받은 동거인에게는 증여세를 부과했다.
신분세탁 탈세자는 미신고 해외 수익에 대한 국세청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이름·주민등록 등 흔적을 지우고 외국인으로 국적을 세탁한다. 이들은 국적 변경으로 해외 자산 및 계좌의 소유주가 외국인 명의로 바뀌는 경우 국세청이 국가 간 정보교환 등을 통해 해외 자산 및 수익 현황을 파악하기 어려운 점을 교묘히 악용했다.
이 중 일부 혐의자는 '황금비자'를 이용해 조세회피처의 국적을 취득한 뒤 국내 재입국해 숨겨둔 재산으로 호화생활을 영위했다. 황금비자는 일정 금액 이상을 현지에 투자하는 조건으로 시민권을 주는 제도를 의미한다. 중남미 국가 다수에서 이 같은 제도가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정재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국세청은 그동안 역외탈세자에 대해 적극 대응해 왔음에도 세법 전문가의 조력과 가상자산 등의 등장으로 역외탈세 수법이 갈수록 지능화, 고도화되고 있다"며 "국적세탁을 통해 외국인으로 둔갑하거나 가상자산을 유용하여 해외 소득을 빼돌리는 등 다양한 형태의 역외탈세 행위가 적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rib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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