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사회적 경제' 공감대 형성…지원책은 나라별 상이
영리(營利)를 얻기 위해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조직체. 국어사전에 소개된 기업의 사전적 정의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취약계층에 일자리 제공 등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사회적기업'도 있다. 고용노동부 주관으로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법도 제정돼 2007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사회적기업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특히 올해부터 예산이 대폭 삭감돼 사회적기업은 기존과는 다른 생존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사회적기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나아갈 길을 모색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사회적기업의 존재와 확산은 글로벌 트렌드다. 특히 해외에선 설립된 지 50년 이상 지난 역사 깊은 사회적기업부터 새로운 아이디어로 출발한 스타트업까지 연식도 다양하다. 전 세계 곳곳에서 다양한 사회적기업이 등장하는 것은 그 필요성에 대한 국제적인 합의가 도출됐기 때문이다.
실제 국제연합(UN)은 2015년부터 지속가능발전 이행 수단으로 '사회적 경제 활용'을 명시했다. 사회적 경제는 경쟁과 이윤 추구보다는 사회적 가치를 우위에 두는 경제활동을 뜻한다. 사회적 경제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UN은 지난해 4월 총회에서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한 사회연대경제 활성화' 결의안을 만장일치로 채택했다.
이 결의안은 회원국들에게 지속가능한 경제 및 사회 발전을 위해 사회연대경제에 적합한 법체계를 개발하고, 사회연대경제 재정 및 공공구매 인센티브 제공, 창업과 비즈니스 지원 강화 등을 주문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이는 2022년 채택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사회연대경제 및 사회 혁신 권고안' 및 같은 해 발표된 국제노동기구(ILO)의 '양질의 일자리와 사회연대경제 결의안'과 맥을 같이하는 것이다. 국제기구들이 잇달아 사회연대경제 활성화를 주문하는 것은 그만큼 사회연대경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과 기대가 크다는 방증이다.
◆BRAC, 불평등·빈곤에 시달리는 1억명 이상의 사람들에게 기회 제공
1972년 방글라데시에서 설립된 국제 개발 조직 BRAC는 국제 사회적기업의 대표 주자다. 불평등과 빈곤 속에서 살아가는 1억명 이상의 사람들과 협력해 인간의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여성과 어린이에 초점을 맞춰 아시아와 아프리카 전역의 소외된 곳을 지원하고 있다.
BRAC은 현재 방글라데시에서 12개의 사회적기업을 운영하고 있다. 방글라데시는 기후 변화에 가장 취약한 국가로 꼽힌다. 연중 홍수와 가뭄, 해수면 상승, 태풍, 폭염이 끊이지 않는다. BRAC이 운영하는 방글라데시 사회적기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로 운영되는 곳은 Aarong(아롱)이다. 뱅골어로 '마을 박람회'를 뜻하는 아롱은 주로 여성들의 수공예품을 통해 의류와 악세서리를 판매하는 사회적기업으로, 3000명 이상의 임직원을 두고 있다. 앞서 1976년 BRAC이 공예품을 생산하기 위해 농촌 여성들의 공예품 제작을 지원하면서 설립됐다.
BRAC는 아롱 소속 장인들에게 일자리를 비롯해 저축, 법률, 육아 등 다양한 지원을 제공한다. 유엔난민기구(UNHCR)의 지원으로 프로그램에 참여한 여성들은 6개월 동안 현장 교육을 받아 장인으로 거듭나게 된다. 현재는 클러스터를 조성해 7만5000명의 공예 장인이 아롱에 소속돼 있다. 대나무, 보석, 도예, 비단직조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구성해 현재는 방글라데시에서 가장 큰 브랜드로 성장했다. BRAC의 사회적기업 80%는 '자체 수입'을 통해 활동을 펼치고 있다.
◆캐나다, 경제활동인구 11%가 사회적 경제계 종사
캐나다의 사회적기업은 '제3섹터'로도 불리며 전체 경제활동인구의 11%(200만명)를 차지하고 있다. 관련 법은 사회적기업을 '공공 이익을 위한 서비스나 재화를 시장메커니즘을 활용해 제공하는 기관 및 사업체'로 정의하고 있다. 이같은 단체는 현재 약 9200개에 달한다. 이들의 경제 활동이 GDP의 8%에 달할 만큼 사회적기업이 활성화돼 있다.
캐나다의 사회적기업은 농업, 에너지, 빈곤, 이민자, 금융 등 산업 전반에 걸쳐 있다. 이에 연방정부는 사회적기업을 지원하는 장치를 가동하고 있다. 지역별로 사회적기업이 정착할 수 있도록 노하우를 축적하고, 공유하면서 사회적기업가의 역량을 강화하는 '지역사회경제개발 네트워크(CCEDNet)'가 대표적이다.
일례로 1987년 설립돼 약 40년간 운영되고 있는 어웨이 익스프레스(A-Way Express)는 토론토 내에서 택배 사업을 운영하는 사회적기업이다. 어웨이 익스프레스는 정신질환자들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직원들은 주로 대중교통을 통해 택배 서비스를 제공한다. 고객이 온라인 또는 전화로 택배를 주문하면 배달 주소지에 가장 가까이 있는 택배원이 배달하는 방식이다. 편지, 등기, 소포 등 택배 비용은 10~35달러(캐나다)다.
온타리오에 본사를 둔 어웨이 익스프레스는 주 보건복지부의 자금 지원을 받는다. '운영 자금의 80%는 정부와 기관'으로부터 확보하고, 나머지 20%는 사업을 통해 마련하고 있다.
◆일본의 사회적기업 'LITALICO'
일본은 사회적기업을 정의하는 뚜렷한 법령을 두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다양한 기관과 단체를 사회적기업으로 인정하고, 그 테두리 안에 있는 법인 형태에 맞는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포괄적인 개념으로서 일본의 사회적기업은 약 7000개로 추산된다.
일본에선 NPO법인(비영리법인)을 가장 보편적인 사회적 경제기업의 형태로 본다. 정부는 이들 법인뿐 아니라 기부금을 낸 개인에게도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이외에 신용보증제도와 사회적경제기업 연구회 등을 마련해 사회적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모색 중이다.
일본의 장애인 지원 사업은 사회적기업의 대표적인 분야다. 앞서 2005년 설립된 일본의 LITALICO는 지난해 기준 자본금 4억5600만엔, 직원수 4601명 규모의 탄탄한 사회적기업이다. 장애인의 취학, 취직, 생활, 간병 등 인생 전 주기에 걸친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대표적인 서비스는 장애인 취업을 돕는 'LITALICO 워크스'다. 장애인의 기업 취업을 위한 워크숍을 실시한다. LITALICO는 단기간 근무, 장기간 근무 등 다양한 여건을 고려하고 있다. 이에 맞춰 PC 기초 교육, 조립 업무, 비즈니스 매너 교육, 이력서 작성, 면접 연습, 취업 후 대인 관계 지원, 가족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 중이다.
LITALICO 워크스에 참여하고 디자인 회사에 취업한 A씨는 LITALICO를 통해 "대학 2학년 시절 ADHD 진단을 받고 평범한 취업 활동이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초조했다"며 "이후 3학년 때 기사를 통해 프로그램을 접했다. 특히 면접연습과 스케줄관리 연습으로 큰 도움을 얻었다"고 했다.
같은 서비스를 3개월간 이용하고 사무직으로 근무 중인 B씨는 "일하고 싶어도 일을 할 수 없는 현실에 많이 울었다"며 "항상 진지하고 이해심이 깊은 직원들의 태도가 힘이 됐다"고 밝혔다.
LITALICO 워크스에는 지난해 3월 기준 총 3738명이 등록했다. 이들 10명 중 9명이 취업에 성공했다. 2022년 기준 이용자의 고용률은 89.2%(1921명)에 달한다.
◆환경문제 해결의 다양한 실마리 찾는 프랑스 사회적 기업들
프랑스의 사회적경제기업은 2021년 기준 약 20만개의 기업이 238만명의 직원을 고용하며, 프랑스 GDP의 10%, 민간 일자리의 약 14%를 차지하고 있다.
특히 프랑스는 2014년 제정한 사회연대경제기본법에 따라 법적 요건을 준수할 때 사회연대경제 생태계로 진출할 수 있는 ESUS 라벨을 부여한다. ESUS로 인증을 받은 기업은 지자체의 보조금을 받으며, 배당을 제한하고 이윤을 재투자할 경우 소득세도 내지 않는다.
아울러 사회적기업 투자자에게도 세금 감면 혜택을 부여한다. 이와 함께 정부의 지원 하에 다양한 사회적 경제 스타트업을 육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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