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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온도 36.5℃②] "사회적 가치와 영리를 동시에"…이런 기업도 있습니다

  • 경제 | 2024-06-25 00:00

양적 성장 넘어선 질적 성장 요구에 등장
사회적 목적 우선 추구하는 기업 '3701개'


사회적기업에 대한 수요가 국내에서도 높아지면서, 다양한 사회적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빅이슈코리아 판매원이 소비자에게 잡지를 전달하는 모습. /빅이슈코리아
사회적기업에 대한 수요가 국내에서도 높아지면서, 다양한 사회적기업이 등장하고 있다. 사진은 빅이슈코리아 판매원이 소비자에게 잡지를 전달하는 모습. /빅이슈코리아

영리(營利)를 얻기 위해 재화나 용역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조직체. 국어사전에 소개된 기업의 사전적 정의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영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지는 않는다. 취약계층에 일자리 제공 등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는 '사회적기업'도 있다. 고용노동부 주관으로 사회적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법도 제정돼 2007년 7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사회적기업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특히 올해부터 예산이 대폭 삭감돼 사회적기업은 기존과는 다른 생존 방식을 모색해야 한다. 사회적기업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나아갈 길을 모색했다. <편집자 주>

[더팩트 | 김태환 기자] "우리는 빵을 팔기 위해서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판다."

세계적인 사회적기업가이자 교수인 릭 오브리가 사회적기업 루비콘제과의 최고경영자(CEO)로 재직한 당시 한 말이다. 사회적 가치를 추구함과 동시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수립해 공동체 가치를 실현하는 사회적기업의 정체성을 잘 표현한 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다양한 사회적기업이 있다. 이들은 장애인, 노숙자 등 취약계층에 일자리나 사회 서비스를 제공하고, 지역사회에 공헌하는 활동을 하고 있다.

대전 지역의 향토기업 '성심당'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성심당 누리집 갈무리

◆3737개 사회적기업…대기업부터 소규모 식당까지 '각양각색'

21일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 자료에 따르면 정부 인증을 받고 활동하고 있는 사회적기업은 3701개다. 사회적 목적 유형별로 살펴보면 일자리제공형이 2450개로 전체의 66.2%를 차지하고 있으며, 이어 지역사회공헌형 347개(9.4%), 사회서비스제공형 312개(8.4%), 혼합형 203개(5.5%%) 등이 있다.

사회적기업은 1997년 말에 발생해 약 4년간 이어진 국제통화기금(IMF) 사태를 겪으며 필요성이 대두됐다. 고용 없는 성장의 구조화, 사회 서비스 수요 증가와 같은 환경 변화가 나타나면서 사회적기업의 필요성이 커졌고, 2007년 사회적기업을 제도화하고 체계적으로 육성하기 위한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됐다.

2008년 제1차 사회적기업 육성 기본계획이 수립됐으며, 사회적 일자리 창출 사업의 단계적 사회적기업 전환, 예비 사회적 기업 지정 제도, 사회적기업가 육성 사업 등 사회적기업 양성에 대한 계획이 구축됐다. 2011년에는 이를 추진하는 조직인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설립됐고, 2012년에는 온오프라인 판매 채널과 공공구매 확대, 맞춤형 컨설팅 등 사회적기업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는 '제2차 사회적 기업 육성 기본계획'이 수립됐다.

이후 2017년 범정부 차원의 '사회적 경제 활성화 방안 발표'를 통해 사회적기업에 한정됐던 사업개발비 지원이 사회적경제기업으로 범위가 확대됐고, 2018년 사회적기업 저변 확대를 위한 지원, 지역과 민간 중심 지원 체계 조성, 사회적 경제 성장 생태계 조성 등을 골자로 하는 '제3차 사회적기업 육성 기본계획'이 수립됐다.

SK그룹의 자회사 '행복나래 주식회사'와 같이 대기업집단 중에도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은 곳이 있다. 행복나래는 지난 2013년 사회적기업 인증을 획득한 국내 최대 규모의 사회적기업이다. 행복나래는 2000년 7월, SK그룹의 인쇄용지, 포장박스, 안전용품 등 소모성자재(MRO)를 공급하는 회사 'MRO코리아'로 출발했으며, SK그룹 멤버사의 유니폼이나 박스, 종이봉투 등 각종 소모품을 공급했다.

SK그룹의 사회적기업 행복나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사회적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서울 중구 순화동에 위치한 행복나래 본사 전경. /SK그룹
SK그룹의 사회적기업 행복나래는 국내 최대 규모의 사회적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서울 중구 순화동에 위치한 행복나래 본사 전경. /SK그룹

2011년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사회적 가치 실현에 대한 의지를 표명하며, MRO코리아를 사회적기업으로 전환했다. 현재 행복나래는 협력사에 산업자재를 제공하고 공급망 관리를 지원해 판로 확대, 마케팅 비용 절감, 물류비용 절감, 거래 안정성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객사에는 단일 접점의 통합 공급을 통해 구매 원가 절감, 구매 투명성 확보, 운영 효율화 등을 지원한다.

SK그룹이 자체적으로 집계한 사회적 가치 측정에서 행복나래는 2022년 기준 1111억원의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는 전년 대비 약 49% 증가한 수치다.

일반 소비자들에게 유명한 사회적기업으로는 '빅이슈코리아'가 있다. 당장 지하철역 부근과 번화가에 방문하면 '빅이슈' 잡지를 판매하는 노숙인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빅이슈는 영국 런던 거리의 노숙자들에게 잡지 판매를 통해 합법적 수입을 올릴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시작된 사회적기업으로, 1991년에 시작됐다. 빅이슈그룹의 잡지는 현재 영국, 호주, 남아프리카공화국, 일본, 대만, 한국에서 8종이 독립적으로 발행되고 있다.

빅이슈코리아는 2008년 10월 개설된 온라인 커뮤니티 '빅이슈 한국판 창간 준비 모임'으로부터 시작됐다. 이후 2010년 5월 서울시 예비 사회적기업에 선정됐고, 2010년 7월 5일 공식 창간됐다. 노동부 인증은 2013년에 받았다.

빅이슈코리아는 창간 이후 노숙자 573명 이상에게 빅이슈 판매원 기회를 제공했고, 총 249만부 이상의 잡지를 판매했다.

아름다운가게는 기증품을 판매해 매장 수익의 70%를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사진은 부산 사직점을 신규 오픈하면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아름다운가게
아름다운가게는 기증품을 판매해 매장 수익의 70%를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사진은 부산 사직점을 신규 오픈하면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아름다운가게

기증품을 판매하고, 수익금을 지역공동체 문제 해결과 환경문제 해소에 활용하는 '아름다운가게'도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사회적기업이다. 지난 2002년 사회활동가 박원순 변호사의 구상으로 시작돼 서울 종로구 안국동에 처음 문을 연 뒤 꾸준히 매장을 확보해 현재 전국 110여곳에 가게를 냈다.

대표적인 나눔 사업 '아름다운 희망나누기'를 통해 전국 매장의 수익의 70%를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소녀방앗간' 식당을 운영하는 '방앗간컴퍼니'도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사회적기업 중 하나다.

소녀방앗간은 전국 방방곳곳 150명의 농민과 직접 계약재배를 통해 청정하고 안전한 식재료를 제공받는다. 자극적이지 않은 청정재료 본연의 맛을 전달하려고 매장 테이블에는 지역에서 올라온 참기름, 된장, 간장 등 발효장과 전통기름을 양념으로 구비하고 있다.

지난 2014년 서울숲에 처음 문을 연 소녀방앗간은 6곳으로 매장이 확대됐으며, 연간 22만명의 방문객이 찾는 '청정 맛집'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최근에는 건나물채소, 반찬밀키트, 재래발효장, 전통기름 등을 판매하는 스토어도 개설했다.

◆성심당도 사회적 기업?…인증 없어도 사회적 가치 추구 기업 확산

법적으로는 사회적기업에 대한 정의가 '인증 기업'에 국한돼 있지만, 넓은 의미에서는 사회적 가치를 존중하거나 표방하는 기업들 역시 사회적기업의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인증을 받지 않더라도 영리기업과 비영리조직의 중간 형태로 사회적 목적을 우선적으로 추구하면서 재화·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수행하는 기업과 조직도 사회적기업으로 볼 수 있다.

인증을 받지 않았음에도 사회적기업의 가치를 실현하는 대표 기업으로는 대전의 명물 향토기업 '성심당'이 있다.

성심당의 창업자 임길순 씨는 흥남 철수 때 월남해 1956년 대전에 정착했다. 천주교 대전교구 주교좌 대흥동성당에 방문해 밀가루 2포대를 받았는데, 이를 가지고 찐빵을 만들어 판매한 것이 성심당의 시작이었다.

대전 지역의 향토기업 '성심당'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성심당 누리집 갈무리
대전 지역의 향토기업 '성심당'도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는 기업문화를 추구하고 있다. /성심당 누리집 갈무리

성심당은 초대 창업주 시절부터 "당일 생산한 빵은 당일 모두 소진한다"라는 원칙을 내세웠고, 팔다가 남은 빵이 있으면 전쟁고아, 노숙인, 노인 등에게 나누어 주는 등 빵을 기부했다. 이러한 빵 기부는 지금까지도 성심당의 전통으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으며, 남는 빵은 지역 사회 복지 단체 등에 기부하고 있다.

풀필먼트 기업 '두핸즈'도 사회적 기업의 가치를 추구하는 테크 스타트업이다. 두핸즈는 지난 2012년 '일자리 기회를 넓혀 인간의 존엄성을 지킨다'는 취지로 설립됐다.

설립 초기에는 노숙자들을 고용해 종이 옷걸이를 만들어 대기업 사회공헌(CSR)팀에 납품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설립했다. 하지만 일감이 유동적이라는 한계에 부딪혔고, 좀 더 노동집약적이면서도 안정적인 일감이 나오는 물류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결국 두핸즈는 2015년 2월 물류대행 브랜드 '품고(Poomgo)'를 론칭하고, 제품 관리, 검수, 재고 관리, 포장, 배송, 고객응대(CS)까지 일괄적으로 처리하는 '풀필먼트' 사업으로 전환했다.

두핸즈는 2022년 기준 누적 고객사 수가 1000개를 돌파했고 풀필먼트센터는 용인, 남양주, 일산, 파주, 음성 등 총 5곳까지 확대됐다. 같은 해 9월에는 약 216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사회적 가치 투자 '임팩트 투자' 확산…낮은 수익성·자립도 개선 '과제'

최근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관련한 기업과 투자자들의 수요가 높아짐에 따라 사회적기업에 대한 투자인 '임팩트 투자(Impact Investing)'에 대한 수요도 확산되고 있다. 임팩트 투자란 재무적 이익을 추구함과 동시에 환경과 사회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기업에 투자하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증권 리서치 ESG솔루션팀에 따르면 글로벌 임팩트 투자 규모는 2022년 기준 4000억달러(538조6000억원) 수준이며, 오는 2027년까지 연간 17.8%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손서원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글로벌 이상 기후와 코로나19를 경험하면서 환경과 사회 이슈의 중요성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증가했고 투자자나 기업에 ESG는 더 이상 '뉴노멀'이 아니라 '노멀'이 되고 있다"면서 "이러한 변화는 ESG 투자 수요를 견인하면서 임팩트 투자 수요에도 영향을 미쳐 (투자 규모의) 성장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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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thin@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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