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아, 금투세 폐지·시행 첨예한 대립
투자자 첫 금투세 집회, 시장·국회·당국 갈등 기폭제 가능성도
[더팩트ㅣ이한림 기자]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시행을 두고 여야 대립이 첨예한 가운데 폐지를 외치던 일부 '동학개미(국내 증시 개인 투자자)'들이 결국 촛불 앞으로 나선다. 금투세가 정계는 물론 주식 시장에도 큰 화두로 떠오른 만큼 이번 집회를 기점으로 시장 참여자인 투자자들, 정책 입안자인 국회, 시행자인 당국의 갈등이 더욱 증폭될 전망도 나온다.
29일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에 따르면 한투연은 오는 30일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 앞에서 금투세 폐지를 촉구하는 촛불집회를 연다. 30일은 지난 4월 총선을 통해 야당이 다수를 차지한 22대 국회의 개원일이다.
한투연은 상장사들의 주주환원율, 주가순자산비율(PBR), 배당 성향 등이 여전히 낮고 국내 증시가 저평가된 시점에서 금투세를 시행할 경우, 주식 시장이 위축되고 투자자들의 과세 부담만 늘어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국내 주식시장은 형식적으로는 신흥국으로 분류되지만 주주환원율과 PBR, 배당성향이 중국보다 못하다. 모든 지표가 후진국 수준이므로 금투세 시행은 시기상조이고 강행 시 주식시장이 폭락할 가능성이 높다"며 "금투세는 개인투자자 독박과세라는 치명적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 연말까지 금투세 폐지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겠다"고 말했다.
금투세는 국내외 주식, 채권, 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을 환매·양도할 때 발생하는 소득을 금융투자소득으로 합산해 통합 과세하는 세제를 의미한다. 투자자가 주식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이 5000만원을 넘을 때 초과하는 수익의 20%를 세금으로 내야 하는 형태로, 문재인 정부 때 처음 등장해 2020년 12월 여야 합의로 국회를 통과했다. 애초 지난해 시행 예정이었다가 한 차례 연기됐으며 올해 말까지 유예기간을 두고 있다.
시행 여부는 안갯속이다. 윤석열 대통령을 비롯한 여당과 금융당국은 금투세 폐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야당은 금투세가 국내 증시를 위축시키지 않고 과세 공포 역시 과장됐다고 설명하는 등 대립각을 곤두세우고 있어서다.
특히 야당은 금투세 납부 기준인 수익 5000만원도 적은 금액이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개인 투자자들에게 유리하고, 과세 측면에서도 안정되고 건전한 금융시장을 확립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해석한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8일 서울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자본시장 밸류업 국제세미나에서 "금투세 폐지에 대한 정부 입장은 변함이 없다. 강행 시 1400만 개미의 혼란을 가중할 것"이라며 "투자자들이 모두 금투세 제도가 과세 수입 측면에서 부정적 효과가 크고, 기업 밸류업 지원방안과도 상충한다는 반대 의견을 줬다. 정부에서 의견을 다시 조율해 국회에 전달하겠다"고 언급했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장은 지난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금투세를 도입하면 오히려 99퍼센트에 이르는 개미 투자자들에게 유리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한 해에 주식투자 등 통해 5000만 이상의 수익을 거두는 개미 투자자가 어디 있나. 금투세는 세계 선진국들이 다 도입하고 있는 선진적인 과세 체계"라고 부연했다.
이렇다 보니 투자자들은 이번 한투연의 집회를 주시하고 있다. 한투연이 모든 개인 투자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나, 금투세와 관련한 손익계산기를 두드리는 와중에 투자자들이 직접 목소리를 내는 첫 집회이기 때문이다.
또한 금투세와 관련된 갈등이 시장 발전이 아닌 이념과 정치 논리 등에 매몰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여기에 한시적 전면 금지를 했던 공매도가 내달부터 재개될 움직임을 보여 일부 개인 투자자들의 불안감도 가중되고 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금투세와 관련해 투자자 집단이 집회를 여는 것은 향후 금투세 시행과 폐지를 둘러싼 갈등의 기폭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금투세 관련 논의가 정치적 목적으로 악용돼서도 안 된다. 국회나 당국은 자칫 시장 공포감을 조성할 수 있는 민감한 단어 사용은 지양하고, 글로벌 증시에 비해 홀로 제자리걸음을 걷는 국내 증시 상황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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