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법인에 937억원 규모 증자
유일한 해외법인 실적 부진…하반기 반등 성공할지 주목
[더팩트ㅣ이선영 기자] 조좌진 롯데카드 대표가 롯데카드의 유일한 해외법인인 베트남 법인에 공격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나 출범 이후 아직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국제 경기 침체와 고금리 기조로 글로벌 시장이 악화되면서 실적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937억원 규모 증자 등 투자를 확대하며 사업 확장에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베트남 법인이 실적 부진을 딛고 하반기 반등을 성공할지에 관심이 모인다.
2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롯데카드는 지난 2일 베트남 법인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에 6800만달러(약 937억원) 규모의 증자를 완료했다. 이는 베트남 사업을 시작한 2018년 이후 최대 규모로, 베트남 시장에서의 사업 확장을 본격화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롯데카드에 따르면 이번 증자는 롯데카드의 축적된 현지 경험과 차별화 역량을 바탕으로 베트남 사업이 지속 성장이 가능한 수준으로 안정화되었다는 자체 평가에 따른 것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이번 투자금은 사업구조 개편 기반 마련, 영업자산 확대에 따른 운영자금 등 안정적 성장 여력을 확보하는 데 사용된다"고 말했다.
앞서 롯데카드는 베트남의 성장잠재력에 주목해 2009년부터 베트남 진출을 추진해 왔다. 지난 2018년 베트남 현지 소비자금융 회사인 '테크콤 파이낸스'를 인수하며 베트남 시장에 진출했다.
다만, 공격적인 투자에도 베트남 법인은 출범 이후 아직까지 흑자를 내지 못하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은 △2019년 77억원 △2020년 167억원 △2021년 131억원 △2022년 101억원 △2023년 12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국제 경기 침체와 고금리 기조로 글로벌 시장이 악화되면서 실적 하락이 지속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타 카드사의 해외법인 역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4개 카드사(신한·우리·KB국민·롯데카드)의 해외법인 11곳의 총 순익이 1억1300만원에 불과했다. 이는 전년 대비 약 99% 하락한 수치다.
롯데카드의 해외 진출 방식이 여타 카드사와 차이가 있기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롯데카드는 기존에 영업을 영위하던 회사를 인수하는 형태가 아닌 라이선스를 보유한 재무 건전성이 좋은 회사를 인수해 새롭게 사업을 시작하는 형태로 출발했다. 시스템 투자, 영업점 확충 등 사업 기반을 구축하는 모든 과정에 비용을 투입해야 하는 형태로 초기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시기라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롯데카드 관계자는 "베트남 법인인 롯데파이낸스 베트남은 현재 안정적인 자산 성장 및 비용 효율화 등으로 적자폭을 개선해 나가고 있다"며 "다만, 2022년말부터 전 세계적으로 고금리 기조 및 글로벌 리세션(경기 둔화)이 지속되면서 금융비용 및 대손비용 증가해 적자폭이 전년 대비 소폭 늘었다"고 설명했다.
롯데카드는 하반기 베트남 시장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바탕으로 실적 반등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카드는 신용정보가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지 않은 베트남에서 자체 신용평가 모델을 개발해 고객 신용도에 따른 차별화된 금리를 제공하는 'RBP(Risk Based Pricing) 체계'를 구축했다. 이는 고금리 시장 속 우량 고객에게 낮은 금리를 제공해 건전성은 유지하고 상품 경쟁력은 높였다.
현지 이커머스 및 전자지갑(e-Wallet) 회사와의 협력을 통한 BNPL(Buy Now Pay Later) 서비스도 확대했다. 2022년에는 '베트남의 쿠팡'으로 불리는 이커머스 업체 '티키'와, 올해 4월에는 베트남 3위 전자지갑 회사인 '잘로페이(Zalopay)'와 업무제휴를 맺고 BNPL 서비스를 선보였다.
또 베트남에 진출해 있는 롯데그룹 계열사와의 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올해 4월에는 롯데몰,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이용고객을 대상으로 한 '롯데 베트남 PLCC' 카드를 출시했다.
롯데카드는 우량회원 중심의 영업을 지속하며 올해 베트남 법인의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베트남은 공무원 비중이 한국 대비 높으며 중산층 비중이 지속 증가하고 있어, 직업 안정성과 확실한 신분을 지닌 공무원 및 고소득 직장인을 대상으로 신용대출 판매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며 "올해 4월 말 신용대출 취급고 기준 절반 이상이 공무원 및 고소득 직장인 대상일 정도로 주력상품으로 성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량자산 확대를 가속화해 베트남 소비자금융 시장에서 안정적 사업 확장 및 자산 건전성을 개선하고, 중기적으로 사업 안정성을 확보하는 등 현지에서의 본격적인 성장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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