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대한변협 손잡고 ESG 경영 관련 법률 지원 시작
다른 경제단체도 ESG 전담 조직 통해 애로사항 해소 노력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국내 주요 경제단체들이 회원사들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강화를 지원하기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다.
10일 경제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최근 대한변호사협회(대한변협)와 ESG 관련 법률 지원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두 기관은 앞으로 국내외 ESG 법제화 및 글로벌 통상 규제와 관련한 다양한 협력 사업을 공동 추진할 예정이다. 특히 △ESG 공시·검증 제도, 공급망 관리·통상 규제 등에 대한 정보 공유와 공동 대응 △중소·중견기업에 대한 ESG 법률 상담 지원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교육물 제작·강의 등에서 협력한다.
대한상의가 대한변협과 손을 잡은 것은 국내외에서 ESG 법제화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지만 이를 대응할 여력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앞서 유럽연합(EU)은 지난해 3월 ESG 공시를 의무화했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지난 4월 기후 공시 의무화를 최종 확정했다. 한국도 지난달 30일 ESG 공시 기준 공개 초안을 발표했다. 공시 의무화 외에도 EU의 공급망 실사법과 각종 통상 규제가 기업들의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으며, 상대적으로 중소·중견기업들의 고심이 더욱 깊은 상황이다. 대한상의가 지난달 발표한 ESG 경영 수준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중소·중견기업 1278개사의 ESG 경영 점수는 10점 만점에 3.5점에 불과했다.
박일준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중소기업의 경우 전문 인력 등 자원이 부족해 해외 법·규제 동향 파악은 물론 글로벌 기준을 충족하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우리 기업의 ESG 규제 대응 능력을 강화하고 법적 리스크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대한상의는 회원사들의 ESG 역량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ESG 가이드북을 배포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단체는 올해 들어 EU ESG 공시 기준 관련 가이드북, 주요 업종별 ESG 지원 가이드북 등을 발간했다.
회원사들이 참여할 수 있는 ESG 관련 행사도 꾸준히 개최하고 있다. 지난 3월 ESG 이슈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ESG 혁신 성장 콘퍼런스'를 열었고, 2월에는 그린워싱 리스크와 대응 방안 등 ESG 주요 현안과 시사점에 대해 논의하는 '대한상의 ESG 경영 포럼'을 진행했다.
대한상의의 ESG 지원이 본격화된 것은 'ESG 전도사'로 불리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대한상의 회장으로 취임한 2021년부터다. 사회적 가치, ESG 등을 기업 경영에 내재화해야 기업 가치를 높일 수 있고, 지속가능 성장도 달성할 수 있다는 게 최태원 회장의 생각이다. 그는 취임 직후 대한상의 기업 문화팀을 ESG 경영팀으로 개편한 뒤 회원사들의 ESG 경영 강화를 위한 지원 방안을 지속 고민해 왔다.
최태원 회장은 직접 다른 기업인들의 ESG 경영 동참도 이끌어냈다. 사회 가치 증진을 위한 노력을 경제계 전체로 확산한다는 취지로 신기업가정신협의회(ERT)를 만들었고, 이를 통해 '다함께 나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 3일 구광모 LG그룹 회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과 함께 4차 '다함께 나눔 프로젝트'에 참여, 서울 서대문종합사회복지관을 찾아 사회문제로 지목된 간병돌봄 관련 현장을 살펴보고, 간병돌봄 가족에 대한 지원 내용을 발표하기도 했다.
대한상의뿐만 아니라 다른 경제단체들도 회원사들이 ESG 경영을 강화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지난 2021년부터 10대 그룹을 포함한 18개 주요 그룹 사장급 대표가 참여하는 경영계 최고위 ESG 협의체인 ESG 경영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위원장은 손경식 회장이다. 올해 회의는 최근 화두인 'ESG 통상 규제 대응'을 주제로 지난 9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회의에서는 ESG 통상 규제에 따른 애로를 해소하기 위한 방안과 정부·산업계의 협력 방안 등이 다뤄졌다. 또 중소기업 데이터 플랫폼 구축, ESG 전문 인력 채용 인센티브제 도입, 국가 전략 기술 세액공제 일몰 연장, 국내 현실을 고려한 ESG 공시 기준 마련 등도 논의됐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 역시 수년째 ESG 전담 조직을 운영하며 지원책 마련을 위한 고민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을 초청해 '제9차 K-ESG 얼라이언스' 회의를 열고 ESG 의무 공시의 종류·범위가 늘어나는 것에 대한 대책 마련을 요구했다.
한 경제단체 관계자는 "경제단체장들이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할 때, 매번 ESG가 중점적으로 다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며 "기업들이 ESG 경영을 강화할 수 있도록 돕고, 실천을 도모하는 일은 하나의 단체가 아닌 경제계 차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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