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력한 실행력 주문…4대 신성장 영역 중심 현장 경영 강화
"롯데 경영 집중" 아시아소사이어티코리아 회장직도 물러나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내부 구성원들을 향해 '실행력'을 강력히 요구한 데 이어 자신도 주요 사업장을 잇달아 점검하며 경영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이는 미래 경쟁력을 갖춘 '뉴롯데'로 나아가기 위해 새로운 사업을 발굴·육성하려는 움직임이다. 신동빈 회장은 앞으로도 바이오앤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 등 그룹 신성장 동력을 중심으로 현장 경영을 이어나갈 전망이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신동빈 회장은 최근 현장 경영을 강화하며 신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지난 17일 해외 출장에 나서 말레이시아 사라왁주 쿠칭에 있는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스마트팩토리를 방문했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일진머티리얼즈를 2조7000억원에 인수하며 이차전지 소재 사업을 본격화했는데, 관련 사업 현황을 점검하고 현지 임직원들을 격려하기 위해 해당 사업장을 찾은 것이다.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는 2019년부터 말레이시아에서 동박을 생산하고 있다. 동박은 구리를 얇게 펴 만든 막으로 이차전지 음극집전체에 쓰인다. 지난해 말 준공한 5·6공장에서 2만톤의 추가 생산이 가능해져 말레이시아 스마트팩토리의 연간 생산 규모는 6만톤 수준이다. 신동빈 회장은 "말레이시아의 입지적 장점을 활용해 원가 경쟁력을 더욱 높이고, 세계 최고 품질의 동박을 생산할 수 있도록 노력해달라"고 말했다.
이차전지 소재는 롯데그룹이 집중 육성하고 있는 미래 먹거리다. 바이오앤웰니스, 모빌리티, 지속가능성, 뉴라이프 플랫폼 등 4대 신성장 영역 중에서 지속가능성 분야에 해당한다. 신동빈 회장은 '뉴롯데'로 도약하기 위해 이들 사업의 고도화가 필수적이라는 판단 아래 추진 현황을 직접 챙기고 있다. 실제로 이번 출장뿐만 아니라 최근 신동빈 회장의 동선은 4대 신성장 영역에 집중돼 있다.
앞서 신동빈 회장은 지난달 25일 롯데이노베이트(옛 롯데정보통신) 자회사 이브이시스의 청주 신공장을 방문했다. 지난 1월 준공된 청주 신공장을 둘러보며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점검했다. 신동빈 회장은 신성장 영역 중 모빌리티에 속한 전기차 충전기 사업에서 품질·신뢰도 등 기본 역량 제고, 해외 진출 추진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신동빈 회장은 이달 초 콘텐츠 비즈니스 강화를 직접 주문하기도 했다. 콘텐츠 비즈니스는 지적재산권(IP)과 연계된 상품·서비스, 공간을 기획해 고객에게 콘텐츠 경험을 제공하는 사업을 말한다. 현재 롯데지주는 콘텐츠 비즈니스 담당 조직을 꾸려 새로운 사업 모델 구상에 나섰다. 1번째 콘텐츠 비즈니스 프로젝트는 포켓몬과의 협업이었다. 신동빈 회장은 "롯데의 자산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중장기 지속가능한 모델 개발에 힘써 달라"고 전했다.
신동빈 회장은 인공지능(AI) 사업에도 큰 관심을 쏟고 있다. 지난달 'CEO AI 콘퍼런스'를 열고 전 계열사 CEO와 최고전략책임자(CSO) 등 주요 경영진 약 110명이 참석하도록 했다. 이는 경영진의 AI 역량을 강화하기 위함으로, 신동빈 회장은 AI의 활용 범위를 단순히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수단을 넘어 혁신의 관점에서 각 핵심 사업의 경쟁력과 실행력을 높이는 수준까지 끌어올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사업 관련 신동빈 회장의 이러한 광폭 행보는 올해 초부터 예견됐다. 신동빈 회장은 상반기 밸류크리에이션미팅(VCM, 옛 사장단회의), 일본 요미우리신문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신성장 영역으로 사업 교체를 적극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경영진에게는 혁신을 위한 '실행력 강화', '민첩한 대응' 등을 주문했다. 재계 관계자는 "총수의 적극적인 경영 활동은 조직을 결집시키는 효과가 있다"며 "신동빈 회장의 메시지가 분명한 만큼, 앞으로 롯데 계열사는 신사업에 더욱 힘을 실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동빈 회장은 17년간 이끈 민간 외교 단체 아시아소사이어티코리아 회장직에서도 최근 물러났다. 그간 아시아에 대한 이해 증진 및 문화적·외교적 교류 확대에 공을 들여왔고, 단체에 대한 애정도 크지만, 그룹 경영에 집중하기 위해 이러한 결정을 내렸다. 아시아소사이어티코리아는 후임자를 찾지 못해 해산됐다.
한편 신동빈 회장의 장남 신유열 롯데그룹 전무도 신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올해부터 지주사 차원에서 신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미래성장실과 미래 먹거리인 바이오 사업을 영위하는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을 동시에 이끌고 있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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