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래미콘 가격 상승세
'공사비 인상→분양가 상승'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대형 건설사들이 매입한 시멘트 가격이 2년 새 40%가량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시멘트로 만드는 레미콘 가격 역시 30%대 상승폭을 보였다. 아파트 건설의 주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공사비와 분양가 인상으로 이어진 것으로 풀이된다. 건설업계도 최근 수익성 악화의 주요 원인으로 시멘트 가격을 지목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주택공급 차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1일 국토교통부 시공능력평가 상위 10대 건설사 중 지난해 실적을 공시한 9개 업체의 원재료 매입가를 분석한 결과 시멘트 가격이 2년 전보다 최대 47% 오른 것으로 확인됐다. 같은 기간 원재료 가격에 시멘트를 공시한 6개 업체의 평균 상승폭도 35%에 달했다.
업체별로 보면 지난해 현대건설의 시멘트 매입가가 47% 올라 가장 높은 상승폭을 나타냈다. 이어 △현대엔지니어링 46% △삼성물산 40% △대우건설·DL이앤씨 39% △GS건설 33% 등의 순으로 높았다. 시멘트는 아파트를 짓는 콘크리트의 주요 원자재다. 시멘트와 물에 모래, 자갈과 같은 골재를 섞어 콘크리트를 만든다.
시멘트 가격 상승세는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집계 결과 올해 1월 기준 건설공사비 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시멘트 가격지수가 6~6.7% 상승했다.
두 번째로 높은 가격 상승폭을 보인 건설 원자재는 레미콘이다. 레미콘은 콘크리트를 미리 제작해 바로 사용할 수 있도록 제품화한 것이다. 레미콘을 통해 건설 현장에서 시멘트를 혼합하는 과정을 들이지 않고 바로 콘크리트를 붓는 타설 작업을 할 수 있다.
레미콘은 지난해 대다수 대형 건설사들이 2년 전보다 27% 높은 가격에 샀다. 레미콘 매입가는 삼성물산·현대건설·DL이앤씨·현대엔지니어링이 27%대, GS건설·대우건설·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이 약 25% 상승했다. 시멘트는 레미콘의 주원료이기도 하다. 이에 두 원자재 가격의 상승세가 비슷한 추이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레미콘은 한 해 건설사가 매입하는 주요 원재료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아파트 공급이 많은 건설사의 경우 철근과 레미콘이 원재료 매입에서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포스코이앤씨·GS건설·DL이앤씨의 경우 지난해 레미콘과 시멘트의 매입 비중이 각각 전체의 21.6%, 20.5%, 20.31% 등으로 원자재 가운데 가장 높았다.
주택건설의 주요 원료인 콘크리트의 원자재 가격 상승이 아파트 공사비와 분양가를 끌어올린 주범이라는 것이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주택건설 주요 원료는 콘크리트와 철근인데, 철근 가격 안정화에도 시멘트 가격이 너무 큰 폭으로 뛰어 원가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철근 가격의 경우 2022년 한 차례 폭등한 뒤 지난해에는 다소 안정화했지만, 시멘트는 오히려 가격이 더 올랐다"며 원자재 가격 인상을 주택 사업 부진의 이유로 꼽았다. 실제로 같은 기간 철근 가격의 경우 2~7%가량 낮은 가격에 매입한 업체들도 있었다. 현대엔지니어링 지난해 철근을 2년 전보다 7.2% 낮은 가격에 사들였다.
원자재 가격 상승세는 분양가와 공사비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에 따르면 지난 2월 민간아파트의 전국 평균 평(3.3㎡)당 분양가는 1771만원으로 전년 동월(1560만원) 대비 13.5% 올랐다. 서울은 24.18%, 수도권은 20.2% 올랐다. 공사비 인상으로 인한 조합과 시공사의 갈등도 늘었다. 김병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한국부동산원에 접수된 공사비 검증 의뢰 건수는 2019년 2건에서 2022년 32건으로 급증했다.
박선구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자재 수급 여건과 정책 개선 방안' 세미나에서 "건설 원자재가격 상승으로 건설 수요가 위축돼 건설경기 부진과 건설사 수익성 악화, 주택공급 차질 등의 문제가 초래됐다"며 "원자재 수급 예측 시스템 개발, 가격 변동에 따른 갈등 해소를 위한 협의체 구성 등 대응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wisd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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