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대 초 국민 우유 소비 늘리기 위해 기획
조선 후기 백자 '달항아리' 디자인 차용
유통은 실생활과 밀접한 산업군입니다. 하루에도 수많은 상품이 쏟아져 나와 소비자들의 삶을 윤택하게 합니다. 하지만 이들 상품을 사용하면서 문득 떠오르는 궁금증도 많습니다. 이 코너는 유통 관련 궁금증을 쉽게 풀어드리기 위해 마련했습니다. 알아두면 쓸모 있는 유통 지식을 소개합니다. <편집자주>
[더팩트|우지수 기자] 식품 업계에는 독특한 패키지 디자인으로 눈길을 끄는 제품들이 있다. 세모 비닐 팩에 담긴 서울우유 '삼각 커피우유', 병 가운데가 불룩한 빙그레 '바나나맛우유' 등이 대표적이다. 그중 '단지 우유', '뚱바(뚱뚱한 바나나우유)' 등 별명으로도 불리는 바나나맛우유는 올해로 출시 50주년을 맞았다. 바나나라는 과일이 귀했던 50년 전, 바나나맛우유는 왜 탄생했으며 지금과 같은 뚱뚱한 몸을 갖게 됐을까.
빙그레에 따르면 바나나맛우유는 한국인 우유 소비를 장려하기 위해 최초 기획됐다. 1970년대 초 정부가 국민 우유 소비를 적극 장려했지만 국내 낙농업 기반이 취약했고, 국민들은 흰 우유를 크게 선호하지 않아 소비가 늘지 않았다. 이에 한국화약그룹(현 한화) 창업주 김종희 회장은 국민들이 우유를 자연스럽게 마실 수 없을까 고민했고 지난 1974년 고급 과일 '바나나'를 활용한 가공우유를 출시했다.
위, 아래는 좁고 가운데가 튀어나온 바나나맛우유의 배불뚝이 병은 한국 고유 멋을 담은 디자인이다. 고급 제품으로 기획된 만큼 우유를 담을 용기부터 차별점을 둬야 했다. 그러다 당시 흔히 쓰인 유리병이나 비닐 팩이 아닌 플라스틱 용기로 결정했고, 전통 백자 '달항아리' 모습을 차용해 제품을 완성했다.
바나나맛우유는 달항아리의 디자인뿐만 아니라 제조 과정까지 차용했다. 문화재청 국가문화유산포털에 따르면 조선 후기 대표 백자 양식인 달항아리는 큰 형태로 굽기가 어려워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따로 구운 뒤 붙여 만들었다. 바나나맛우유 역시 윗부분과 아랫부분 사발 모양 플라스틱을 만든 뒤 이를 결합해 만든다. 두 부품을 맞대고 회전시켜 마찰열로 접합해 제작하는데, 현재 이 기술을 사용하는 회사는 빙그레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빙그레 관계자는 "1970년대 당시 제품에 새기는 프린팅 디자인보다 제품 패키지 디자인이 인기였다"며 "당시 개발팀은 한국에서 처음으로 만드는 바나나 우유에 제품 기획 의도까지 고려해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외형을 고집했다"고 설명했다.
바나나맛우유는 올해로 출시 50주년이 됐다. 강산이 다섯 번 바뀌는 동안 바나나맛우유는 빙그레 전체 매출액 20%를 차지하는 대표 품목으로 자리 잡았다. 지난 2022년에는 해외 시장을 포함해 매출 2000억원을 넘겼고 지난해는 매출액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이 회사는 지난해 영업이익 1122억원, 매출액 1조3943억원을 달성했다. 역대 최대 실적으로 영업이익이 1000억원을 돌파한 것은 지난 1967년 빙그레가 창사한 이래 최초다.
바나나맛우유는 빙그레 신제품 음료 플랫폼 역할도 맡는다. 달항아리 용기를 그대로 활용한 딸기맛우유, 메로나맛우유 등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 빙그레는 올해 50주년을 기념해 자사 동갑내기 아이스크림 '투게더'와 결합한 투게더맛우유를 선보였다. 실험적인 향을 첨가하는 '단지가궁금해' 시리즈에서는 오디, 귤, 바닐라, 호박고구마, 캔디바 등 색다른 제품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빙그레 측은 "바나나맛우유는 기성세대와 젊은 층이 함께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제품"이라며 "항상 소비자가 새로운 브랜드로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index@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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