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증거인멸 우려 영장 발부…사측 "혐의 명백치 않다"
유럽, 중동, 미국 등 해외시장 공략 제동 우려
[더팩트|우지수 기자] SPC그룹이 허영인 회장 구속으로 경영에 비상이 걸릴 모양새다. 강선희 SPC 대표가 지난달 사임한 후 황재복 대표가 노동조합 해체 혐의로 구속됐고 이어 허영인 회장까지 검찰 조사를 받으며 최종 결정권자들이 자리를 비우게 됐기 때문이다. 이에 SPC그룹이 추진하던 해외 사업 확장 행보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허 회장은 최근까지도 이탈리아 등 해외 기업과 프랜차이즈 사업 논의를 진행했다.
남천규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5일 오전 2시 7분 허영인 회장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남 부장판사는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다"고 구속 사유를 설명했다.
허 회장은 지난 2019년 7월에서 2022년 8월 SPC 자회사 PB파트너즈가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파리바게뜨지회 조합원들의 노조 탈퇴를 종용하고 회사 친화적인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 식품노련 PB파트너즈 노조 조합원 확보를 지원하는 데 관여한 혐의를 받는다.
황재복 SPC 대표는 지난달 22일 같은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검찰은 황 대표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허 회장 지시가 있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하고 지난달부터 이에 대한 조사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황 대표와 함께 SPC 각자 대표로 영입된 강선희 대표는 임기 1년 만에 남편 선거 운동 지원을 이유로 지난달 2일 사임했다.
황 대표, 서 전 대표에 이어 허 회장까지 자리를 비우자 업계에서는 SPC그룹 경영진이 강조하고 있는 해외진출 등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허영인 회장은 지난 2015년 10월 SPC그룹 비전으로 '그레이트 푸드 컴퍼니'를 내세웠다. 오는 2030년까지 매출 20조원, 10만 일자리, 세계 1만2000개 매장을 만들겠다는 것이 골자다. SPC그룹 측은 지난 4일 허영인 회장이 구속에 대한 입장문에서 "SPC그룹 사업 확장을 위한 중요한 시기에 이 같은 상황이 발생해 매우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 회사 대표 프랜차이즈 파리바게뜨는 국내 사업 확장 한계에 봉착해 해외 진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 2017년 3367개였던 가맹점수는 2022년 기준 3402개로 5년간 증가율이 1%에 불과했다.
허 회장은 지난달 13일 검찰이 조사를 위해 출석을 요구할 당시 파리바게뜨의 이탈리아 진출을 위해 파스쿠찌 본사와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이유로 검찰 측에 일정 조정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사업 협의 중 최종 결정권자가 공석이 돼 현지 진출 속도가 늦춰질 가능성이 커졌다.
SPC그룹은 중동 할랄 시장 진출, 미국 공장 건설 등 사업도 하고 있다. 지난해 6월 말레이시아 조호르바루에 할랄 인증 공장을 착공해 올해 본격 가동을 예고했다. 지난해 말에는 아랍에미리트(UAE) 기반 기업 갈라다리 브라더스 그룹과 파트너십 업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SPC삼립과 파리크라상은 미국 현지 제조시설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식품 업계 관계자는 "경영 리더의 사법 리스크가 생긴다면 아무래도 사업 속도에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면서도 "관련 사업을 맡고 있는 실무자들은 건재하다. 큰 규모 사업이 뒤집어지거나 하는 일은 드물 것"이라고 내다봤다.
SPC그룹 측은 "병원에 입원 중인 고령 환자에게 무리하게 체포영장을 집행하고 허영인 회장에게 충분한 진술의 기회와 방어권도 보장하지 않았다"며 "구속영장까지 청구할 정도로 이 사건에서 허 회장의 혐의가 명백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허 회장은 사업상 일정 등 이유로 출석을 미루다 지난달 25일 소환에 응했지만 가슴 통증을 이유로 조사 1시간 만에 귀가했다. 그러다 지난 2일 서울의 한 병원에서 체포돼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됐다.
검찰에 따르면 구속기간 최대 20일 동안 허 회장을 상대로 그룹 차원 부당노동행위가 있었는지 조사할 계획이다. 아울러 백모 SPC 전무(구속기소)가 검찰 수사관에게 각종 수사 정보를 제공받고 그 대가로 수백만 원의 향응 등을 준 과정에 허 회장이 관여했는지도 조사할 방침이다.
허영인 회장 공백으로 장·차남 역할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SPC그룹 경영 승계 구도에 업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장남인 허진수 파리크라상 사장에게 제빵 사업인 파리크라상과 SPC삼립을, 차남 허희수 SPC그룹 부사장에게는 비알코리아와 섹터나인을 물려줄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허진수 사장은 지난해 10월 윤석열 대통령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순방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해 현지 갈라다리 브라더스 그룹과 사업 연결고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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