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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토크<상>] 격전의 한미그룹 주총, '가왕' 조용필 언급된 이유는?

  • 경제 | 2024-03-31 00:00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주총 개최
OCI그룹 통합 무산, 임종윤·임종훈 형제 승리


지난 28일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그룹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를 마치고 한미그룹 사내이사로 선임된 임종윤 한미약품 전 사장(왼쪽)과 임종훈 한미약품 전 사장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화성=박헌우 기자
지난 28일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그룹 '제51기 정기 주주총회'를 마치고 한미그룹 사내이사로 선임된 임종윤 한미약품 전 사장(왼쪽)과 임종훈 한미약품 전 사장이 기념 촬영하고 있다. /화성=박헌우 기자

경제는 먹고사는 일과 관련된 분야입니다. 한 나라의 경제가 발전하면 국민의 삶의 질이 높아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이지요. [TF비즈토크]는 갈수록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경제 분야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여 한 주간 흥미로운 취재 뒷이야기들을 생생하게 전달하기 위해 만든 코너입니다. 우리 경제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사건들을 들여다보기 위해 현장을 누비고 있는 <더팩트> 성강현·박병립·최승진·박은평·장병문·허주열·황원영·이성락·김태환·윤정원·이한림·정소양·이중삼·최문정·최의종·최지혜·이선영·우지수·서다빈 기자가 나섰습니다. 지난 한 주 동안 미처 기사에 담지 못한 경제계 취재 뒷이야기를 지금 시작합니다. <편집자 주>

[더팩트ㅣ우지수 기자] 봄비가 거리를 적신 3월의 마지막 주가 끝나 갑니다. 올해 1분기가 마무리되는 가운데 경제계에서도 여러 이야깃거리가 들려 왔는데요. 창업주 일가가 모녀와 형제로 나뉘어 대립 중인 제약업체 한미사이언스가 지난 28일 정기주주총회를 열었습니다. 장·차남 형제 측 승리로 일단락된 가운데 주총에서 뜻밖의 인물이 언급돼 눈길을 끌었습니다. 바로 '가왕' 조용필입니다.

75년간 동업관계를 이어온 고려아연과 영풍의 경영권 분쟁 구도가 심화하고 있습니다. 영풍 비철금속 유통사 서린상사를 둘러싼 경영권 분쟁, 주주총회 표대결 등 분쟁이 거세지고 있습니다. 두 회사의 원만한 분리, 아직은 요원해 보입니다. 은행권에서는 금융감독원 분쟁조정기준안을 수용하기 위해 이사회가 열렸습니다.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상품을 대규모로 판매한 은행들이 투자자 불확실성 해소를 위해 자율배상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 고성 오간 한미 주총, 형제 승리…OCI 이우현 '낙동강 오리알' 신세

-가장 먼저 제약업계의 소식을 들어볼까요? 지난 28일 한미사이언스의 제51기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는데요. 긴박했던 당시 상황을 전해주시죠.

-한미는 OCI와 그룹 통합을 두고 오너 일가가 다툼을 벌였습니다. 고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부인 송영숙 한미사이언스 회장과 딸인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부회장은 통합에 찬성하는 입장이었고, 창업주의 장·차남인 임종윤·임종훈 전 한미약품 사장은 반대하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당초 오전 9시에 시작될 예정이었던 주총은 1000여 장에 달하는 위임장 집계로 인해 3시간가량 지연된 낮 12시 29분이 돼서야 간신히 시작했는데요. 한미그룹 오너가 모녀 측과 형제 측 기싸움이 팽팽히 이어졌습니다. 불참한 송영숙 회장을 대신해 주총 의장 대리를 맡은 신성재 한미사이언스 경영관리본부 전무의 적격성에 대한 신경전이 대표적입니다. 신 전무는 자신을 '전무이사'라고 소개했는데요. 이에 대해 임종윤 전 사장은 "전무냐, 전무이사냐. 미등기 임원인 것이냐"며 지적했습니다. 이에 신 전무는 "미등기 임원이 맞다"고 정정했습니다.

형제 측 관계자는 "미등기 임원이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판례가 있다"며 "일부 고등법원 판례에는 미등기 이사가 권한대행에 적법하지 않다고 판결한 경우도 있어, 절차 적법성에 대해 추후 이의를 제기하겠다"고 쏘아붙였습니다. 회사 측 법률대리인은 신 전무가 회사 정관에 따라 적법하게 권한대행을 맡았다고 반박했습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양측의 신경전이 치열했던 것 같네요. 그런데 이런 상황, 한두 번이 아니라면서요?

-그렇습니다. 부의안건 중 이사 선임 배경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신 전무가 한미사이언스 측 후보자에 대해서만 추천 배경을 설명한 것인데요. 이에 임 전 사장은 마이크를 잡고 주주제안한 5명의 후보를 직접 소개하기 시작했습니다. 임 전 사장은 소개를 마치며 "후보자들의 설명을 급조해 마무리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주주총회 속 갈등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특히 주총이 오전에 3시간, 표결을 앞두고 집계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약 2시간이 지연되자, 주주들까지 가세해 목소리를 높이기 시작했는데요. 예고도 없이, 반복되는 '무한대기' 상황에 지친 주주들은 직접 단상 앞으로 가 소리쳤습니다. 주주들은 "15분 지연이라고 했으면서, 마냥 기다리라는 것이냐", "정확한 대기 시간도 제시하지 못하면서 계속 기다리라고 하는 것이 적절치 않아 보인다"며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지난 28일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 주주총회' 직전 이우현 OCI그룹 회장(가운데)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화성=박헌우 기자
지난 28일 경기 화성시 라비돌 호텔에서 열린 한미사이언스 '제51기 정기 주주총회' 직전 이우현 OCI그룹 회장(가운데)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화성=박헌우 기자

-그렇게 나온 주총 결과가 정말 반전이었다고요.

-이번 한미사이언스 주총은 임종윤·임종훈 형제의 완승으로 마무리됐습니다. 이들은 약 52%의 지지를 얻어 사내이사에 신규 선임됐습니다. 형제 측에서 각각 기타비상무이사와 사외이사로 추천한 권규찬·배보경, 사봉관 후보도 과반의 지지를 얻어 이사진에 합류했습니다. 새롭게 꾸려진 한미그룹 이사진들이 OCI그룹과의 통합을 반대해 온 만큼, 양 그룹의 통합 역시 무산됐습니다.

놀랍게도 이번 주총의 승리를 가른 것은 소액주주들이었는데요. 주총을 앞두고 모녀 측(42.66%)과 형제 측(40.57%)의 우호 지분율 차이가 매우 미미했기 때문입니다. 한미그룹 최대 개인주주인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12.15%)은 형제 측에, 국민연금공단(7.66%)은 모녀 측에 각각 힘을 실어준 만큼, '캐스팅 보트'는 약 16.77%를 보유한 소액주주들에게 있었기 때문입니다. 결과가 나오자 소액주주들은 소리를 지르며 환호하기도 했는데요, 현장을 찾은 취재진도 결과를 듣고 감탄을 내뱉기도 했습니다.

-정말 '한 주 한 주'가 귀중한 상황인 만큼, 소액주주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이 중요했겠군요. 그런데 한미그룹 소액주주 중 '가왕' 조용필도 있었다면서요?

-네. 임종윤 전 사장은 주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자신을 지지해 준 주주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는데요. 그는 "주주는 제품이 없을 때도 돈을 내고 믿음을 준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형제의 편에 섰던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에게 감사함을 표현하던 임 전 사장은 "저희에게 의결권을 위임해 주신 분 중에는 가수 조용필 선생님도 있다"며 "소중한 한 표를 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습니다. 의외의 인물이 언급된 것에 놀라 <더팩트> 취재진이 현장에서 확인한 결과 '가왕 조용필'은 한미사이언스의 소액주주 중 한명이었습니다.

-이번 통합을 이끈 모녀는 주주총회 현장에 나타나지 않고, 이우현 OCI그룹 회장만 참석했다면서요?

-네. OCI그룹과 통합을 추진한 주체인 모녀는 이날 주주총회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현장의 취재진들도 '설마 당사자들이 안왔겠냐?'라고 생각했지만 모녀는 결국 끝끝내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주주총회 사회자는 송 회장의 불참 사유를 건강상의 이유라고 설명했으나 임 부회장의 불참 사유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이우현 OCI그룹 회장은 송 회장 측 이사 후보로써 오전 10시 10분쯤 현장에 도착했는데요. 홀로 자리를 지키던 이 회장은 개표 전 자리를 떠났습니다. 일각에서는 모녀가 결과를 예측하고 불참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우현 회장은 '낙동강 오리알 신세가 됐다'는 반응이 다수 나왔습니다.

-주총이 끝난 뒤, OCI그룹은 한미그룹 주주들의 선택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통합 절차는 중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소액주주들의 뜻이 향방을 가른 만큼, 앞으로 주주 친화 정책이 기대됩니다.

☞<하>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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