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약품 지주사 한미사이언스 주총서 '통합 추진' 모녀 측 패배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전 세계 오지를 돌아다니며 성장한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겠습니다."
한미약품그룹과 통합이 무산된 OCI그룹 이우현 회장이 제약·바이오 사업 도약 꿈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화학 산업 중심 포트폴리오에서 탈피해 제약·바이오로 확대하려는 계획에 다소 차질이 생겼지만, 미래 먹거리 확보 의지는 거듭 드러냈다.
이 회장은 29일 OCI홀딩스 제50기 주주총회에서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생활 수준이 높아지고 고령화되면 결국 제약·바이오 시장은 커질 수밖에 없기에 한미와 통합 과정은 쉽지 않게 됐지만, 다른 또 좋은 기회를 찾게 되면 성장 전략을 발표할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지난 1월 한미그룹과 OCI그룹 통합 계약이 발표되면서 한미그룹 임종윤 한미사이언스 사장·임종훈 한미약품 사장 형제와 모친 송영숙 회장 및 딸 임주현 부회장 사이 경영권 분쟁이 벌어졌다.
이 회장은 해외 시장 개척을 위해 통합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지난달 7일 콘퍼런스콜에서 "해외 신시장 개척 DNA와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 등이 보유한 좋은 포트폴리오 및 뛰어난 전문성이 만나면 글로벌 헬스케어 시장에서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했다.
종윤·종훈 형제는 신주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하며 반발했다. 그러나 법원은 가처분 기각 결정했고, 국민연금도 모녀 측 손을 들어줬다. 승부가 기우는 듯했으나 전날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서 소액주주에 힘입은 형제 측이 이사회 구성 표 대결에서 이겨 통합은 무산됐다.
OCI그룹은 지난해 지주사 체제 전환에 이어 올해 한미약품을 통합해 제약·바이오 사업 부문 성장 동력으로 삼으려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최근 수년간 꾸준한 20%대 영업이익률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투자를 벌여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고자 했으나 무산됐다.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성장은 다소 늦어졌지만, 소재·에너지 분야에서 확실한 미래 먹거리를 찾을 계획이다. 말레이시아 자회사 OCIM Sdn. Bhd.는 최근 글로벌 태양광 전문 기업 트리나솔라와 약 7억달러(9300억원)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말레이시아의 장점은 친환경 수력발전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중요해지는 상황에서 OCI홀딩스는 저탄소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공급 능력과 제품 경쟁력 입지를 확보했다고 본다.
특히 최근 비중국산 태양광 폴리실리콘 선호도가 높아지는 점을 주목한다. 지난해 2분기부터 시장이 공급 과잉으로 전환돼 태양광 전 밸류체인 제품 가격은 하락했지만, 국제 정세 영향으로 비중국 가격 프리미엄을 유지하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자회사 OCI SE(새만금 에너지)의 성장 가능성도 주목하고 있다. 새만금 단지에서 OCI SE 역할이 독보적인 점을 고려하면 배터리 소재 특화단지가 조성 이후 OCI 사업 반경이 확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 회장은 이날 "배터리 소재 특화단지로 지정돼 향후 2~3년 관련 회사가 입주할 텐데 이때 케미칼(화학) 처리가 많이 필요할 것"이라며 "새만금에 아직 폐수처리장이 없는데, 이게 진행되면 손꼽히는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성장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제약·바이오 사업 확대 계획은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임주현 한미약품 부회장 추천으로 OCI홀딩스 자회사 부광약품 대표이사에 오른 우기석 온라인팜 대표이사 부사장에 대한 신뢰를 드러냈다. 이 회장은 "부광을 보충해 줄 최적의 경영자"라고 평가했다.
이 회장은 국내 제약사 사업 협력 추진 여부를 묻는 취재진 말에 "그렇다"며 "근데 꼭 국내만이 아니고 해외에도 있다"고 답했다.
아울러 이날 주주환원 정책을 강조하며 이후 열린 이사회에서 구체적인 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은 "이사회에서 주주가치 증대를 어떻게 할 것인지 논의해 지금까지 하지 않은 주주환원 정책을 해볼 것"이라고 덧붙였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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