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총일 이어 27일에도 1%대 하락세 이어가
"올해 상반기까지는 생산계획 조절 과도기"
[더팩트|윤정원 기자] 바이오의약품 개발기업 셀트리온이 전날 정기주주총회를 진행한 가운데 소액주주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주가 부진 속 보수 한도만 늘리는 경영진이 야속하다는 견해다. 여기에 더해 미진한 배당과 주총에서의 경영진의 태도도 계속해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 보수 한도 90억→200억 상향…소액주주들 "ESG 경영 영향 우려"
셀트리온은 26일 송도 컨벤시아에서 제33기 정기주총을 개최하고 △제33기 재무제표 승인의 건 △정관 일부 변경의 건 △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선임의 건 △감사위원 선임의 건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승인의 건 △임원퇴직금지급규정 개정의 건 등을 다뤘다. 이날 소액주주들의 가장 큰 반발을 산 대목은 '제6호 의안: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이다. 해당 안건은 이사 보수총액 또는 최고한도액을 기존 90억원에서 200억원으로 늘리는 게 골자다.
신민철 셀트리온 사장(관리부문장)은 이날 "셀트리온은 작년 헬스케어와 합병하면서 양사 이사회가 통합 재구성됐다. 2023년 양사 합산 이사보수 실적은 112억원으로, 단독 이사보수였던 90억원을 상회함에 따라 이사보수한도의 증액이 필요한 상황이었다"며 "회사는 코스피 시총 10개사 기업인당 평균보수 수준을 고려해 그 평균을 적용, 200억원을 보수한도로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신 사장은 "지금 당장 임원 보수를 높이겠다는 것이 아니라, 지급할 수 있는 보수 총액 한도를 높이는 것"이라고 부연했다.
이에 주주들 사이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지난해 셀트리온이 셀트리온헬스케어를 흡수합병하면서 기존 9명이던 이사는 12명으로 3명 늘었지만, 보수 총액 한도는 110억원이나 늘어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셀트리온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삼성과 SK, LG등 주요 대기업은 경영진 성과에 따른 보수지급 제도를 운영 중이며, 올해 이사 보수한도 금액을 낮추는 추세"라며 "이런 안건이 통과되면 주가와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등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꼬집었다.
◆ 이미 보수 상당한데…서진석 "120억 내에서 집행할 것"
실제 셀트리온 2대주주인 국민연금공단(5.27%)도 이달 21일 셀트리온의 이사보수 증액에 '반대'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국민연금이 밝힌 반대 사유 역시 "보수한도 수준이 보수금액과 경영성과 등에 비춰 과다한 경우에 해당한다"는 것이었다. 당시 국민연금은 이사 보수한도 승인의 건을 제외한 나머지 의안에 대해서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미 셀트리온 경영진들은 상당한 보수를 챙기고 있다는 게 소액주주들의 견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게재된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은 지난해 보수로 12억2500만원을 받았다. 기우성 부회장은 17억7500만원을 수령했고, 서정진 회장의 아들인 서진석 셀트리온 대표는 17억4900만원을 안아 들었다. 등기이사 4명의 보수 총액만 해도 52억2200만원에 이른다.
앞서 합병 성공으로 주가 상승을 기대했던 소액주주들의 실망감은 상당한 상태다. 주총에서 소액주주연대 대표는 "주주연대에서는 서정진 회장 및 경영진이 책임경영 차원에서 솔선수범을 했으면 한다"며 "작년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이사보수 합계가 160억원으로 알고 있는데, 120억원 내에서 보수 지급을 집행하겠다는 약속을 해줄 수 있는지 묻고 싶다. 이렇게 해야만 현재 주가가 하락하고, 국민연금이 반대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들에게 회사가 고통을 분담하고 있다는 의지를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이에 서진석 대표는 주주연대의 견해를 수렴하겠다는 입장을 전하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서 대표는 "저희도 책임경영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이사보수한도 추가 집행에 대해서는 3조5000억원 매출을 달성한 뒤, 동의를 받고 그 이후 집행하겠다"고 답변했다. 다만, 주주들 사이에서는 보수 총액 한도 상향 자체가 마뜩잖다는 반응이다.
◆ 셀트리온, 주주 환원 '인색'…주가 전망도 '흐림'
자본잉여금의 주주 환원에 대해서도 소액 주주들은 토로 일색이다. 주총에서 한 주주는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합병으로 순자산 6조원이던 회사가 20조원으로 늘었다. 자본잉여금이 많이 쌓인 만큼 배당을 확대할 계획이 없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서 회장은 "자본 잉여금이 쌓였다고 무조건 주주에게 돌려주면, 회사 미래는 다 사라진다"며 "회사도 미래에 투자하는 등 최선을 다하고 있고, 주주환원 제고를 위해 꾸준히 자사주 매입과 소각을 계속하고 있다"고 답했다.
주총에서 경영진의 태도도 소액 주주들의 불만을 자아냈다. 미국 출장으로 인해 원격으로 주총에 참석한 서 회장이 주주들의 질의에 답변하는 태도가 불량했다는 평가가 잇따랐다. 서 회장이 "그룹 회장들이 주가 이야기에 예민하다. 즐겁게 주총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한 데 대해 "주주들의 고통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이런 말은 하지 않을 것"이라는 불만까지 새어 나왔다.
최근 셀트리온 주가는 눈에 띄게 주저앉은 상태다. 증권가에서도 올해 상반기 내 셀트리온 주가 상승은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셀트리온이 2023년 12월 셀트리온헬스케어와 합병을 마무리하면서 합병에 따른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평가다. 엄민용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은 올해 상반기까지는 합병에 따른 재고 비용과 판매량에 따른 생산계획 조절 과도기가 될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47분 기준 셀트리온은 전 거래일(18만6400원) 대비 1.88%(3500원) 내린 18만29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이날 18만4500원으로 개장한 셀트리온은 장중 18만3200원까지도 떨어졌다. 주총이 열렸던 전날에도 셀트리온은 전 거래일(18만8900원)보다 1.32%(2500원) 하락하며 장을 종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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