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협력업체 뒷돈 혐의 수사
법원 "범죄 혐의 다툼 여지"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협력 업체 금품 수수 혐의를 받는 서정식 전 현대오토에버 대표가 구속을 면했다. 검찰은 기각 사유를 검토해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구속은 면했지만, 검찰 수사는 진행형이다. 현대자동차그룹 주요 계열사 전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는 해당 기업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전날 배임수재 혐의 등을 받는 서 전 대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하고 "범죄 혐의에 다투고 있어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고, 증거 인멸 염려가 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검찰은 KT 출신 서 전 대표가 지난 2018년 7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현대차 ICT본부장과 현대오토에버 대표이사 등으로 근무하며 협력 업체 대표 3명에게 청탁을 받고 법인카드를 받는 방식 등으로 8억원 상당의 경제 이익을 받은 것으로 의심한다.
검찰은 KT 자회사 KT클라우드가 2022년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동서 박성빈 전 대표가 설립한 스파크앤어소시에이츠(스파크)를 고가에 매입했다는 의혹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혐의를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 전 대표는 검찰 압수수색 직후 사임했다.
법원이 범죄 혐의에 다툼에 있다고 판단하면서, 현대오토에버 부담은 다소 줄었다. 다만 수사가 길어질 전망이다.
일각에선 현대차그룹이 집중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차량(SDV) 개발 등과 관련해 현대오토에버의 위치를 고려하면 서 전 대표 사법 리스크가 그룹의 전략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현대오토에버 지분 7.33%를 보유한 대주주다.
정 회장은 지난 2021년 이메일을 통한 새해 메시지에서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소프트웨어 역량을 강화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고 혁신적인 모빌리티 기술을 구현하겠다"고 했다. 이후 현대차그룹은 인공지능(AI)과 모빌리티 혁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구현모 전 KT 대표 친형 구모 씨가 설립한 에어플러그 인수 역시 같은 맥락에서 진행됐다. 지난 2010년 설립된 에어플러그는 이동통신망을 결합하는 솔루션을 개발했고, KT에 제공했다. 현대차와는 2015년 용역 계약을 체결해 '커넥티드카'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섰다.
이후 현대차는 2019년 에어플러그 지분 16.84%를 36억원에 인수했고, 2021년 7월 지분 82.48%를 245억원에 추가 인수했다. 대기업과 스타트업이 기술 협력을 하다가, 지분 투자에 인수합병까지 진행됐다. 하지만 에어플러그 인수 목적이 '투명하지 않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대차가 에어플러그 지분 대부분을 인수한 지 1년여 뒤인 지난 2022년 9월 KT클라우드가 스파크를 206억여원에 사들였는데, 정상 기업가치보다 높게 인수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현대차가 에어플러그를 고가에 인수했고, 이에 대한 보은성으로 KT가 스파크를 고가에 매입했다는 의혹이다.
검찰은 박성빈 전 대표가 스파크 매각 컨설팅비 명목으로 한모 씨에게 2억원대 금품을 제공했고, 이 중 8000만원이 서 전 대표에게 흘러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스파크는 거래 물량 대부분을 현대오토에버에 의존하고 있어 현대오토에버의 개입 가능성을 따지고 있다.
시민단체 '정의로운사람들'은 지난해 3월 7일 구현모 전 KT 대표이사와 윤경림 전 KT 트랜스포메이션 부문장 사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고발했다. 해당 단체는 KT 일감몰아주기 의혹 등도 고발했다. 단체는 윤 전 사장의 잦은 이직을 의심한다.
윤 전 사장은 KT에 근무하다가 지난 2019년 현대차그룹 오픈이노베이션전략사업부장 부사장으로 일했다. 오픈이노베이션전략사업부는 자율주행차와 커넥티드카 등 분야에서 협업과 투자 등을 맡은 부서였다.
지난 2021년 현대차 TaaS(Transportation as a service) 사업부장 부사장으로 근무하며 모빌리티 사업을 진두지휘했다. 그러다 같은 해 9월 KT로 돌아갔고, 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을 맡았다. 이에 KT와 현대차 사이 연결고리 역할을 하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왔다.
고발장 접수 직후 KT는 "통신 3사와 CJ, 현대차 등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통신은 물론 모빌리티, 미디어 등 전문성을 인정받아 그룹사 성장을 견인할 적임자로 판단돼 2021년 9월 KT에 합류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검찰은 영장 기각 사유를 검토한 뒤 재청구 여부를 결정할 전망이다. 윤 전 사장 기소 여부도 비슷한 시기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현대오토에버는 IT 서비스, 차량용 SW(Soft Ware) 사업을 영위하는 현대차그룹 계열사다. 지분은 현대차가 31.59%, 현대모비스가 20.13%, 기아가 16.24%, 정 회장이 7.33%를 보유하고 있다. 전일(25일) 종가 기준 정 회장의 현대오토에버 지분 가치는 2890억원이다. 재계에선 정 회장이 향후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이 보유한 현대모비스·현대차 등의 지분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내야 할 상속증여세를 마련하는데, 현대오토에버 지분이 중요할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bell@tf.co.kr
- 발로 뛰는 <더팩트>는 24시간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 ▶카카오톡: '더팩트제보' 검색
- ▶이메일: jebo@tf.co.kr
- ▶뉴스 홈페이지: http://talk.tf.co.kr/bbs/report/write
- - 네이버 메인 더팩트 구독하고 [특종보자▶]
- - 그곳이 알고싶냐? [영상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