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농협금융 독립 경영 침해 논란
금융당국, 농협금융 금융복합기업집단 지정 검토
[더팩트ㅣ장병문 기자] NH투자증권의 차기 사장 선임을 두고 농협중앙회와 농협금융 간 갈등은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농협중앙회의 인사 개입으로 농협금융의 지배구조 문제는 수면 위로 올랐다. 이제 막 항해를 시작한 농협중앙회 '강호동號'의 리더십이 흔들릴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7일부터 농협금융과 농협은행, NH투자증권 등을 검사하며 지배구조 전반을 들여다보고 개선방안을 찾고 있다. 금융당국은 농협금융을 금융복합기업집단으로 지정해 직접적인 규제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농협이 금융복합기업집단으로 지정되면 금융당국이 금융계열사에 대한 농협의 경영 개입과 내부거래를 직접 감독·검사할 수 있다.
금융당국이 농협을 정조준하고 나선 것은 농협중앙회가 농협금융의 독립 경영을 침해한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앞서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은 취임 직후 유찬형 전 농협중앙회 부회장을 NH투자증권 차기 사장으로 밀어붙였다. 반면 이석준 농협금융 회장은 전문성을 갖춘 인물이 NH투자증권을 경영해야 한다며 강호동 회장과 대립각을 세웠다.
강호동 회장이 추천한 유찬형 전 부회장은 충남대 농업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농협중앙회 충남지역본부장, 기획조정본부장, 농협자산관리 대표이사를 역임한 '전통 농협맨'이다.
강호동 회장 뜻과 다르게 NH투자증권은 전문성을 고려해 차기 사장 후보를 결정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를 열어 내부 인사인 윤병운 부사장을 신임 사장 최종 후보로 결정했다. 윤병운 부사장은 1993년 NH투자증권의 전신인 LG투자증권에 입사해 기업금융팀장, 커버리지 본부장 등을 거쳤다. 최근에는 기업금융(IB)1사업부 대표를 맡은 '정통 증권맨'이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중앙회가 금융 계열사 차기 사장 후보를 추천하지만 최종 후보 결정에 관여하지 않는다"며 "NH투자증권 임추위의 결정을 존중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비금융기관인 농협중앙회가 금융계열사의 독립성을 침해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농협금융에 대한 전방위 검사에 들어갔다. 가장 먼저 이번 NH투자증권 사장 선임 절차가 공정했는지 들여다고 있다. 또 농협은행의 109억원 규모 금융사고, NH선물 외환송금 사고 등 계열사 부실이 농협중앙회와 관련이 있는지도 살펴본다.
금융지주인 신한, KB, 우리, 하나금융 등은 지분이 분산돼 지배주주가 없다. 오너가 없어 금융당국의 규율에 따라 지배구조가 확립됐다. 반면 농협금융은 금융당국의 지배구조법에 따라 규율되고 있지만, 지분 100%를 들고 있는 농협중앙회가 경영을 간섭할 수 있는 구조다. 이번 인사 개입이 대표적이다.
이는 농협이 특수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협은 농업진흥 목적을 위해 설립됐기 때문에 금융계열사도 농협의 지배구조 아래 있다. 또 농업협동조합법은 농협중앙회가 자회사 등을 관리 감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회장이 농협금융 인사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이유다.
강호동 회장은 이번 일로 리더십이 흔들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강호동 회장은 지난 1월 25일 열린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 결선투표에서 득표율 62.7%로 당선됐다. 조합장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순조롭게 출발했지만 임기 시작부터 삐끗한 셈이다.
강호동 회장은 취임 후 '변화와 혁신을 통한 새로운 대한민국 농협'이라는 비전을 선포하면서 금융부문 혁신을 통해 농·축협 성장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금융 계열사에 사장 후보를 추천했지만 체면을 구겼고, 금융당국의 검사를 받게 되는 단초를 제공한 셈이 됐다.
jangb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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