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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점 찍고 주춤한 증권주, 상승 동력 남았나

  • 경제 | 2024-03-19 13:41

주주환원 발표 후 단기 상승했다가 다시 내려
"ROE나 부동산 PF 리스크 적은 곳 주목 필요"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증권 지수는 올해만 2월까지 17% 올랐으나 3월 들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더팩트 DB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RX증권 지수는 올해만 2월까지 17% 올랐으나 3월 들어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이한림 기자] 정부의 기업 밸류업 기조와 맞물려 '저PBR(주가순자산비율)주' 테마 효과를 톡톡히 누린 증권주가 최근 주춤하고 있다. 지난 2월까지 단기간 주가가 올랐기 때문에 차익실현 매물 출연으로 조정을 받은 경향도 있으나, 잔존하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와 실적 악화 우려 등이 여전해 주 상승 동력이 남았는지 의문을 보내는 이도 적지 않다.

1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18일 KRX증권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0.21% 하락한 750.83에 장을 마감했다. 19일장에서도 오전 11시 37분 기준 전날보다 0.24% 내린 749.04에 거래되면서 내림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4일 장중 772.02를 기록한 후 지속적인 하방 압력을 받는 모양새다. 올해 들어 두 달간 17% 넘게 오른 것을 고려하면 하락 기조가 뚜렷하다. KRX증권 지수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키움증권, 대신증권, 한화투자증권, 유안타증권, 유진투자증권, SK증권 등 국내 상장된 증권사들을 담고 있다.

개별 종목의 뒷걸음질도 이어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2월 23일 9200원까지 오르는 등 강세를 띠었으나, 18일 기준 고점 대비로는 12.17% 내렸고 3월 들어서도 10.42% 내린 8080원에 거래됐다. 한국금융지주도 고점(3월 5일 7만5200원) 대비 8%, 3월에만 2.67% 내린 6만9100원에 거래를 마쳤다. 메리츠금융지주도 3월 들어 0.84% 내려와 있다.

이 외에도 정부의 기업 밸류업 기조에 따라 2월 말과 3월 초 자사주 매입이나 주주환원책 등을 발표하면서 주가를 부양한 증권사들이 18일 기준 올해 고점 대비 1%에서 8%가량 하락해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대표적인 고배당주로 꼽힌 증권주는 자사주 매입이나 소각, 배당 등 주주환원책을 발표할 때 주가가 단기적으로 급등했다가 다시 내리는 경향이 있다. 다만 올해는 부동산 PF와 해외 상업용 부동산 부실 우려 등이 투자 심리를 위축시켜 수급이 받주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말까지 쌓인 국내 부동산 PF 규모는 약 150조원이다. 이중 국내 증권사들의 부동산 PF 규모는 약 25조원으로 전체의 6분의 1 수준에 달한다. 여기에 대형 증권사들이 주로 손을 뻗어 놓은 해외 부동산 익스포저(위험 노출도)도 14조4000억원(나이스신용평가 기준) 수준으로 책정되고 있다.

중소형 증권사는 만기가 도래한 중후순위 브릿지론 비중이 70% 이상을 차지해 잠재적 리스크로 추정된다. PF를 재구조나 경매 등을 통해 다시 손 보는 과정에서 손실이 전망된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담론이다.

국내 증권사는 지난해 부동산 PF 규모가 클수록 실적이 악화한 경향을 보였다. 사진은 지난 1월 증권사 등 국내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 PF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오른 계기가 된 태영건설 채권자 설명회 현장의 모습. /장윤석 기자
국내 증권사는 지난해 부동산 PF 규모가 클수록 실적이 악화한 경향을 보였다. 사진은 지난 1월 증권사 등 국내 금융권의 부동산 프로젝트 PF 우려가 수면 위로 떠오른 계기가 된 태영건설 채권자 설명회 현장의 모습. /장윤석 기자

이에 투자자들도 증권주에 투자할 때 신중한 투자가 요구된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증권사들이 연이어 주주환원책을 통해 일시적인 주가 부양에 나서고 있으나, 양호한 실적에 기반한 자기자본 이익률(ROE)이 높은 곳과 부동산 PF 등 리스크 등이 적은 곳을 발굴해 옥석을 가려내야 한다는 제언이다.

실제로 올해 미래에셋증권을 비롯해 메리츠증권, NH투자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등이 전년보다 배당 규모를 대폭 확대하는 방안을 발표하거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으로 주주 가치를 제고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실적 기준으로는 미래에셋증권은 전년보다 영업이익이 38.8% 감소한 5110억원, 하나증권은 적자전환한 3340억원 손실, 메리츠증권은 같은 기간 19.3% 줄어든 8813억원, 키움증권은 13.98% 감소한 5746억원, 대신증권은 27.4% 내린 1839억원으로 집계되면서 실적이 감소한 증권사에 이름을 올렸다. 다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신한투자증권은 2022년보다 영업이익이 상승했다.

안영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2월은 밸류업 프로그램의 영향으로 코스피 대비 양호한 모습을 보였다. 다만 주주환원을 발표하지 않은 기업들이 발표한 기업들보다 주가 상승 폭이 컸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 지난 22일 적극적인 주주환원 강화 정책을 발표한 미래에셋증권은 발표 후 주가가 상승세를 멈췄고, 1월 말에 주당배당금을 발표한 삼성증권은 2월에 가장 낮은 상승 폭을 보였다. 이는 주주환원이 실제로 발표되고 나면 이에 대한 기대가 소멸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따라서 앞으로는 ROE 개선과 이에 대한 지속성에 더 많은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2kuns@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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