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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성 위기 고비 넘긴 롯데건설…남은 우려는?

  • 경제 | 2024-03-13 00:00

2조3000억원 펀드 연 8.5~8.8% 금리로 조달

롯데건설은 지난해부터 부동산 PF 문제 해결을 위해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로부터 현금 지원과 금융 지원을 받고 있다. /더팩트 DB
롯데건설은 지난해부터 부동산 PF 문제 해결을 위해 롯데그룹 주요 계열사들로부터 현금 지원과 금융 지원을 받고 있다. /더팩트 DB

[더팩트ㅣ최지혜 기자] 롯데건설이 이어지는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만기 도래와 관련해 롯데케미칼과 호텔롯데 등 롯데그룹 내 주요 계열사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자금을 지원한 그룹 계열사와 외부 금융사까지 건설업계 PF 리스크에 함께 노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2일 롯데건설에 따르면 회사는 지난달 시중은행 등 금융기관과 조성한 부동산 PF 펀드를 통해 2조3000억원의 현금을 확보했다. 신한은행·KB국민은행·하나은행 등 5개 은행, 키움증권·대신증권 등 3개 증권사를 포함한 금융회사가 펀드 조성에 참여했다. 여기에 메리츠증권이 5000억원을 추가 투입해 최종 2조8000억원이 롯데건설에 유입됐다.

이번에 조성된 PF 펀드는 3년 만기에 연 8.5~8.8% 금리를 적용받았다. 이번 펀드는 지난해 메리츠증권과 조성한 1조5000억원 규모의 펀드 만기 도래에 따른 것인데, 기존 펀드 금리가 연 12%에 달한 점을 고려하면 금리 낮추기에 성공한 셈이다. 해당 펀드는 지난해 1월 14개월 만기로, 9000억원은 메리츠증권이, 나머지 6000억은 롯데그룹에서 지원했다.

새로운 펀드 조성에도 그룹사의 지원이 빠지지 않았다. 펀드는 선순위 1조2000억, 중순위 4000억을 은행과 증권사를 통해 조성됐다. 이외 후순위채권 7000억원의 경우 롯데물산(2000억원)·롯데정밀화학(2000억원)·호텔롯데(1500억원)·롯데캐피탈(1500억원)이 참여했다.

상환 기한을 늘리고 이자 부담도 낮췄지만, 연 8%대 펀드 금리 역시 부담스러운 수준인 것은 마찬가지다.

롯데건설의 최대 주주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호텔롯데, 롯데정밀화학, 롯데물산, 롯데홈쇼핑 등은 지난해부터 롯데건설에 유동성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더팩트 DB
롯데건설의 최대 주주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호텔롯데, 롯데정밀화학, 롯데물산, 롯데홈쇼핑 등은 지난해부터 롯데건설에 유동성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더팩트 DB

롯데건설에 돈줄을 제공한 업체들까지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다. 일례로 공매에 나온 전라남도 여수시 여수웅천캐슬디아트 생활형숙박시설은 2022년부터 지난달까지 유찰을 이어가는 중이다. 유찰 과정에서 공매가가 떨어지며 선순위 채권 회수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한 대형 건설사에서 사업관리를 담당하는 관계자는 "최근 인기가 식은 지식산업센터나 생활형숙박시설, 물류센터 등의 PF 연장은 사실상 밑빠진 독에 물을 붓는 꼴"이라고 말했다.

롯데그룹이 롯데건설 유동성 지원에 적극 나서면서, 롯데건설발 유동성 리스크가 그룹사에 전가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지난해 롯데건설은 △롯데케미칼(5000억원) △롯데정밀화학(3000억원) △롯데홈쇼핑(1000억 원) 등 그룹 계열사들로부터 1조원가량을 긴급 차입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1월 롯데케미칼의 주가가 올해 들어 20%가량 내린 원인으로 롯데건설을 꼽았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후 롯데건설에 대한 자본시장의 우려가 고조한 여파로 분석했다.

부동산 시장의 불황으로 수익성이 쪼그라들고 있어 롯데그룹에 손을 벌리지 않고선 향후 만기가 도래하는 부채 상환도 어려움이 예상된다. 롯데건설의 지난해 3분기 누계 당기순이익은 1203억원으로 전년 동기 1723억원 대비 43% 줄었다. 부채비율은 233%, 유동비율은 118% 수준이다.

롯데건설은 수조원에 이르는 PF 우발채무를 안고 있다. 나이스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PF 우발채무는 5조4224억원 규모다.

이와 관련해 롯데건설 관계자는 "올해 2조원대 펀드와 회사채 발행으로 3조원대 현금을 확보해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PF의 절반 이상을 장기화했다"며 "이에 따라 부채비율 등 재무구조도 대폭 개선됐다"고 설명했다.

wisdom@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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