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우 전쟁, 국회 수은법 개정안 통과에 주가 상승세
증권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LIG넥스원·풍산 '주목'
[더팩트ㅣ송주원 기자] 국내 증시에서 방산주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등 불안한 국제 정세와 한국수출입은행법(수은법) 개정에 수혜를 입은 것으로 풀이된다.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LIG넥스원은 전 거래일 대비 5.40%(9100원) 오른 17만7600원으로 6일에 이어 상승 마감했다. 풍산 역시 3.71%(1650원) 오른 4만6100원에 장을 마쳤다. 다만 여타 방산주는 가파른 상승분을 반납하며 쉬어가는 모습을 나타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전 거래일 대비 1.96%(4000원) 내린 20만원, 한화시스템은 1.57%(290원) 감소한 1만8160원을 각각 기록했다. 한국항공우주도 2.04%(1100원) 내린 5만2800원을 호가했다.
최근 방산주는 상승흐름을 이어갔다.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무력 분쟁으로 군비 확장 경쟁이 치열해졌고, 대선을 앞두고 있는 미국에서 연방 예산에 대한 초당적 합의가 나올 거라는 전망이 방산주에 힘을 실었다. 이라크 군 인사가 5일 국내에 입국하고 사우디아라비아 국방부 차관이 14일 입국할 예정인 점도 방산업계 수출 확대 기대감을 높이는 포인트다.
한국 정부 역시 우주항공을 국가전략기술 핵심 분야로 지목하면서 방산주의 오름세를 도왔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달 1일 주영창 과학기술혁신본부장 주재로 '국가전략기술 특별위원회' 제5차 회의를 개최하고 차세대 원자력, 우주항공, 차세대통신, 첨단로봇, 사이버보안 등 5개 분야 임무 중심 전략 로드맵을 수립·의결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한국수출입은행의 법정자본금 한도를 15조원에서 25조원으로 증액하는 수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도 호재다. 현행법상 한국수출입은행은 특정 개인과 법인에 대한 신용공여 한도가 자기자본의 40%로 제한된다. 수은은 지난 2022년 폴란드와 맺은 1차 방산 수출 계약에서 이미 자기자본의 40%에 달하는 약 6조원을 폴란드에 융자해 특정 국가에 대한 금융지원 한도를 대부분 채워 법정자본금 증액이 필요했다. 통상 방위산업과 같은 대규모 수출 프로젝트는 국가 사이 계약인 만큼 수출국에서 수입국에 금융 지원을 함께 제공하는 것이 관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특히 현대로템은 폴란드로의 2차 계약 물량이 약 20조원으로 가장 많아 이번 법 개정으로 인한 수혜가 예상되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역시 약 10조원 수준에 달하는 잔여 2차 계약 물량에 대한 불확실성을 상당 부분 제거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방산주는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콕 찍은 유망투자처이기도 하다.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말 "한국은 세계 최대 무기 공급국 가운데 하나"라며 "글로벌 군수 시장에서 한국 방산주가 차지하는 강력한 입지를 감안할 때 지정학적 위험을 피할 수 있는 좋은 투자처"라고 소개했다. 그러면서 한국항공우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화시스템, LIG넥스원 등을 기대 종목으로 꼽았다.
증권가에서도 긍정적인 분석과 전망을 내놓고 있다. 국제적으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포탄 수요가 증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 누리호 3차 발사에 성공하면서 국내 민간 주도의 우주산업이 발전한 것도 한몫했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정학적 불안요인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국 무기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만큼 수출 호조와 실적 개선이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어서 방산주 주가 전망은 밝다"고 봤다.
이승웅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우주개발 산업이 'New Space' 시대로 접어들면서 국내에서도 민간 주도의 우주사업이 본격화될 것이다. 누리호 제작이 본격화된 20년 이후 우주산업의 규모가 큰 폭으로 성장했다"며 "차세대발사체, 다수의 위성 사업이 진행되고 민간기업의 자체 발사체, 위성 제작도 증가하고 있어 국내 우주개발 시장 성장은 지속될 것이다. 중기적으로 위성시장 성장이 가파르게 나타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예측했다. 유안타증권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가장 기대되는 종목으로 꼽았고, 관심 종목으로 △한화시스템 △한국항공우주 △LIG넥스원을 지목했다.
이규익 SK증권 연구원은 특히 풍산이 방산주 강세 효과를 볼 것이라고 전망했다. 풍산은 구리와 구리 합금을 가공해 만든 판·대, 봉·선, 리드프레임, 소전을 판매하는 신동 사업과 탄약을 판매하는 방산 산업을 영위하고 있다. 방산 내수의 경우 일정 수준의 이익률을 보장받으며 국군에 탄약을 독점 납품 중이다. 수출 탄약은 미국 스포츠탄을 기반으로 중동·동남아시아 지역에 군용 탄약을 판매해 왔으나, 러시아-우크라이나 발발 이후 유럽발 탄약 판매도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연구원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에 155㎜ 포탄이 부족한 상황으로 현재 최대 가동률을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포탄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향후 2년에 걸쳐 생산 능력을 2배로 늘릴 계획이며, 증설 완료 시 연간 매출액 2500억원, 영업이익 500억~600억원이 추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이어 "추가로 구리 가격 하락이 없다면 실적은 1분기부터 개선될 것"이라며 "구리 가격 상승에 따른 유의미한 실적도 기대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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