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 만료 앞둔 홍은택, 스톡옵션 행사 가능성도 '스멀스멀'
[더팩트|윤정원 기자] 카카오가 지난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했음에도 부진한 주가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여기에 더해 카카오가 '먹튀(먹고 튀는 행위)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사를 들일 것으로 알려지면서 소액주주들의 원성은 고조되는 추이다. 일각에서는 회전문 인사로 인해 과거의 카카오로 돌아가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도 지펴진다.
◆ 카카오, 작년 4분기 '어닝 서프라이즈'…증권가도 잇달아 청사진 제시
지난달 15일 카카오는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4% 늘어난 8조1058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역대 최초로 연간 매출액이 8조원을 넘어섰다.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한 5019억원이다. 영업이익률은 6.2%를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매출액은 2조1711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23% 증가했고, 영업이익은 109% 증가한 1892억원으로 집계됐다. 카카오의 영업이익은 연간 기준과 4분기 모두 시장 기대치를 상회했다. 당초 시장 기대치는 연간 영업이익 4775억원, 4분기 영업이익 1510억원이었다.
실적 발표 당일 카카오 주가는 웃음꽃을 피웠다. 당일 카카오는 전 거래일(5만4900원) 대비 7.83%(4300원) 오른 5만92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중에는 6만1400원까지 올랐다. 같은 날 에스엠(SM엔터테인먼트‧3.36%)와 카카오페이(1.24%), 카카오게임즈(0.60%) 등 카카오 계열사들의 주가도 상승세로 장을 마무리 지었다.
호실적이 전해지며 증권사들도 카카오에 대한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고 나섰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어닝 서프라이즈 주요 원인은 인센티브 축소에 의한 별도 인건비 감소와 고마진 톡비즈(카카오톡 기반 광고) 매출 성장에 있다"면서 "올해도 보수적인 인력 운용과 마케팅을 통해 비용 증가를 최소화하고 수익성을 개선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임희석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예상보다 느린 국내 광고 업황 회복세에도 톡비즈 광고 성장세가 가속화하고 있는 부분이 긍정적"이라며 "실적 모멘텀이 상반기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임희석 연구원은 "적자 사업부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을 통한 비용 효율화 작업이 진행 중"이라며 "올해 영업이익률이 8.3%에 달할 것"으로 봤다.
◆ 주가조작 리스크 여전…오름세 '일일천하' 그쳐
하지만 카카오의 주가 상승세는 길게 이어지지 않았다. 실적 발표 이튿날인 16일 카카오는 1.35%(800원) 하락한 5만8400원으로 문을 닫았다. 19일에도 0.34%(200원) 내리며 장을 마쳤다. 20일에는 0.86%(500원) 소폭 상승하며 거래를 종료했지만, 21일부터 카카오주가는 9거래일 연속 내리막길을 걸었다. 종가 기준 등락률은 △2월 21일 -1.19% △22일 -0.17% △23일 -1.38% △26일 0.00% △27일 -0.53% △28일 -2.11% △29일 -4.14% △3월 4일 -0.38% △5일 -2.64% 등이다.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주가 하락이 거듭된 것은 지난해 발생했던 주가조작 관련 CEO 리스크 등이 여전히 불안요소로 인식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해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등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시세를 조종한 의혹을 받아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이 과정에서 일부 경영진들이 검찰에 송치됐으며,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 또한 조사를 받게 됐다.
카카오는 지난해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불거진 시세조종 의혹으로 검찰에 넘겨졌다. 법인과 김범수 창업자, 배재현 투자총괄대표 등은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수사를 받았다. 배재현 대표의 경우 지난해 11월 구속 기속됐고, 최근 사내이사에서 사임한 상태다.
최근 자회사 카카오모빌리티가 매출 인식 기준을 순액법으로 변경하면서 3000억원이 넘는 매출 감소가 예상돼, 주가 하방압력을 키웠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카카오모빌리티의 경우 분식회계 혐의에 고의가 있다고 판단돼 금융당국으로부터 최고 수위의 제재를 사전 통지 받기도 했다.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관련 종목 위주로 매수세가 몰리고 있어 수급 공백이 발생한 영향도 적잖다. 카카오의 PBR은 2.11배 수준으로 기업가치 부담이 높다는 평가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값으로, 1배 미만인 종목들이 저PBR로 분류된다.
◆ '먹튀' 장본인을 왜?…카카오 "경험 있는 리더 내정한 것"
주가 부진이 이어지자 소액주주들의 불만은 고조됐다. 이 상황에서 카카오는 앞서 카카오뱅크 상장 직후 대량의 스톡옵션(주식매수선택권)을 행사하며 먹튀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을 그룹의 기술 사령탑으로 내정하며 투자자들의 화에 기름을 부었다.
정신아 카카오 대표 내정자는 지난달 28일 카카오 임직원과 의견을 나누는 온오프라인 간담회 자리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정신아 대표 내정자는 정규돈 전 카카오뱅크 CTO(최고기술책임자)를 새로운 카카오 CTO 내정자로 소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CTO 내정자는 인하대 자동차공학 석사 출신으로, 다음커뮤니케이션 기술그룹 총괄과 카카오 플랫폼기술 총괄을 거친 인물이다. 2016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는 카카오뱅크 CTO를 맡았다.
정 CTO 내정자는 지난 2021년 카카오뱅크가 상장한 지 3일 만에 보유 주식 11만7234주 중 10만6000주(주당 6만2336원)를 매도하는 등 스톡옵션 행사에 나서며 66억원가량의 매도 수익을 거뒀다. 2주 후인 같은 달 24일에도 나머지 주식 1만1234주를 전량 팔아 10억원에 달하는 차익을 본 것으로 전해졌다.
먹튀 장본인의 내정 소식을 듣자 소액 투자자들은 "주가 부양 의지가 있는 것 맞냐"며 반발하고 나섰다. 다만 정 전 CTO의 내정과 관련해 카카오 관계자는 "복잡한 카카오의 서비스 및 기술을 이해하고, 제1금융권의 기술안정성 수준을 구축한 경험이 있는 리더를 내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 "홍은택, 설마 스톡옵션 행사하나"…개미들 불안감 고조
먹튀가 재차 회자되자 일각에서는 이달 29일 임기가 끝나는 홍은택 카카오 대표 또한 일전 했던 약속을 저버리고 스톡옵션을 행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인다.
카카오는 지난 2023년 2월 22일 홍 대표에게 스톡옵션 5만주를 부여하고, 대표이사 퇴직금 지급률을 3배수로 설정하는 안건을 정기 주총에 상정할 예정이라고 공시해 빈축을 샀다. 이에 3월 28일 열린 카카오 정기 주주총회에서 홍은택 대표는 "주가가 (이날 종가 기준) 2배가 되지 않으면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고 공개적으로 말했다"며 스톡옵션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당시 홍 대표는 "재직 기간 중 주가가 2배가 안 된다면 자연스럽게 포기하겠다는 것"이라면서 "과도한 조건을 스스로 내거는 것이 선례가 된다면 경영진을 모시기 어렵다고 생각하기에 고민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 경영진이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생각해 이런 조건을 제시했다"고 말했다.
한편, 카카오는 6일 전 거래일(5만1700원) 대비 0.39%(200원) 오른 5만19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이날 카카오는 5만1400원으로 개장했지만 소폭 상승세로 전환한 뒤 장을 종료했다. 카카오의 현 주가는 홍 대표가 스톡옵션 관련 언급을 했던 당시(3월 22일 종가 6만2700원)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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