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군사기밀 유출 혐의 관련 방사청 입찰 제한 제재 피해
업계 일각 '재심의' 요구…하반기 KDDX 입찰전 열기 후끈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한국형 차세대 구축함(KDDX) 개념설계 등 군사기밀 유출 혐의로 직원들의 유죄가 확정된 HD현대중공업이 방위사업청 입찰 참가 자격 제한 제재를 피하게 됐다. 일각에서 '맹탕 심의'라는 비판도 나오는 가운데 올해 하반기 KDDX 상세설계 입찰전이 한층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2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방사청은 전날 오후 2시부터 약 7시간 계약심의위원회를 열고 HD현대중공업 부정당업체 제재 심의를 진행한 뒤 '행정지도' 의결했다. 심의 결과는 △입찰 참가 자격 제한 또는 과징금 △처분 면제 및 행정지도 △심의 보류 △각하 등으로 나뉜다.
방사청 훈령 '계약심의위 운영 규정'에 따르면 계약심의위는 방위사업정책국장을 위원장으로 감독지원담당관과 계약제도발전과장을 상임위원으로, 청본부 각 사업본부 과·팀장과 외부위원을 비상임 위원으로 구성해 운영한다.
외부위원은 조달 업무에 필요한 전문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자, 시민단체가 추천하는 자 중에서 위원장이 위촉하며 임기는 2년으로 1회 연임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방사청은 이번 심의 쟁점이었던 임원 개입 여부를 놓고 "확인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방사청은 "방사법상 대표나 임원의 개입이 객관적 사실로 확인되지 않아 제재 처분할 수 없다"며 "국가계약법상 계약 이행시 설계서와 다른 부정시공, 금전적 손해 발생 등 부정한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 제척기간도 지났다"고 봤다.
유죄가 확정된 직원 9명과 임원 등의 직접적인 관련성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방부검찰단이 직원 중 1명이 군사기밀 불법 취득 사실을 보고한 보고서를 임원이 결재한 정황이 담긴 진술을 확보하기는 했으나, 기소된 직원 중 임원은 없는 점 등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불법행위에 임원은 전혀 개입하지 않았고, 수사 기록의 단편을 악의적으로 짜맞춘 억지 주장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업계 일각에선 '맹탕 심의' 논란이 이는 모양새다. HD현대중공업의 경쟁사인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은 재심의를 요구하고 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기밀 탈취는 방산 근간을 흔드는 중대 비위로 간주하며, 재심의와 감사 및 경찰의 엄한 수사를 다시 한번 촉구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HD현대 조선 중간 지주사인 HD한국조선해양 사외이사로 윤석열 정부 초대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김성한 전 실장이 내달 주주총회를 통해 정식 선임된다는 점이 영향을 끼쳤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각국 보호무역 기조 강화 등 현시점에서 후보자가 가진 외교·통상 분야의 풍부한 지식과 경험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수 있다"며 "향후 이사회와 주주총회를 거쳐야 선임 되기 때문에 아직 사외이사로서 업무를 시작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입찰 참가 자격 제한을 피한 HD현대중공업은 올해 하반기로 예상되는 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입찰에 참여할 전망이다. KDDX는 개념설계(대우조선해양)와 기본설계(현대중공업),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후속함 건조 순으로 진행된다.
다만 HD현대중공업이 군사기밀 유출로 방사청 규정에 따라 내년 11월까지 보안감점 1.8점을 적용받는 만큼 한화오션과 경쟁에서 우위에 서기 위해선 비교우위의 경쟁력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앞서 지난해 울산급 배치 3(Batch-Ⅲ) 5·6번 함 건조 사업에서 HD현대중공업은 한화오션에 고배를 마신 바 있다.
한화오션도 장보고-Ⅰ·Ⅱ·Ⅲ 잠수함을 모두 수주하는 등 실력을 입증받았다는 평가가 있다. 해군 구축함 사업 모든 라인업에서 건조 실력을 갖춘 유일한 업체이기도 하다. 한화오션과 족쇄가 풀린 HD현대중공업의 치열한 경쟁이 예고된 셈이다.
한편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중대범죄수사과는 KDDX 기본설계 입찰 특혜 의혹으로 왕정홍 전 방사청장 등을 수사하고 있다. 경찰은 KDDX 기본설계에 현대중공업이 사업자로 선정된 과정에 특혜가 있었는지 따지고 있다. 특혜 대상으로 지목된 현대중공업에 대한 수사가 불가피하다는 지적도 있다.
이에 대해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수사 대상이 아니다. 관련이 없다"라고 강조했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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