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이사회, 이재용 회장 등기이사 선임안 상정 않기로
[더팩트ㅣ이성락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미뤄졌다.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고 사법 리스크 부담을 상당 부분 덜어내면서 재선임 전망이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다음 달 예정된 주주총회(주총) 안건에서 빠지게 됐다. 이재용 회장은 그룹 총수로서 리더십을 발휘하며 미래 성장을 위한 현장 경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20일 이사회를 열고 주총 소집일과 안건 등을 논의했다. 제55기 정기 주총은 다음 달 20일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릴 예정으로, 상정 안건은 △재무제표 승인 △사외이사 신제윤(전 금융위원장)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이 되는 사외이사 조혜경(한성대 교수)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유명희(전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 △정관 일부 변경 등이다.
이사회를 앞두고 큰 관심을 받았던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선임안은 포함되지 않았다. 이재용 회장은 지난 2016년 10월 임시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선임됐지만, 국정농단 사건에 연루돼 경영 활동에 제약을 받다 2019년 10월 재선임 없이 임기를 마쳤다. 현재 4대 그룹 총수 가운데 미등기임원은 이재용 회장뿐이다.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 가능성은 지난해 초부터 제기됐다. 2022년 광복절 특별사면으로 복권돼 이사회 복귀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올해 이러한 전망에 더욱 무게가 실린 것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1심에서 무죄 판결이 나와 사법 리스크 부담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사법 리스크 부담을 던 이재용 회장이 책임 경영을 강화하며 '뉴삼성' 구축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예상이었다.
재계에서는 이재용 회장의 등기이사 복귀가 또 한 번 미뤄진 배경으로 끝나지 않은 사법 리스크를 꼽는다. 부담이 줄어들었다고 하더라도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것은 아니다. 검찰은 삼성물산·제일모직 부당 합병 의혹 1심 선고에 불복해 지난 8일 항소했다. 이에 이재용 회장이 재판을 이어가게 됐고, 무리하게 이사회 복귀를 추진할 이유가 없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이재용 회장은 이사회 중심의 책임 경영을 강조해 왔다. 사외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맡도록 하고,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가 의장을 맡고 있는 경우 사외이사를 대표하는 '선임사외이사'를 뽑아 견제할 수 있는 제도를 도입한 것이 대표적이다. 이재용 회장은 2022년 10월 회장 승진 당시 별도의 승인 절차가 필요 없음에도 이사회의 논의 절차를 거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사회 권한 강화에 대한 이재용 회장의 의지를 고려했을 때 사법 리스크가 남아 있는 상황에서 자신의 복귀가 이사회 운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을 것으로도 해석된다.
이재용 회장은 그룹 총수로서 책임 경영을 실천하면서 미래 성장을 위한 경영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이재용 회장은 최근 국내외 사업장을 잇달아 방문하며 현장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연초 차세대 통신 기술을 점검하고 사내 최고 기술 전문가인 '삼성 명장'들과 만나 의견을 공유하며 새해 경영을 시작한 이재용 회장은 무죄 선고를 받은 직후 해외 출장길에 올라 말레이시아 삼성SDI 생산법인, 동남아 최대 규모의 IT 제품 매장 등을 점검했다. 지난 16일에는 미래 성장 동력인 바이오 사업을 챙기기 위해 삼성바이오로직스 인천사업장을 찾았다.
향후 이재용 회장은 경기 불황 등의 이유로 실적이 부진한 사업을 챙기는 동시에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기 위해 보폭을 넓힐 것으로 보인다. 재계 관계자는 "확고한 경쟁력을 확보해 회사를 성장시키고, 이를 통해 국가 경제에 기여하겠다는 신념을 지키기 위한 도전적 행보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rocky@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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