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경쟁당국, 조건부 승인…초대형 항공사 탄생 임박
[더팩트ㅣ최의종 기자]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합병 절차 난관으로 꼽혔던 유럽연합(EU) 경쟁 당국 심사가 조건부 승인으로 종결됐다. 미국 경쟁 당국이 승인하면 두 대형항공사(FSC) 합병은 현실화할 전망이다. 화물 사업 매각 등 숙제가 있으나 급물살을 탈 가능성이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EC)는 13일(현지 시간)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을 조건부로 승인했다. 경쟁 제한 우려가 있는 유럽 4개 여객 노선을 진입 항공사인 티웨이항공에 이관하고, 아시아나 화물사업부를 입찰·매수인 선정 직전까지 조치해야 한다는 조건이 달렸다.
EC가 조건부로 승인하면서 총 14개 경쟁 당국 중 심사·신고 등 절차가 남은 나라는 미국뿐이다.
일각에선 미국이 고비라는 관측이 있다. 미국 경쟁 당국 법무부(DOJ)는 자국 저비용항공사(LCC) 제트블루와 스피릿항공의 합병을 불허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며, 무산시킨 바 있다.
현재 대한항공은 DOJ와 시정조치 방안을 협의 중이다. 우선 여객 5개 노선(샌프란시스코·호놀룰루·뉴욕·로스앤젤레스·시애틀)은 국내 LCC 에어프레미아에 이관하는 방안이 언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에어프레미아는 경쟁 제한 우려 대상 유럽 4개 노선도 관심을 보인 바 있다.
대한항공은 DOJ와 협의가 마무리되면 시정조치 내용이 담긴 정식 신고서를 제출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한항공은 오는 6월 말에는 절차가 마무리되기를 기대한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현재 DOJ와 경쟁 제한 우려 해소를 위해 노력 중이며, 심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승인이 마무리되면 본격적인 합병 절차가 현실화할 전망이다. 대한항공은 앞서 1조원을 투입했으며, 합병 승인이 끝나면 유상증자 잔금 8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 등이 조건으로 걸린 만큼 해당 숙제 해결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인수가는 5000억~7000억원으로 전해졌다. 제주항공과 이스타항공, 에어인천, 에어프레미아가 관심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들의 자금 조달 능력이 변수다. 아시아나 화물기 11대의 연식 노후화와 고용 유지 등 부담도 있다.
다만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기업결합에 따라 항공 업계 지각변동이 점쳐지는 만큼 인수전이 흥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두 FSC의 자회사인 진에어·에어서울·에어부산 합병에 따른 '공룡 LCC' 탄생으로 항공 업계 지각변동 대응 필요성이 커졌다는 의견이다.
대한항공이 합병 의지가 강한 만큼 아시아나 화물사업부 매각이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달 신년사에서 아시아나와의 기업 결합이 마무리될 것으로 전망했다.
노선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정리 절차도 본격화할 예정이다. 국토교통부 '운항시각 조정·배분 등에 관한 규칙'(부령)에 따르면 국토부 장관 소속 운항시각정책위원회(이하 운항위)는 운항시각 총량과 유보 등에 관한 사항을 총괄 심의·조정하게 돼 있다.
1년에 두 번 열리는 운항위는 올해 1월 한 차례 열린 바 있다. 올해 하반기에 열리는 운항위에서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에 따른 노선 슬롯 조정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국토부와 각 항공사가 물밑 접촉을 통해 노선 슬롯 배분을 이뤄낼 전망이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절차가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면서, 연내 초대형 항공사가 탄생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두 FSC의 지난 2022년 말 기준 자산은 대한항공 28조9977억원, 아시아나 13조4553억원으로 합하면 42조원가량이다.
한편으로는 최근 HMM 매각이 불발된 KDB산업은행(이하 산은)은 투입한 공적 자금을 회수할 길이 열렸다. 산은은 대한항공 최대주주 한진칼에 8000억원을 지원했다. 아시아나에는 수출입은행과 함께 총 3조6000억원을 지원했으며 현재 미수금은 2조6600억원이다.
bell@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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